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11.9. 선고 2018다288662 판결)

피고는 자동차 전자부품의 제조, 판매 및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 회사에 재직 중인 근로자로서 피고 소속 노동조합의 지회장입니다. 2015. 7. 26. 피고 소유 작업장에서 화학물질인 티오비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이하 ‘누출사고’), 지역 소방본부가 출동하여 누출 차단조치를 시행하고 사고지점으로부터 반경 50m 거리까지 대피하라는 방송이 이루어졌습니다.

원고의 작업장은 사고지점으로부터 반경 200m거리에 소재하였는데 원고는 작업장에서 근무하던 중 누출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작업장을 이탈하면서 당시 함께 작업 중이던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28명에게 작업장으로부터 대피할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이후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작업장 무단이탈, 피고 소속 노동조합 조합원 28명에게 임의로 작업을 중지하고 집단으로 무단이탈할 것을 지시하였다는 사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통보하였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제26조 제2항에서 “근로자는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으로 인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직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직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동조 제3항에서 “사업주는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때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 기타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근로자가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 대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작업중지권 조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심은 원고가 산업안전보건법이나 단체협약에 근거한 적법한 작업중지권을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정직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① 이 사건 누출사고로 누출된 화학물질인 티오비스에서 발생한 황화수소는 독성이 강한 기체인 점, ② 실제로 이 사건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24시간이 경과한 이후에도 오심, 어지럼증, 두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누출사고 지점으로부터 반경 200m 정도의 거리에 있던 피고 작업장이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위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③ 원고는 피고 회사의 근로자이자 노동조합의 대표자로서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누출되었고 이미 대피명령을 하였다는 취지의 소방본부 설명과 대피를 권유하는 근로감독관의 발언을 토대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대피하면서, 노동조합에 소속된 피고 회사의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대피를 권유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에서 원고의 작업중지권 행사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으며, 원심의 판단에는 작업중지권 행사의 요건,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의 판단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