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7도9835 판결

피고인은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 산하 A본부의 간부들입니다. 철도노조 조합원 중 2명이 한국철도공사의 순환전보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차량사업소에 설치된 15m가량의 조명탑 중간 대기 장소에 올라가 2인용 텐트를 설치한 후 현수막을 걸고 점거하였고, 이에 따라 한국철도공사는 야간 입환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2명의 조합원들은 위력으로 한국철도공사의 야간 입환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업무방해죄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피고인들은 조합원들의 농성을 지지하고자 조명탑 아래 천막을 설치하여 지지집회를 개최하고 농성에 필요한 음식물과 물품을 제공하였다는 이유로 업무방해방조죄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들이 조합원 2명의 조명탑 농성 행위가 위력으로 한국철도공사의 야간 입환 업무를 방해한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고, 피고인들의 음식물 등 제공행위는 조명탑 농성 행위를 더욱 용이하게 하거나 결의를 강화하는 것이며 피고인들이 이를 인식하였으므로 피고인들에게 업무방해방조의 고의가 있고, 피고인들의 행위와 조합원들의 업무방해 행위에 인과관계가 있으며, 피고인들의 제공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에게 업무방해방조의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방조범은 정범에 종속하여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방조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필요하며,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행위를 도와준 데 지나지 않는 경우에는 방조범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법리(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도19025 전원합의체 판결) 및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경우 제3자가 그러한 정을 알면서 쟁의행위의 실행을 용이하게 한 경우에는 업무방해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으나 헌법 제33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나 노동조합이 노동3권을 행사할 때 제3자의 조력을 폭넓게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근로자나 노동조합에 조력하는 제3자도 헌법 제2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나 헌법 제10조에 내재된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므로,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조력행위가 업무방해방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는 헌법이 보장하는 위와 같은 기본권이 위축되지 않도록 업무방해방조죄의 성립 범위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는 판례법리(대법원 2021. 9. 16. 선고 2015도12632 판결)에 따라 피고인들의 행위와 농성을 진행한 조합원들의 업무방해죄의 실현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업무방해방조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이유로 ① 조명탑을 점거하는 것 자체에 피고인들이 관여하였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 ② 피고인들이 조명탑 아래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집회를 개최하여 조명탑 점거행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일부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과 경위 등에 비추어 그 언행이 표현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나 단결권의 보호 영역을 벗어났다고 볼 수 없고, 조합원들의 조명탑 점거행위를 통한 범죄 실현에 현실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③ 피고인들이 점거행위를 한 조합원들에게 음식물 등을 제공한 것은 고공에 설치된 좁은 공간에 장시간 고립되어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는 다른 경로가 없는 상황에 있던 조합원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요구되는 행위임을 부정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의 행위가 전체적으로 보아 조명탑 점거에 일부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조명탑 본연의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함으로써 야간 입환 업무를 방해한다는 정범들의 범죄에 대한 지원행위 또는 그 법익침해를 강화 또는 증대시키는 정범들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방조범의 설립을 인정할 정도로 업무방해 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