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6. 5. 21. 선고한 2024가합74272 손해배상(지) 사건 판결에서,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원고’)가 해외 스트리밍 플랫폼 운영사(이하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각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법원은 본안전 항변과 관련하여 (i) 원고가 해외 저작권 집중관리단체로부터 받은 소송신탁이 유효하지 않고, (ii) 소송물도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소가 부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법원은 본안에 대해서도 예비적으로 판단하면서, 피고들과 같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이하 ‘OSP’)가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를 교사하거나 부작위로 방조하여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지는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이 판결의 주요 내용과 법적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2. 사건의 배경
원고는 권리자들로부터 음악저작물의 공중송신권 등 저작재산권을 신탁받아 관리하는 단체인데, 해외 음악저작물의 경우 이를 관리하는 해외 저작권 관리단체들과 상호관리계약을 체결하여 국내에서 해외 음악저작물의 공중송신권 등을 관리하면서 그 이용을 허락하고 사용료를 지급받아 저작권자들에게 배분하는 등의 업무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피고는 스트리머들의 실시간 방송을 중계하거나 VOD 형태로 게시하는 플랫폼(이하 ‘플랫폼’)을 운영하는 미국 회사 및 플랫폼의 국내 광고·마케팅을 담당한 국내 법인입니다.
스트리머들은 직접 노래를 하거나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등의 방식으로 음악저작물을 사용하였고 이는 피고들이 운영하는 플랫폼을 통하여 공중송신되었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2018. 6. 말경부터 2023. 8. 4.경까지 저작권 사용료를 협상하였으나 결국 계약 체결이 무산되었고, 이후 피고들은 2024. 2. 27. 국내 사업을 중단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이 2016년경부터 2023년경까지 원고가 신탁관리하는 음악저작물을 무단으로 공중송신하였는데 이는 (i) 회원들의 침해행위를 용인·장려하거나 (ii) 침해를 막을 작위의무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방조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을 상대로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청구 대상에는 원고가 해외 관리단체들과 맺은 상호관리계약에 따라 신탁받았다고 주장한 해외 음악저작물과 국내 음악저작물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3. 판결의 요지
가.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1) 해외 음악저작물에 관한 당사자적격
피고들은 우선 해외 음악저작물에 대해서는 원고가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원고와 해외 저작권 관리단체 간에 체결된 상호관리계약에는 (i) 원고에게 해외 음악저작물의 공연권을 신탁한다거나 배타적 권리를 양도한다는 규정이 있고 (ii) 일부 계약은 원고에게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위 (i)과 관련하여 일부 관리단체는 저작권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에서 비독점적 공연권만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자신이 부여받은 권리의 범위를 넘어서서 공연권 자체를 원고에게 신탁할 수 없고 또 다른 관리단체의 경우에도 저작권자로부터 공중송신권을 포함한 공연권을 신탁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기 때문에 원고가 각 관리단체로부터 위 공연권을 신탁적으로 양도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위 (ii)와 관련하여 법원은 이는 해외 저작권 관리단체들이 원고에게 임의적 소송신탁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임의적 소송신탁은 이를 인정할 합리적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라고 설시한 후(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다87474 판결), 이 사건의 경우에는 해외 관리단체들이 직접 국내 대리인을 선임하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고 또 그러한 소송 진행이 이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으며, 그 손해배상금도 결국 저작권자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 원고가 이 사건 소송에 대하여 고유한 이익을 가진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임의적 소송신탁의 필요성을 부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해외 음악저작물에 대한 청구는 원고에게 당사자적격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소송물의 특정에 관한 판단
소송물이 특정되었는지는 소송요건으로서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입니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에서, 피고측 회원들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원고가 관리하는 국내 저작권에 관한 광범위한 침해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일부 침해 저작물에 관하여는 피고들의 침해 사례를 설명하기 위하여 특정한 것에 불과하며 위와 같이 특정한 침해 저작물에 대한 개별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취지가 아니라고 명시하였습니다. 이에 법원은 원고가 침해되었다거나 무단 이용되었다고 주장하는 구체적인 저작물이 명확하게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특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 소는 소송물이 특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각하하였습니다.
