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개성공단’으로 불리는 개성공업지구는 남북한이 합작으로 추진하는 북한 내의 경제특구로서 2015년 남한의 124개 입주기업에 북한 주민 54000여명이 근무할 만큼 성장하였습니다. 개성공업지구는 북한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남한의 주권적 효력이 실질적으로는 미치지 않는 지역이면서도 남한주민이 체류하며 기업을 경영하면서 경제활동을 하게 되므로, 재판관할권이 남한에 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형사사건의 경우, 남한주민이 저지른 범죄에 대하여는 남북한 간의 합의서에 따라 피해자가 북한주민일 경우에도 남한에서 사법권을 행사하여, 대한민국 법원은 형사재판관할권을 가지는 것을 전제로 남한의 법령을 적용하여 판결해 왔습니다. 그러나 민사사건의 경우에는 이러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북한과 관련되어 발생한 민사 분쟁에 대한 대한민국의 재판관할권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개성공업지구 내에서 발생한 민사사건에 있어서, 종래 하급심 법원에서 별도의 판단 없이 대한민국의 재판관할권이 미침을 전제로 판결한 사례들이 있었지만, 그에 관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단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2016. 8. 30. 개성공업지구 내 현지기업들 사이에 발생한 민사 분쟁에 대하여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시하는 대법원 판결이 최초로 선고되었습니다(2015다255265 사건). 위 소송은 남한주민이 개성공단에 진출하여 설립한 개성공업지구 현지기업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여 한 현지기업이 다른 현지기업을 상대로 개성공업지구 내에 존재하는 건물 인도를 청구한 사건이었습니다. 1심 및 2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피고에게 개성공업지구 내 해당 건물을 인도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피고가 상고하여 개성공업지구 현지기업 사이의 민사분쟁에 해당하는 이 사건에 대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없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①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개성공업지구지원법’)의 각 관련 규정, 즉 개성공업지구지원법 제2조 제4호는 “개성공업지구 현지기업”을 “남한주민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협력사업의 승인을 받거나 신고의 수리를 받아 개성공업지구에 설립한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고,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7조 및 제17조의2는 개성공업지구 현지기업의 설립에 필요한 요건과 절차를 규율하고 있는 점, 개성공업지구지원법은 정부가 개성공업지구의 원활한 조성과 운영 등을 위하여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 경우 개성공업지구를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8호 가목에 따른 국가산업단지로 본다고 규정하는 한편(제6조), 정부가 현지기업에 대하여 관계 법령에 따른 각종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제7조 내지 제12조), 개성공업지구 현지기업과 이에 고용된 남한주민에 대하여 국민연금법, 국민건강보험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을 적용하고 있는 점(제13조 내지 제15조)과, ② 개성공업지구 현지기업 사이의 민사분쟁은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질서에 기초한 경제활동을 영위하다가 발생하는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대한민국 법원은 개성공업지구 현지기업 사이의 민사분쟁에 대하여 당연히 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이는 소송의 목적물이 개성공업지구 내에 있는 건물 등이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는 사정만으로 이행의 소의 권리보호이익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원고가 개성공업지구에 위치한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인도청구의 소에서 승소하더라도 강제집행이 곤란하여 소의 이익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참고로 북한의 4차 핵실험 등으로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 남한 사법당국은 개성공단에서 판결집행을 시도하였으나 상대방 당사자의 거부로 집행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현실적으로도 북한지역에서 강제집행을 실시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이 판결로 인해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과 하위규정에 의해 창설되어 북한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현지 법인들 사이의 분쟁이고 분쟁 목적물이 개성공단 내에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남한 주민이 대한민국의 승인 등을 받아 기업을 설립하고 그 기업이 대한민국으로부터 일정한 지원을 받으며 활동하는 경우에는, 재판관할권 인정에 관한 관련성 등 이론에 따라 여전히 대한민국의 재판관할권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명확해 졌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판결이고, 향후 남측에서 단독 또는 합작으로 북한의 개성공업지구 또는 그 이외의 지역에서 기업을 설립하고 투자하려는 경우 그 설립 및 활동에 관한 법적 분쟁의 해결수단에 관하여 위 대법원 판결과 관련 법리가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고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