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FCPA나 영국의 Bribery Act로 인해 외국공무원에 대한 해외뇌물죄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1998년 OECD의 부패방지협약을 받아들여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 방지법(이하 “국제뇌물방지법”이라 합니다)’을 제정하였으나, 아직 수사 사례나 판례는 많지 않은 형편입니다. 하지만 최근 국제뇌물방지법상 외국공무원의 범위와 관련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서울고등법원 2013. 2. 1. 선고 2012노865, 2685 판결)이 선고되어 아래에서는 이에 관해 간략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기초 사실 관계 및 쟁점
항공회사 대표이사인 A는 중국동방항공고분 유한회사 (이하 “동방항공”이라 합니다) 한국지사장 C에게 자신의 항공회사 화물 운송량을 타 업체보다 더 많이 하여 주고, 화물운임은 다른 화물대리점보다 낮은 가격에 해달라는 등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금원을 교부하였습니다.
여행사 대표인 B는 동방항공 한국 지사장 C에게 자신의 여행사가 동방항공 여객항공권을 발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해 주고, 타 업체보다 더 많은 좌석을 배정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금원을 교부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A와 B에 대하여 형법상의 배임증재 외에 과연 국제뇌물방지법위반죄가 함께 인정될 수 있는가 입니다. 즉 본 사안에서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동방항공의 한국지사장이 국제뇌물방지법 제2조상의 ‘외국공무원 등’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국제뇌물방지법상 외국공무원의 범위
해외뇌물죄를 규율하는 국제뇌물방지법은 제2조에서 ‘외국공무원등’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제2조 제1호:
임명직 또는 선출직에 상관없이 외국정부(중앙정부로부터 지방에 이르는 모든 단계의 정부를 포함한다)의 입법, 행정 또는 사법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이는 좁은 의미의 외국공무원을 의미)
제2조 제2호: 외국의 공공기능 수행자로 그 범위를 넓히고 있음.
가) 외국정부로부터 공적 업무를 위임 받아 수행하는 사람
나) 특정한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법령에 따라 설립된 공공단체 또는 공공기관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다) 외국정부가 납입자본금의 50%를 초과하여 출자하였거나 중요사업의 결정 및 임원의 임면 등 운영 전반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를 행사하고 있는 기업체의 임직원 (다만, 차별적 보조금이나 그 밖의 특혜를 받지 아니하고 일반 사경제의 주체와 동등한 경쟁관계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체의 경우는 제외한다)
제2조 제3호: 공적 국제기구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1호와 제3호는 비교적 명확하다고 할 수 있으나, 문제는 제2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국영 기업 혹은 공기업 임직원에 대해 규율한 제2호 다목의 범위 설정이 어려운 과제이며 본건에서도 바로 제2호 다목의 해석 및 범위설정이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3. 원심 판결 및 항소심 판결
원심(인천지방법원 2012. 2. 14. 선고 2011고합277, 294, 757 판결)은 A 및 B에 대하여 배임증재죄의 성립은 인정하였으나, 국제뇌물방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동방항공이 국제뇌물방지법 제2조 제2호 다.목이 정한 ‘중국정부가 납입자본금의 50%를 초과하여 출자하였거나 중요사업의 결정 및 임원의 임면 등 운영 전반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체’ 이면서, 차별적 보조금이나 그 밖의 특혜를 받지 아니하고 일반 사경제 주체와 동등한 경쟁관계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만한 자료가 적지 않으나, 좀 더 공신력 있는 자료들에 의하여 뒷받침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동방항공이 위 조항이 정한 기업체에 해당한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검찰은 동방항공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국제뇌물방지법 제2조 제2호 다.목의 ‘외국 정부가 실질적인 지배를 하는 기업체’에 해당하므로, 본 사안은 국제뇌물방지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항소하였습니다:
•국유법인(중국정부100% 소유)인 중국동방항공집단공사가 동방항공 지분을 50% 이상 소유.
•동방항공 사장을 중국정부가 임면하고 있음.
또한, 더 나아가서, 국제뇌물방지법 제2조 제2호 다목 제외업체인 ‘차별적 보조금이나 그 밖의 특혜를 받지 아니하고 일반 사경제의 주체와 동등한 경쟁관계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체’인지 여부와 관련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제외업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였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회사의 분할, 합병 등을 주관하고, 그 운영자를 임명.
•횡령 등 금전 사고가 있는 경우에는 중국 국유자산관리위원회나 지방정부에 신고.
•동방항공의 운영 악화에 대하여 중국 정부의 심사계 (우리나라의 감사원)에서 감사활동.
•중국 정부에서 거액의 자금을 지원.
위와 같은 검찰의 항소이유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은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용할 뿐 추가적인 설시나 판단 없이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항소심 판단이 너무 짧아 국제뇌물방지법상 ‘외국공무원’의 범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해석 기준이 제시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워 보입니다.
4. 시사점
앞서 본 판결은 국제뇌물방지법상 외국공무원의 범위에 관한 해석 및 입증정도에 관한 지침을 주는 귀한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이 국제뇌물방지법위반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동방항공 한국지사장이 동법상 외국공무원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이에 대한 검찰의 입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즉, 원심과 항소심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동방항공이 동법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기업체에 해당한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특히 판결문 내용 중에는 동방항공이 국제뇌물방지법상의 ‘외국공무원등’으로 볼 수 있는 기업체에 해당한다고 볼만한 자료가 적지 않다고 설시한 부분도 있는 만큼 이후 대법원에서의 최종 판단이 주목됩니다.
사실 해외뇌물죄에서 외국공무원의 범위와 관련한 논쟁은 외국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FCPA의 경우 외국공무원으로 간주되는 국영기업(state-owned entity)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단순히 ‘instrumentality(공적업무 대행기관)’의 임직원도 포함된다고만 기술하여 ‘instrumentality’의 해석을 둘러싸고 매우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향후 우리도 국제뇌물방지법 사건이 증가하고, 외국공무원의 범위와 관련된 논쟁이 활발해 질 경우 미국 등 해외의 판례와 학설이 많은 참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뇌물죄에서 있어서 ‘외국공무원’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국내기업들이 외국기업들과 거래를 하면서, 외관상 명확한 국영기업으로 보이지 않는 경우에도, 그 임직원들이 우리의 국제뇌물방지법이나 미국의 FCPA, 영국의 Bribery Act상의 ‘외국공무원’에 해당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중국, 베트남 등과 같이 일반 기업체에도 정부의 실질적인 지배력이 미칠 수 있는 국가에서는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 상기의 사항에 대하여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신 분은 연락하여 주시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상담하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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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뇌물죄에서의 외국공무원의 범위
201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