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하,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개정 「헌법재판소법」(이하 ‘헌재법’)이 2026. 3. 12. 시행되었습니다. 지난 5. 20.자 뉴스레터에서는 재판소원 절차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 제도와 결정례를 중심으로 살펴본 바 있습니다.  이후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를 통과하여 전원재판부에 회부되는 사건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사건을 본안판단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지 그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현재까지 사전심사를 통과한 재판소원 사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전원재판부 회부 현황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제도 시행일인 2026. 3. 12.부터 2026. 9. 1.까지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은 누적 2,154건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 중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를 통과하여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2026. 9. 1. 기준 20건입니다.

이하에서는 현재까지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20건 중 실무상 의미가 크다고 판단되는 사건을 먼저 상세히 살펴보고, 나머지 사건들은 그 요지를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2. 사전심사를 통과한 재판소원 사건 

가. 주요 사건

(1)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도과를 이유로 한 항소각하결정 사건(2026헌마944 등 9건)

사건 개요: 2024. 1. 16. 개정으로 신설된 민사소송법 제402조의2 제1항은 항소인이 항소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4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고, 같은 법 제402조의3 제1항은 위 기간(1회에 한하여 1개월 연장 가능)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항소법원이 결정으로 항소를 각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항소를 각하한 것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를 다투는 재판소원 사건 9건이 전원재판부에서 심리될 예정입니다. 

쟁점: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는 이미 민사소송법 제402조의3 제1항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 3건(2026헌바65, 2026헌바75, 2026헌바110)이 계속 중이어서, 위 재판소원 사건들과 함께 심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대법원은 최근 “항소이유서 의무제출제도의 도입으로 항소인이 입게 되는 불이익이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정도에까지 이르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지키지 못한 데에 항소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 또는 이에 준하는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법원은 항소인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라도 민사소송법 제172조 제1항에 따라 제출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보아 항소인이 소송구조 결정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넘긴 경우에는 항소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6. 8. 25. 자 2025마7481 결정 참조).

(2) 참고인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사본 미교부 사건(2026헌마1247) - 2026. 10. 21. 변론 예정

사건 개요: 공군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의 참고인인 청구인은 청구인의 주거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면서 영장 사본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다투며 준항고를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참고인은 피의자가 아니므로 영장 사본을 교부받을 권리가 없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청구인의 재항고를 기각하였습니다.

쟁점: 형사소송법 제118조, 제219조의 압수수색 영장 사본 교부 대상을 피고인∙피의자로 한정하고 참고인에게 인정하지 아니한 재판이 청구인의 평등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심리될 예정입니다.

(3) 백신 입찰담합 과징금 사건(2026헌마716) – 2026. 10. 23. 변론 예정

사건 개요: 녹십자는 백신 구매입찰 3건에서 담합을 하였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고 그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기각되었고, 대법원도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녹십자는 관련 형사재판에서는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이 부정되어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음에도 대법원이 경쟁제한성 판단에 대해 심리하지 아니한 채 과징금 사건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한 것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쟁점: 동일한 기초사실을 두고 형사재판과 행정재판의 결론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한 것이 재판청구권을 ‘명백하게’ 침해한 재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심리불속행 기각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는 아래 형제복지원 사건(2026헌마2583)에서도 쟁점으로 포함되어 있어, 심리불속행 제도의 운용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주목됩니다.

(4) 재건축조합 현황도로 사건(2026헌마1049)

사건 개요: 청구인인 원고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영등포구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른 공유재산 중 일반인의 교통을 위하여 제공되고 있는 부지(현황도로)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청구인이 위 매매계약 체결 당시 적용되던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65조에 따라 위 현황도로는 청구인에게 무상양도 되는 종래의 정비기반시설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이 이를 유상으로 매입한 매매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청구인은 공공 사업시행자의 경우 현황도로가 무상양도대상 정비기반시설이라고 규정한 구 도시정비법 제65조 제1항은 동조 제2항(민간 사업시행자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므로, 민간 사업시행자인 경우에도 현황도로가 무상양도대상 정비기반시설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위 조항이 민간 사업시행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쟁점: ‘현황도로’의 무상양도를 공공 사업시행자에게만 인정하고 민간 사업시행자에게는 인정하지 아니한 대법원의 해석이 청구인의 평등권, 재산권,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5) 장애인 활동지원기관 주민세 부과 사건(2026헌마2363)

사건 개요: 오랜 기간 주민세 종업원분이 면제되어 오던 다수의 비법인 장애인 활동지원기관들에 대하여 2020. 1. 15. 지방세특례제한법령 개정으로 다른 사회복지시설과 달리 장애인 활동지원기관에 주민세 종업원분을 과세할 근거가 생겼습니다. 이에 따라 비법인사단인 청구인은 2020년 1월분부터 2022년 1월분까지 합계 39,984,650원(가산세 포함)의 주민세 부과처분을 받았고, 이에 대한 취소소송은 제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쟁점: 이와 관련하여, 2020년 개정 지방세특례제한법상 면제 대상에 포함되었던 여타 사회복지단체 등과 달리, 기존에 주민세 종업원분이 면제되어 온 장애인활동법에 따른 활동지원기관을 운영하는 비법인사단을 면제 대상에서 배제한 이 사건 법령조항 및 이를 적용하여 청구인의 과세처분 취소소송을 기각한 심판대상판결들이 청구인의 평등권, 재산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전원재판부에서 심리될 예정이며, 관련 위헌소원 사건(2024헌바507)도 전원재판부에 계속 중입니다.

