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화력발전소 배연탈황설비 공사 중 발생한 변압기 아크 폭발 사망사고에서, 발주처(공기업) 및 그 임직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업무상과실치사상 유죄판결(원심)을 파기환송받음으로써, ‘항만공사 판결’ 이후 건설공사발주자 인정에 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선례를 남기다 –

대법원 2026. 6. 25. 선고 판결 (원심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환송)

 

1. 사건의 배경 — 중대재해 사건에서 ‘건설공사발주자’ 인정 여부가 갖는 의미

사업장 내 건설공사를 도급한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도급인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는, 단순한 개념 분류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처벌 여부 자체를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제5장 ‘도급 시 산업재해 예방’에서 도급인에 대하여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제63조)를 부과하고 있으며, 그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제167조 제1항). 반면 ‘건설공사발주자’는 도급인의 범위에서 제외되어(제2조 제7호 단서, 제10호) 별도의 산업재해 예방조치의무(제67조)만을 부담하고, 그 위반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과태료(제175조)의 대상에 그칩니다. 결국 동일한 사망사고를 두고도, 발주처가 ‘도급인’으로 평가되면 중한 형사책임을 지게 되는 반면, ‘건설공사발주자’로 평가되면 형사처벌을 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별은 비단 산업안전보건법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제5조 역시 사업 또는 시설·장비·장소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를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귀속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건설공사발주자성 판단의 핵심 징표인 ‘유해·위험요소에 대한 실질적 지배·관리 권한’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습니다. 따라서 발주처가 산업안전보건법 상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의 책임의 향방과도 직결되는, 발주처(특히 대규모 사회기반시설을 발주하는 공기업)에게 가장 민감한 쟁점입니다.

 

2. 사건의 개요와 법무법인(유) 세종의 상고심 수임

이 사고는 건설 중이던 대규모 화력발전소(총공사비 약 1조 6,000억 원)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였습니다. 발주처인 전력 공기업(이하 ‘발주회사’)은 위 발전소 건설사업을 27개 사에 분리·도급하고 별도의 건설본부를 두어 전체 공정을 관리하였으며, 그중 배연탈황설비 공사는 시공능력순위 상위권의 대형 건설사(이하 ‘시공회사’)가 도급받아 시공하고 있었습니다. 2020. 4. 10. 위 설비의 변압기 1차 측(11kV 고압 측)에서 상회전 테스트 중 아크 폭발이 발생하여, 시공회사 소속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상해를 입었습니다.

수사기관은 실제 시공을 담당한 시공회사뿐만 아니라 발주처인 발주회사와 그 안전보건총괄책임자(건설본부장) 및 담당 직원들까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제1심은 발주회사와 그 임직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원심(항소심)은 발주회사를 발전소 건설공사를 총괄·관리하는 도급인으로 보아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상고심에서 발주회사의 대리인으로 추가 선임되어 사건 내용을 철저히 검토분〮석한 후,‘발주회사는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도급인이 아니라 도급인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며,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 형사책임은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을 변론의 핵심 축으로 삼아 상고이유서 및 상고이유 보충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습니다.

 

3. 세종의 상고이유와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법무법인(유) 세종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 중 발주회사 및 그 임직원에 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그 전제로,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하는지는 그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되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참조)를 재확인하였습니다. 나아가 발주자가 도급인 책임을 우려하여 공사 관여를 주저·포기하게 되면 오히려 산업재해 위험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발주자가 공사에 필요한 자격·전문인력·설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도급의 목적 달성을 위해 점검·조정·확인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쉽사리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세종이 상고이유서 및 상고이유보충서를 통하여 주장한 핵심 논거와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판단을 대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세종의 상고이유 (핵심 논거) 대법원이 받아들인 판단
① 발주자/ 도급인 구분 발주회사는 발전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배연탈황설비에 관한 면허·전문인력·설비가 없으며, 설계·시공은 시공회사가 전담하고 사고 변압기도 공급자인 시공회사의 관리영역에 있었으므로, 발주회사는 시공을 주도·총괄·관리하는 도급인이 아니라 유해·위험요소에 대한 실질적 지배·관리 권한이 없는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함 발주회사는 배연탈황설비 공사에 관한 전문성을 갖추고 시공을 주도·총괄·관리할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사고 변압기는 시공회사가 관리할 영역에 있었으며, 발주회사의 주간공정회의 주관이나 SWP 승인은 발주자의 점검·조정·확인 범위를 넘지 아니하므로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도급인 아님)
② 범죄 성립 여부 발주회사가 도급인이 아닌 이상,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전제로 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안전보건총괄책임자(건설본부장)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전제로 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성립할 수 없음 발주회사를 도급인으로 보기 어려운 이상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건설본부장에게도 이를 전제로 한 산업재해 예방조치의무·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주의의무를 인정하기 어려움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무법인(유) 세종의 상고이유를 모두 받아들여, 원심판결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반면 실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한 시공사 및 그 현장소장 등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여 그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책임의 실질적 귀속 주체를 분명히 가려냈습니다.

