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3. 12. 선고 2019다223303, 2019다223310(병합) 판결)
피고는 한국도로공사법에 따라 도로의 설치·관리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도로법상 도로관리청의 지위에서 고속국도 통행료 수납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고속도로 통행료 수납업무 용역계약을 체결한 외주사업체 소속 근로자들로서 피고의 고속국도 영업소에서 통행료 수납업무 등을 담당하는 사람들입니다.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또는 고용의사표시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으로부터 피고 소속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이에 고용간주 원고들은 고용관계 성립이 간주된 날 이후부터의 임금을, 고용의무 발생 원고들은 피고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날 이후부터 피고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였더라면 원고들이 받을 수 있었을 임금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쟁점이 된 것은 (1) 피고에 대한 직접고용 시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이 무엇인지와 (2) 직접고용 간주 효과나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후 피고가 현실적으로 직접고용하지 않은 기간 동안 원고의 근로제공사실이 불분명하거나 사직 등으로 근무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도 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먼저 대법원은 파견법에 따라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였으나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 ① 기존 근로조건을 하회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원칙이나, ②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인하는 등으로 인하여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법원이 개별적인 사안에서 근로의 내용과 가치, 사용사업주의 근로조건 체계(고용형태나 직군에 따른 임금체계 등), 파견법의 입법 목적, 공평의 관념,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다른 파견근로자가 있다면 그 근로자에게 적용한 근로조건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합리적으로 정하였을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는 법리를 설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직접고용될 경우 적용되는 근로조건은 피고의 현장직 직원 중 하나인 조무원의 그것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근거로는 ① 조무원이 피고 소속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로서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단순∙반복적인 잡무를 처리하는 직종 전부를 지칭하므로 원고들과 같은 통행료 수납원도 조무원에 포함될 수 있는 점, ② 원고들의 업무가 현장직 직원의 업무보다 근로가치가 낮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③ 외주화 이전에 통행료 수납업무를 담당한 비정규직 직원의 임금이 그 당시 청소원, 경비원 업무를 담당하던 비정규직 직원의 임금보다 다소 높은 점에 비추어, 피고가 원고들과 같은 통행료 수납업무를 담당할 직원을 직접 고용할 경우 적어도 피고의 조무원에 준하는 근로조건을 적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 제시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대법원은 직접고용간주 효과나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후 피고가 현실적으로 직접고용하지 않은 기간 동안 파견 근로자인 원고들의 근로제공사실이 불분명하거나 원고들이 사직, 쟁의행위 등으로 근무하지 않은 경우에, 민법 제538조 제1항에 따라 원고들이 근로제공하지 않은 것이 사용사업주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임을 증명한다면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근로제공 중단 기간 동안 근로제공을 계속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으나, 그러한 사항들이 증명되지 않은 기간에 대하여는 임금 상당액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점에서 원고들이 피고에 대한 근로 제공 사실이나 피고의 책임 있는 사유 등으로 근로하지 못하였다는 점에 관해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본 원심 판단은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파견소송에서는 비교대상 근로자로서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존재하는지가 종종 다퉈지는데, 위 대법원 판결은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없는 경우 법원이 직접 고용하는 파견근로자의 적정한 근로조건을 판단할 수 있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다만 이 경우 본래 자치적으로 형성했어야 하는 근로조건을 법원이 정하는 것이므로 한쪽 당사자가 의도하지 않는 근로조건을 불합리하게 강요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라고 당부하였습니다. 또한 위 판결은 직접고용간주 효과나 직접고용의무 발생 후 사용사업주에 대한 근로제공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의 임금 내지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파견근로자의 증명책임을 명확하게 하였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