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8다41986 판결
원고 회사는 자동차와 부분품의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며 피고들은 원고의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로서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들입니다. 피고들을 포함한 조합원 250여 명은 2013. 7. 12. 공장 내 의장 32라인을 점거하여 가동을 약 63분간 중단시켰으며(이하 ‘이 사건 쟁의행위’), 이에 대하여 원고 회사는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하여 조업이 중단됨으로써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원심에서는 ① 이 사건 쟁의행위가 적법한지, ② 위법한 경우 피고들의 손해배상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③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의 세 가지 쟁점에 대해 판단하였습니다. 먼저 ① 이 사건 쟁의행위가 적법한지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들이 집단적인 위세를 보이며 원고 회사 소속 관리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한 후 공장 안으로 진입하여 의장 32라인 공정을 점거함으로써 생산라인을 전면적으로 중단시켰으므로 이 사건 쟁의행위는 원고 회사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법질서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위력의 행사에 나아간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을 정도를 넘어선 반사회적 행위에 해당하므로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로서 원고 회사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② 피고들의 손해배상범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하여는 불법쟁의행위로 인하여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배상책임을 지는 배상액의 범위는 불법쟁의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모든 손해라는 법리(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2828, 32835 판결 등 참조)를 근거로 하여 이 사건 쟁의행위로 인하여 가동이 중단된 시간에 상응하는 고정비를 손해배상범위로 인정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③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범위에 대하여는 원고 회사가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우회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함에 따라 노사갈등이 심화된 점, 원고가 지역 사회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위상 및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 중 50%로 범위를 제한하였습니다.
대법원에서는 ② 피고들의 손해배상범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하여 원심과 다른 견해를 보였습니다. 기존 대법원에서는 쟁의행위로 인해 생산이 중단된 경우 정상적으로 조업이 이루어지는 제조업체에서 제품을 생산하였다면 적어도 지출한 고정비용 이상의 매출액을 얻었을 것이라는 경험칙에 터 잡아, 그 제품이 이른바 적자제품이나 불황 또는 제품의 결함 등으로 판매가능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생산된 제품이 판매되어 제조업체가 이로 인한 매출이익을 얻고 또 그 생산에 지출된 고정비용을 매출원가의 일부로 회수할 수 있다고 추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왔습니다(대법원 1993. 12. 10. 선고 93다24735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다1122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러한 추정법리가 매출과 무관하게 일시적인 생산 차질이 있기만 하면 고정비용 상당 손해가 발생한다는 취지가 아니므로,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이 중단되어 생산이 감소하였더라도 그로 인하여 매출 감소의 결과에 이르지 아니할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증명되면,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이라는 요건사실의 추정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위법한 쟁의행위가 종료된 후 제품의 특성, 생산 및 판매방식 등에 비추어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을 통하여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범위에서는 조업중단으로 인한 매출 감소 및 그에 따른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근거로는 (i) 쟁의행위가 종료된 후 제품의 특성, 생산 및 판매방식 등에 비추어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으로 부족한 생산량이 만회되었다면 생산감소에 따라 매출감소를 주장하는 경험칙을 더 이상 적용할 수 없으므로 기존 법리의 추정이 복멸된다고 봄이 타당한 점, (ii) 현대화된 제조업체는 시설 고장이나 단전 등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여 생산 차질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생산관리체계를 구축하여 생산 활동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생산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개연성이 있는 점 등이 제시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논지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쟁의행위로 원고 회사 울산공장 내 의장 32라인 가동이 약 63분간 중단되어 일시적인 생산차질이 발생하였을 수 있으나, 자동차의 생산 및 판매방식에 비추어 생산의 지연이 매출 감소로 직결되지 아니하고 예정된 판매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가 생산을 통해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이 만회되었을 여지가 있으므로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추정을 복멸할 수 있는 간접반증사유가 있는지, 그 사유로 인해 추정이 복멸되는지 여부를 심리판단해야 함에도, 원심에서는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 생산량이 만회되었는지에 관하여 전혀 심리판단하지 않았으므로,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추정 및 그 복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 판단 중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