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사건에서 대표이사가 아닌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

법원은 최근 수급업체 소속 피해자에게 발생한 중대재해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 등으로 기소된 도급업체의 대표이사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는 도급업체의 대표이사가 아니라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2025. 12. 19.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죄로 기소된 도급업체 A사의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 사고는 2023. 3. 21. 경기 이천시 창고시설 신축 공사에서 작업하던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가 고소작업대에 탑승하여 다음 작업 구간으로 이동하던 중, 하지철물 구조물과 고소작업대의 안전난간 사이에 머리가 협착되어 두부 외상 등으로 사망한 사고입니다.  

검사는 먼저 A사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고소작업대의 안전한 운행경로를 작성하지 아니하고 고소작업대 이동통로의 장애물을 확인하지 않는 등 직무를 소홀히 하였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와 관련하여 대표이사는 반기 1회 이상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지 평가∙관리하여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고 또한 반기 1회 이상 협력업체에 대한 도급 등이 산업재해 예방 조치 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지 점검을 하여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사의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로 기소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대표이사로부터 전적으로 위임받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표이사가 면책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 사고의 경우에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에게 안전·보건경영에 관한 전결권이 부여되어 있고 특히 공소사실과 관련된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업무수행 및 협력업체에 대한 도급 등에 대한 점검에 관하여도 전결권이 부여되어 있었음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등 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의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근거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경영책임자등’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위 규정 문언상의 “또는”의 의미는 중첩적인 것이 아니라 선택적인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관점을 제시하며, A사와 같이 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안전보건업무에 관하여 사업을 총괄하는 수준의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대표이사가 아닌 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이 이러한 판단에 이르기까지 주목한 사정으로는 ① A사가 2022년 SEQ(Safety Environment Quality)실을 신설하여 SEQ실에 안전·보건 업무를 모두 이관하고 실장을 안전보건최고책임자로 선임하였다는 점, ② 대표이사의 건설업무 경력이 짧은 반면 안전보건최고책임자는 30년간의 건설업무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 ③ 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사내이사로서 단순히 안전·보건업무 담당자가 아니라 임원이라는 점, ④ 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실질적으로 전결권을 가지고 안전·보건업무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했다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한편 법원은 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대부분의 안전·보건 업무에 대하여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만약 문제된 중대재해사고와 관련된 사안에 대하여 대표이사 등 사업총괄책임자가 최종의사결정권을 행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여전히 대표이사 등 사업총괄책임자가 경영책임자로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법리도 설시하였습니다.  

 

3. 이번 판결의 시사점

이번 판결은 대표이사 등 사업총괄책임자가 아닌 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의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그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 근거를 구체적으로 설시하고 있어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그와 같은 판단을 한 것은 이번 판결이 처음이고 검찰도 이에 불복하여 항소심에서 다툴 것으로 예상되므로 상급 법원의 진행 경과를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은 적어도 안전보건 담당부서를 독립적인 부서로 설치하고, 그 부서장으로 전문성을 보유한 자를 사내이사이자 안전보건최고책임자로 선임하면서 안전보건업무에 대한 전결권을 부여하는 경우에는 대표이사 등 사업총괄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의 경영책임자로서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업들은 이번 판결에 설시된 내용을 참고하여 회사의 안전·보건관리체계 수립 및 이행과정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법률 전문가로부터 체계적인 자문을 받아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편 실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사고 직후 현장조사 단계에서부터 고용노동부·경찰·검찰 수사 대응 경험이 축적된 전문가와 함께 사실관계 및 관련 법률을 면밀히 분석해 이를 토대로 사건 대응 전략을 수립·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