 

4. ‘항만공사 판결’과의 비교 — 동일한 법리, 상반된 결론

이 사건이 인용한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이른바 ‘항만공사 판결’)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구별 기준을 최초로 설시한 리딩 케이스입니다. 그런데 두 판결은 ‘유해·위험요소에 대한 실질적 지배·관리 권한’이라는 동일한 판단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사실관계의 차이에 따라 정반대의 결론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함께 읽을 때 그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항만공사 판결에서는 원심이 ‘시공 자격·능력의 결여’를 들어 항만공사를 건설공사발주자로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고 항만공사를 도급인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갑문의 유지·관리가 항만공사의 주된 설립 목적이고, 항만공사가 유지보수 전담부서를 두어 점검을 직접 수행하며 보수공사의 설계도면을 직접 작성·변경하는 등 해당 공사에 높은 전문성과 실질적 지배·관리 권한을 행사하였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반면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발주회사를 건설공사발주자로 판단하였습니다. 발전이라는 주된 사업과 구별되는 일회성 신축 공사라는 점, 발주처에 해당 설비에 대한 전문성·전담조직이 없는 점, 설계·시공을 시공사가 전담하고 발주처의 관여는 통상적 발주자 활동에 그친 점이 그 근거였습니다. 두 판결의 핵심 변별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별 요소 항만공사 사건 (대법원 2023도14674)
→ 도급인 인정
이 사건 (발주회사) → 건설공사발주자 인정
공사의 성격 기존 핵심시설(갑문)의 유지·보수 신규 발전소의 신축 건설공사(일회성)
사업목적과의 관련성 갑문 유지·관리가 주된 설립목적 (계속·반복적 사업) 발전(전력 개발·판매)이 주된 사업, 건설은 공사 완료로 종료되는 일회성
전문성·전담조직 유지보수 전담부서·전담직원 보유, 일상·정기점검 직접 수행 배연탈황설비 관련 면허·전문인력· 설비 없음(전문성 결여)
설계·공정 관여 정도 설계도면 직접 작성·변경, 공정률 매주 점검 설계·시공은 시공사가 전담, 공정 점검·조정·확인 수준
위험요소의 지배영역 사고 설비가 발주처 관리영역에 위치 사고 변압기는 공급자(시공사) 영역, 인도 전 단계
발주자 활동의 평가 공사 전 과정을 실질적으로 주도 주간공정회의·SWP 승인은 통상적 발주자의 조정·확인 활동
수급인의 규모·전문성 소규모 업체(자본금 10억 원, 근로자 약 10명) 대형 건설사(시공능력순위 상위권)
소송 구도 검사 상고 → 무죄(원심)를 파기 (유죄 취지 환송) 피고인(세종 측) 상고 → 유죄(원심)를 파기(무죄 취지 환송)

요컨대 ‘실질적 지배·관리 권한’이라는 기준은 양방향으로 작동하는 잣대입니다. 항만공사는 자기 사업장의 기존 핵심시설을 직접 운영·유지보수하는 주체였기에 그 보수공사의 위험요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도급인으로 평가된 반면, 발주회사는 자신의 주된 사업과 구별되는 전문 영역의 신규 설비를 일회적으로 신축하면서 그 시공을 전문 대형 건설사에 맡긴 발주자였기에, 통상적인 발주·관리 활동을 하였음에도 건설공사발주자에 머무른 것입니다.

 

5. 이 사건의 의미 — 건설공사발주자 인정에 관한 새로운 기준과 법무법인(유) 세종의 성과

항만공사 판결이 선고된 직후, 실무계에서는 그 판결이 도급인의 책임 범위를 확대·강화한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항만·발전소 등 사회기반시설을 운영하는 공기업은 해당 시설에 관한 높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유지·보수 공사를 도급하는 경우 대부분 도급인으로 인정되어 건설공사발주자 지위를 인정받기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였습니다. 실제로 항만공사 판결 이후 이 사건을 비롯하여 발전·에너지항〮만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을 운영하는 여러 공기업의 발주자 지위가 다투어지는 사건들이 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바로 그러한 흐름 속에서, 동일한 법리를 적용하면서도 발주처(공기업)가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한다’는 결론에 이른 사실상 첫 대법원 판단으로서, 항만공사 판결만으로는 충분히 드러나지 아니하였던 ‘건설공사발주자로 남는 경계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① 발주처의 주된 사업과 구별되는 일회성 신축 건설공사인지, ② 발주처가 해당 공사에 전문성·전담조직을 갖추고 있는지, ③ 발주처의 관여가 설계·시공의 실질적 주도에 이르렀는지 아니면 주간공정회의 주관·SWP 승인 등 통상적 발주자 활동에 그쳤는지를 핵심 변별 기준으로 제시함으로써, ‘공기업은 곧 도급인’이라는 도식에 제동을 걸고 발주처의 형사 리스크 관리에 실무적 지침을 제공하였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상고심에서 발주회사의 변호인으로 합류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별에 관한 일관된 법리 구성과 치밀한 사실관계·계약구조 분석을 토대로 상고이유서 및 상고이유보충서를 통해 원심의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을 다투었고, 그 결과 유죄로 뒤바뀐 발주처와 그 임직원에 대한 원심판결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으로 돌려세웠습니다. 이는 항만공사 판결로 건설공사발주자 인정이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전망되던 국면에서, 발전소 건설공사라는 새로운 유형의 사안에 관하여 건설공사발주자 인정에 대한 의미 있는 대법원 판단을 이끌어낸 성과로서, 중대재해 사건에서 책임의 실질적 귀속 주체를 정확히 가려내고 발주처의 형사책임 범위를 합리적으로 획정하는 데 있어 세종의 중대재해 대응 역량과 형사·상고심 분야의 전문성이 다시 한번 확인된 사례라 할 것입니다.

이 판결은 향후 발전·에너지·항만·도로 등 대규모 사회기반시설을 분리·도급하여 건설하는 공기업과 대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설계 및 형사 리스크 관리에 있어, 자신이 도급인인지 건설공사발주자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준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