나. 본안에 관한 예비적 판단
법원은 소가 적법한 경우를 가정하여 본안에 대해서도 예비적으로 판단하면서, 피고들이 회원들의 침해를 교사·장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OSP인 피고들에게는 부작위에 의한 방조 책임도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1) 교사 등에 의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에 관한 판단
법원은 피고들의 교사 등에 의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에 관하여, (i) 피고들은 오히려 플랫폼 게시글과 이메일을 통해 허가받지 않은 음악은 재생하지 말고 라이선스가 확보된 음악만 이용하라고 안내하였고, (ii) 피고들이 스트리머의 방송 내용이나 음악 선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있었으며, (iii) 저작권 사용료 협상이 결렬된 것은 장기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일 뿐이고 오히려 피고들에게는 유리한 협상을 위해 무단 음악 사용을 막을 유인이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피고들이 회원들의 저작권 침해 행위에 적극 가담하거나 이를 교사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부작위에 의한 방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 책임에 관한 판단
법원은 피고들의 부작위에 의한 방조 책임을 판단함에 있어, OSP의 부작위에 의한 방조 책임에 관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4343 판결 등)의 법리를 적용하였습니다. 즉, OSP는 침해 게시물이 게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불법행위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며, (i) 침해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ii)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삭제·차단 요구를 받았거나 침해 게시물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으며, (iii) 기술적·경제적으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 삭제·차단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먼저 원고의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 삭제 및 차단 요구가 있었거나 피고들이 침해 게시물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법원은, (i) 원고가 소장을 송달하면서 비로소 침해 게시물의 일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였고, (ii) 피고들이 저작권 주의 공지를 게시하는 등 침해 가능성을 일반적으로 인식한 것만으로는 원고 관리저작물에 대한 구체적 침해 상황을 인식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iii) 원고는 사용료 협상 중이었기 때문에 차단·삭제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하나 현존하는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요구를 할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 피고들이 구체적·개별적인 삭제·차단 요구를 받았거나 침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피고들의 기술적·경제적 관리·통제 가능성과 관련하여 법원은, 실시간 스트리밍과 VOD·클립 서비스를 나누어 판단하였습니다. 실시간 스트리밍에 관하여는 (i) 피고들이 침해 게시물에 대한 통지 및 삭제 절차를 운영하고 회원들에게 여러 차례 저작권 준수를 공지하였으며, (ii) 매일 방대한 양이 송출되는 콘텐츠를 모두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것은 현실적·기술적·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 그 이상의 확인 의무를 지우는 것은 과도하고 콘텐츠의 자유로운 유통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VOD·클립에 관하여는 피고 C가 (i) 통지 및 삭제 절차에 따라 VOD를 삭제하고, (ii) 반복 침해자 계정을 정지하였으며, (iii) T 프로그램으로 무단 음악을 자동 음소거하였다는 이유에서,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절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아울러 권리자도 플랫폼에 권리를 고지하고 조치를 요구하는 방법으로 비교적 어렵지 않게 스스로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도 저작권 침해 책임을 부정하는 하나의 요소로 고려하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피고들에게 침해 음악을 선별하여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방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 책임 주장도 배척하였습니다.
4. 시사점
위 판결은 국내 저작권 관리단체가 해외 관리단체의 관리저작물까지 포괄하여 소송상의 권리를 행사하려면 상호관리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해외 관리단체가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 자체를 신탁받아 이를 다시 국내 관리단체에 신탁하였다는 점이 인정되거나, 그렇지 않다면 임의적 소송신탁을 인정할 합리적 필요성이 소명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처럼 이 판결은 국내 저작권 관리단체가 해외 관리단체의 관리저작물까지 포괄하여 소송상의 권리를 행사하려면 엄격한 요건이 적용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나아가 본안에 관한 판단은 OSP의 방조 책임에 관한 대법원 법리를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에 적용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법원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실시간 방송을 상시 감시할 의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플랫폼 사업자가 적절한 통지 및 삭제 체계를 갖추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플랫폼이 침해 게시물에 관한 통지 및 삭제 절차를 운영하고, 반복 침해자의 계정을 제재하며, 무단 음악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기술과 이용자 대상 저작권 준수 공지를 갖추었다는 점을 근거로 플랫폼이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한 범위의 적절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플랫폼 사업자로서는 이와 같은 적절한 대응 체계를 사전에 마련해 두고 그에 따른 통지, 삭제, 계정 정지 및 제재 등의 처리 내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이용자에게 라이선스의 이용 범위를 정확히 안내하고, 플랫폼 운영 방식을 점검하여 저작권 침해를 유도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사항이 발견되면 적시에 개선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1심 판결이고 원고는 현재 항소를 제기한 상황이므로, 향후 상급심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 내용과 관련하여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법무법인(유) 세종 저작권·미디어콘텐츠팀(CopyrightMediaTeam@shinkim.com)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