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 대응하여 자국 산업 보호와 경제 자립을 위해 외국 기업의 권리 보호나 외국 제품의 수입에 관하여 점차 제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그 중 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 축소, 병행수입 확대 그리고 수출입 규제 동향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시사점을 정리하였습니다.
1. 비우호국 소속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권리자의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
2022년 이후 러시아 정부는 비우호국 소속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있습니다. 일정 요건 하에 권리자의 동의 없이도 비우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러시아 대법원도 2023년 우크라이나 국적 권리자의 지식재산권을 현지 기업이 무단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는 러시아가 지식재산권 제도를 본래의 지적 재산 보호 차원이 아니라 국가 산업 전략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 병행수입 확대와 시장 구조 변화
러시아 정부는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인한 소비재 및 산업재 부족 문제에 대응하고자, 병행수입을 공식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병행수입이란 정식 유통 경로가 아닌 제3국이나 외부 유통망을 통해 정품을 수입·유통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러시아 산업통상부는 매년 병행수입 허용 품목을 공표하고 있으며, 2024년 4월 현재 자동차, 전자제품, 화장품 등 다양한 품목에 대하여 병행수입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외국계 제조사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러시아 소비자와 유통업계에는 공급 안정이라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병행수입이 확대됨에 따라 공식 유통망 이외의 경로로 제품 유입이 증가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관리와 A/S 시스템 운영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병행수입의 확산은 지식재산권 보호뿐만 아니라 유통 전략 및 향후 러시아 시장 재진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3. 수출입 규제를 통한 간접적 통제
러시아 정부는 수출입 관련 규제를 통해 특정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 승인 요건을 강화하거나, 인증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거나, 서류 심사와 원산지 검증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시장 진입을 차단하거나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전술한 병행수입 확대 정책과 대비되는 것으로 외국 기업의 유통 전략이나 권리 행사를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4. 우회 수입 시도
전술한 러시아의 병행수입 확대나 수출입 규제와는 다른 측면에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와 관련된 제재 품목(sanctioned goods), 특히 군사용 또는 이중용도(dual-use) 물자의 러시아로의 우회 수입 또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유럽연합(EU) 보고서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인도, 세르비아 등을 통한 우회 수입은 효과적으로 차단되고 있으나, 중국, 홍콩, 터키, 아랍에미리트, 카자흐스탄 등을 통한 우회 수입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중국과 홍콩이 주된 우회 수입의 통로(약 80%)로 이용되고 있으며, 많은 유럽 기업들이 이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도 이러한 제3국을 통한 제재 품목의 러시아로의 우회 반입 리스크와 경제 제재의 준수에 각별한 주의와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됩니다.
5. 시사점 및 대응방안
러시아의 외국 기업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 축소 및 수출입 규제는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호 긴밀하게 작용하며 외국계 기업의 시장 진입과 권리 보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비우호국 기업의 권리 보호 축소 및 병행수입의 확대는 한국 기업의 현지 유통 구조와 브랜드 전략, 그리고 중장기적 비즈니스 계획에 중대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러시아 시장에 이미 진출했거나 진출을 검토 중인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대응 체계를 갖추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현지 지식재산권의 등록 상태와 보호 범위를 면밀히 점검하고, 병행수입 확대로 인한 권리 침해 리스크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사전에 준비해야 합니다.
둘째, 현지 유통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하며, 비공식 유통 경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계약서 내 권리 보호 조항을 강화해야 합니다.
셋째, 수입 승인, 인증, 원산지 검증 등 비관세장벽 관련 수출입 규제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통관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합니다.
넷째,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 구조를 재점검하여, 병행수입 대응, 브랜드 관리, 사후 서비스 등에서 책임과 권한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아울러 국제 제재 환경 변화 및 이에 따른 러시아 제도의 변동 가능성에 따라, 단기·중기·장기별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외교 및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병행수입 허용 품목과 지식재산권 보호 정책은 언제든 변동될 수 있으므로, 관련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러시아 시장 진출을 준비하거나 이미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유연하면서도 정치하게 대응함으로써, 불확실성 속에서도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 모두가 현지 정책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국제 협력과 정보 공유를 통해 우리 기업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러시아 시장 진출 및 지식재산권·수출입 규제 분야에서 축적된 실무 경험과 강력한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성공적인 진출과 안정적인 권리 보호를 위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