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X주식회사(이하 ‘X사’)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X사의 최대주주인 주식회사 A(이하 ‘A사’)의 소집 청구로 개최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의장인 X사의 대표이사가 상법 제369조 제3항(상호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근거로 A사가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모두 제한하였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A사를 대리하여, 위와 같은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는 것을 이유로 임시주주총회 의장이었던 X사의 대표이사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X사 대표이사로 하여금 A사에게 위자료를 배상하도록 하는 판결을 이끌어냈습니다.

 

2. 본건 사실관계

원고 A사는 X사의 지분 약 25.4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2024. 10.경 X사의 기존 경영진 교체를 위하여 신규 이사 선임 등을 목적사항으로 하는 임시주주총회의 소집을 청구하였습니다.

한편 X사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X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호주법인 H(이하 ‘H사’)의 100% 종속회사인 호주법인 C(이하 ‘C사’)로 하여금 이 사건 임시주주총회 전날인 2025. 1. 22. 원고 A사의 발행주식 약 10.33%를 취득하게 함으로써, ‘X사 → H사 → C사 → 원고 A사 → X사’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였습니다.

2025. 1. 23. 개최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의장인 피고는 위 순환출자 구조를 이유로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라 원고 A사가 보유한 주식 전부의 의결권을 제한하였고, 그 결과 원고 A사 측 의안은 부결되고, X사 측 의안이 가결되었습니다.

 

3. 사안의 쟁점 및 법원의 판단

법원은 법무법인(유) 세종의 주장을 받아들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주주총회 의장인 피고의 원고 A사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고, 피고에게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위자료 1억 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습니다.

가. 호주법인인 C사는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자회사’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의결권 제한은 위법함

상법 제369조 제3항이 규정하는 ‘자회사’는 주식회사임을 당연한 전제로 하므로, 외국회사가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리 상법상 주식회사와 동종 또는 가장 유사한 회사여야 함.

그런데 호주법인인 C사는 호주법상 Proprietary Limited(‘Pty Ltd.’)의 형태로 설립된 회사로, 폐쇄적 운영 구조와 사적 신뢰관계를 중시하는 법적 실질을 가지고 있어서 다수 투자자의 참여와 자본의 개방성을 본질로 하는 상법상 주식회사보다는, 오히려 지분 양도를 통제하고 사적 결합을 중시하는 상법상 유한회사의 성격에 훨씬 더 부합함.

따라서 C사는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자회사’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C사가 X사의 자회사임을 전제로 이 사건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한 피고의 행위는 위법함.

나. 주주총회 의장인 피고에게는 위법한 의결권 제한에 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됨

주주의 의결권은 주주의 기본적인 권리로서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정관이나 주주총회 결의로도 이를 박탈·제한할 수 없고, 이를 적법한 근거 없이 제한하는 경우 주주평등의 원칙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상법 제369조 제3항은 엄격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함.

따라서 주주총회 의장인 피고로서는 해당 규정에 따른 의결권 제한 사유가 있는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의결권을 제한받는 주주에게 법적 검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위법한 의결권 제한의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총회를 공정하게 진행할 의무를 부담함.

그럼에도 피고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이 사건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여 이 사건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기까지의 전 과정에 관여하면서 오로지 X사의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방어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다양한 법률적 견해를 확인하거나 상반된 해석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등의 객관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OO법률사무소 하나의 법률자문 결과만을 근거1로 위법하게 이 사건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였음.

또한 이 사건 임시주주총회 개회 직후에 비로소 의결권 제한을 고지하여 원고 A사에게 사전에 사실관계 및 법리를 검토할 기회를 전혀 부여하지 아니하였고 또한 원고 A사 측의 총회 연기 및 법리 검토 요청에도 불구하고 총회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였음.

결국 피고는 위법한 의결권 제한으로 원고 A사의 주주권이 침해될 수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였거나 적어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이에 나아간 것이므로, 주주총회 의장으로서 마땅히 다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것임.

다. 위 의결권 제한은 정당한 경영권 방어행위로 볼 수 없어 책임제한도 인정될 수 없음

피고는 위 의결권 제한이 원고들이 강행한 적대적 M&A에 대항한 정당한 경영권 방어행위이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피고의 침해행위의 태양과 그 결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의결권 제한을 정당한 경영권 방어행위의 일환이라거나 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음.

 

4. 본 판결의 의의·시사점

본 판결은 위법한 의결권 제한에 대하여 주주총회 의장의 불법행위 책임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큼. 그동안 우리 자본시장에서는 일부 회사들이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의결권 제한의 위법성을 감수한 채, 주주총회 현장에서 기습적으로 의결권을 제한한 사례가 종종 있었는데, 본 판결은 이러한 경우 주주총회 의장 개인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향후 주주총회 의장의 자의적·기습적 의결권 제한 관행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됨.2

 

1 피고는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X사와 X사의 기존 경영진에게 경영권 방어에 관한 자문을 제공한 법률사무소 한 곳으로부터만 의견을 받았음.
2 한편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최근 국회에도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주주총회 10일 전까지 법원에 주주총회 의장의 선임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 일부개정법률안(김현정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제2217498호, 2026. 3. 16. 발의 [2217498] 상법 일부개정법률안(김현정의원 등 11인) | 심사정보)이 발의되어 있는바, 주주총회 의장의 자의적·불공정한 권한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입법적 논의 역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