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5.11. 선고 2017다35588·35595 전원합의체 판결

피고는 자동차 제조·판매업을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과장급으로 승진하여 간부사원으로 근무한 자들입니다. 피고는 전체 직원에 대해 단일한 취업규칙을 적용하고 있었으나 근로기준법 개정(법률 제6974호, 2003. 9. 15, 일부개정)에 따라 법정근로시간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되자 개정법의 취지를 반영하여 2004. 7. 1. 부터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하여 법정 근로시간 단축, 월차휴가 폐지, 상한이 없던 연차휴가를 25일로 제한하는 내용을 규정하였습니다. 피고는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정 당시 취업규칙의 직접 적용대상인 간부사원들의 89%에 해당하는 자들로부터 동의서를 받았지만 직접 적용대상이 아닌 비간부사원들로 구성된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이에 간부사원들 중 일부인 원고들은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와 관련된 부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2004년부터 지급받지 못한 연월차휴가수당을 부당이득 반환으로서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있어 집단적 동의의 주체가 되는 근로자 집단에 간부사원이 아닌 자도 포함되는지 여부와, ②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정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인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대법원의 법리에 따르면 비록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시점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도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은 물론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근로자 집단이 동의주체가 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두2238 판결).

원심은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정은 간부사원들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전체 근로자에게 간부사원으로의 승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은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부분은 효력이 없다고 보았으며, 대법원은 기존의 판례 법리에 따라 위 쟁점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습니다.

한편, 피고는 항소심에서 위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 취업규칙 변경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있는 변경에 해당하여 그 변경에 관하여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유효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였더라도 그러한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유효하다고 본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정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취업규칙 변경’이 아니라고 보아 피고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피고가 상고하여 대법원에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한 쟁점으로 다루어졌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는 단순히 사회통념상 합리성 있는 변경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이에 관한 기존의 판례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새로운 법리를 전개하였습니다. 즉, 본건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원은 (i)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을 실현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절차적 권리라는 점, (ii) 집단적 동의는 단순한 요식적 절차를 넘어서는 유효요건에 해당한다는 점, (iii) 개별적 동의가 없더라도 집단적 동의로써 근로조건 변경의 효력을 발생하게 하는 것으로 이미 유연한 변경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iv)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는 것이어서 법적 안정성이 미흡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이유로 집단적 동의가 미비된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을 유효하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과정에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행사할 때에도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을 유효하다고 볼 여지가 있으며,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란 ①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② 나아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설시하였습니다. 이에 덧붙여 대법원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와 절차적 권리로서 동의권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고 판시하였으며, 신의성실 또는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은 강행규정에 관한 것이므로 집단적 동의권 남용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그 위반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위와 같은 법리에 터잡아 대법원은 “원심은 종전 판례의 태도에 따라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와 관련된 부분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지를 바탕으로 그 효력을 판단하였을 뿐, 그것이 집단적 동의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면서 원심이 집단적 동의권 남용에 해당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심리하지 아니한 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와 관련된 부분을 원고 등에게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결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및 집단적 동의권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아 파기·환송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