(6) 형제복지원 국가배상 사건(2026헌마2583)

사건 개요: 청구인들은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수용되어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와 자녀들로서,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제1심은 망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실과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여 위자료의 지급을 명하였습니다.  청구인들은 항소하면서 망인의 일실수익과 장례비에 대한 청구를 추가하였는데, 항소심은 ‘망인이 강제로 수용된 기간 동안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기는 하나,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수용 중의 가혹행위 또는 부당한 대우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쟁점: 헌법재판소는 ① 인과관계의 입증에 관한 위와 같은 법원의 판단이 국가배상청구권의 실효적 보장을 형해화한 것인지 또는 헌법 제29조 제1항의 ‘정당한 배상’에 반하는지 여부, ② 원심판결의 헌법 위반 여부가 문제됨에도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한 것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인지 여부, 그리고 ③ 헌법 제29조 제1항의 국가배상청구권이 실효적으로 보장되도록 할 법원의 헌법상 책임, 국가배상소송에서 인과관계에 관한 증거의 구조적 편재(偏在) 문제 등이 전원재판부에서 검토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나. 그 밖의 회부 사건

① 양벌규정 적용 법인의 재심청구 기각 사건(2026헌마1047): 청구인 회사와 그 대표이사는 미신고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혐의로 각 벌금 1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는데, 대표이사는 정식재판 항소심에서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반면 양벌규정이 적용된 청구인 회사의 재심청구는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재심을 허용하지 않은 재판이 평등권,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와 양벌규정 사건에서의 재심 인정 범위(확정판결의 안정성 대 실질적 정의)가 심리될 예정입니다.

② 전과사실 익명보도 손해배상 사건(2026헌마1776): 기자들이 기업가의 고위공직자와의 친분 과시, 과거 사기 전과 사실 등을 보도한 사안에서, 법원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전과 사실을 익명으로 공개한 부분에 대하여 사실 적시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하여 1,000만 원의 배상을 명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민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공공의 이익’의 범위,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 간의 비교형량 기준이 심리될 예정입니다.

③ ‘서울서부지방법원 사태’ 다큐멘터리 감독 사건(2026헌마1726):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인 청구인은 서울서부지법 사태 당시 법원 경내에 침입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벌금형이 확정되었습니다. 이때 청구인의 행위가 헌법상 예술의 자유 및 언론·출판의 자유 내지 저널리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심리될 예정입니다.

④ 버스 휠체어 탑승 사건: 지체장애인인 청구인이 버스회사,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청구인이 탑승할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이 있는 7개 노선을 특정하여 단계적으로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이때 대상 노선을 청구인의 직장에서 가족의 주거지를 잇는 노선으로만 한정한 판결이 청구인의 이동권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심리될 예정입니다.

⑤ 유사강간 무죄판결에 대한 피해자의 재판소원 사건: 법원이 피고인의 유사강간 행위가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었는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자, 피해자가 무죄확정판결을 다툰 사안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재판의 당사자가 아닌 피해자가 청구한 재판소원의 허용 범위, 그리고 유사강간죄 인정을 위한 폭행·협박의 정도에 관하여 이른바 최협의설을 취한 법원의 판결이 청구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심리될 예정입니다.

⑥ 선고유예 실효 사건(2026헌마1588): 청구인은 벌금 7억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으나 유예기간 중 별건의 업무상배임죄로 징역 1년이 확정되었고, 법원은 검사의 선고유예 실효 청구에 따라 벌금 7억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청구인은 형법상 선고유예 실효 조항이 평등원칙 등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고, 같은 조항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2023헌바61 등)이 전원재판부에서 심리될 예정입니다. 

 

3. 실무상 시사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금까지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들은 그 쟁점에 따라 ① 법원의 절차 진행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가 문제되는 사건, ② 법원의 법률 해석·적용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가 문제되는 사건, ③ 충돌하는 기본권 사이의 이익형량이 문제되는 사건, ④ 재판에 적용된 법령 자체의 위헌성이 함께 문제되는 사건 등이 있습니다.

재판소원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본안판단은 앞으로 위 회부 사건들을 통해 구체화될 것이고,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재판소원의 심사기준과 인용 범위를 가늠하는 첫 선례가 될 것이므로 그 추이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