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피고인은 자폐성 장애 및 2급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입니다. 피고인은 지하철에서 피해자인 19세 여성의 옆자리에 앉아 피해자의 왼팔 어깨를 자신의 오른팔 어깨로 비비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피해 자리를 옮기자 다시 피해자 옆자리로 자리를 옮겨 피해자의 왼팔 어깨를 비볐다는 이유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의 지능지수(IQ)가 45이고, 사회연령은 8세 6개월임을 고려할 때 자신이 한 행동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의 상태는 아닌 점, 피고인이 피해자가 자리를 옮긴 후에도 피해자 옆자리로 자리를 옮겨 왼팔 어깨를 비빈 행동을 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동이 자폐성 장애로 인한 정동행동에 기인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배척하면서, 성범죄 사건에서의 성인지적 관점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해야 하므로, 하므로,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내린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지만(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참조),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성범죄 피해자 진술에 대하여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보더라도,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 정황, 다른 경험칙 등에 비추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만이 유죄의 증거가 되는 경우에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 피해자 진술 내용의 합리성∙타당성, 객관적 정황과 다양한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게 한 경우라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① 피고인이 피해자를 따라 자리를 옮겨 앉은 것이 자폐성 장애의 증상을 고려할 때 빈자리 채워 앉기에 대한 강박행동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함부로 고의를 추단하거나 고의에 의한 추행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인정할 수 없는 점, ② 피고인이 피해자의 어깨 중 일부를 고의로 비빈 행위는 자폐성 장애로 인하여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채 별다른 의미 없이 팔을 위 아래로 움직이는 상동행동의 일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③ 추행의 고의를 포함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 부존재에 대하여 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 증거재판주의,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하는 점, ④ 피해자는 피고인의 장애 여부를 전혀 알지 못한 채 비장애인이라는 전제 하에서 진술을 하였으므로 피고인의 진술만으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질 수 있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 자폐성 장애 및 지적장애인의 정형적 행태와 관련된 행위의 추행성 여부에 대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추행의 고의에 관한 법리 오해,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보아 이를 파기환송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