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배경
피고는 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회사로, 발전소에 투입할 Bio-SRF 고형연료를 확보하기 위해 A사의 고형연료 생산 시설을 양수하였습니다. 그리고 피고는 A사 대표이사였던 원고와 Bio-SRF 고형연료 생산시설(이하 ‘이 사건 시설’)에 관하여 원고가 다음 업무를 수행하는 대가로 용역대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① 이 사건 시설의 증설 관련 인허가 취득, 이 사건 시설의 관리∙운영을 위한 제반 자문(이하 ‘제1업무’)
② 고형연료 생산을 위한 매년 특정물량 이상의 폐목재 조달(이하 ‘제2업무’)
이후, 피고는 B사에게 이 사건 시설의 증설 및 관리∙운영 등을 일괄하여 도급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일괄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시설의 증설 및 관리∙운영을 위탁하였습니다.
원고는 (i) 제1업무를 전부 이행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일부 이행하지 못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는 B사가 해당 업무를 대신하였기 때문이며, (ii) 제2업무 역시 B사의 귀책사유(발전소 건설 관련 하자)로 인하여 이행불능에 이른 것이라고 하면서, 이는 민법 제538조 제1항의 ‘채권자의 귀책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 해당하거나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조건 성취 방해행위로 조건 성취가 간주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수십억 원 상당의 용역대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사건의 쟁점 및 법원의 판단
법무법인(유) 세종은 피고를 대리하여, 원고가 용역업무를 이행하지 못한 이유는 원고에게 있을 뿐 피고의 귀책사유로 이행불능에 이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 증명하여, 원고의 용역대금 청구를 전부 기각시켰습니다.
가. 제1업무에 관한 법적 쟁점과 법원의 판단
원고는 ‘제1업무를 수행하였다. 일부 수행하지 않았더라도 이는 피고가 이 사건 일괄도급계약을 체결하여 B사에 인허가 업무, 이 사건 시설의 관리∙운영에 관한 전권을 부여하여 원고의 업무수행 권한을 박탈하였기 때문이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일괄도급계약은 B사에게만 배타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계약이 아니며, 원고는 위 계약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자신의 용역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반박하였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민법 제538조 제1항의 채권자의 책임있는 사유란 채권자의 작위나 부작위가 채무자의 이행 실현을 방해하고, 그 작위나 부작위가 채권자가 이를 피할 수 있었던 점에서 신의칙상 비난받을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인데, 이 사건 일괄도급계약으로 인해 원고가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으므로, 피고가 신의칙에 반하여 원고의 업무수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제2업무에 관한 법적 쟁점과 법원의 판단
원고는, ‘영업양수도 당시 폐목재 거래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였고, 그 이후에도 자신의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폐목재 조달 업무를 하였다. 원고는 B사의 하자로 발전소가 가동 중단되어 계약에서 정한 특정물량을 전부 공급하지는 못하였으나,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전부 공급하지 못한 것이므로 피고에게 용역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아래와 같이 반박하였습니다.
(i) 폐목재 관련 공적 데이터에 따르면 이 사건 시설의 폐목재 보관량이 한계에 도달한 사실이 없어, 원고가 폐목재를 공급했다면 고형연료의 추가 생산이 가능하였음
(ii) 이 사건 시설은 발전소 건설 이전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어 왔으므로, 원고가 폐목재만 제대로 조달하였다면 피고는 고형연료를 생산하여 제3자에게 판매할 수도 있었음
(iii) B사의 귀책사유로 발전소 가동에 문제 생긴 시기에도 이 사건 시설은 무리 없이 운영되었음
나아가, 원고가 용역업무를 불성실하게 이행하였다는 점도 구체적으로 증명하여, 그로 인해 피고가 별도 영업 인력을 고용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 이 사건 시설 및 발전소의 영업손실까지 초래된 사정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전부 받아들여, 이 사건 시설의 객관적인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폐목재를 조달하지 않은 것을 정당화할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민법 제538조 제1항에서 정한 채권자의 귀책사유 또는 민법 제150조 제1항에서 정한 조건성취 방해 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3. 시사점
민법 제538조 제1항 또는 제150조 제1항에 의한 이행청구는 채권자의 귀책사유가 있어야 인정될 수 있는 것으로, 법원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 실현을 방해하는 행위가 있어야 하고, 그 행위가 신의칙상 비난받을 수 있는 경우에 이르러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분쟁에서는 발주자의 귀책사유가 인정될 수 있는지, 그 정도가 용역수행자의 이행을 방해할 수준인지, 용역수행자의 귀책사유가 경합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지 등에 관한 구체적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폐기물 재활용 분야에 관한 다양한 업무수행 경험을 토대로 발주자-용역수행자와의 제반 계약관계 및 이 사건 시설의 운영 현황을 분석, 평가한 후 그 결과에 기초하여 용역수행자가 용역을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발주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함으로써, 원고의 용역대금 청구를 성공적으로 방어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