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다276823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항공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소외 C는 1988. 7. 1.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2016. 10.부터 2018. 12. 7.까지 E지점 출입국팀의 팀장으로 근무한 사람입니다. 원고는 2000. 6. 1.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2016. 10. 1. C가 팀장으로 있는 E지점 출입국팀으로 배치되어 2018. 2. 11.까지 근무해온 여성 직원입니다.
C는 2017. 7. 26. 사저에서 원고로부터 같은 달 23. 업무상 발생한 보안사고와 관련한 보고를 받던 중 원고에게 강간미수 행위를 하였고, 원고는 2019. 12. 10. 피고 회사에 이를 신고하였습니다. 피고 회사는 2019. 12. 30. C에 대하여 징계절차를 밟지 않고 권고사직 처리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 회사에 대해 ① C의 강간미수 행위에 대한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 ② C를 징계절차에 회부하지 않고 사직 처리하고, 피해자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고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피고 직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제1심 및 원심] 제1심은 원고의 ① 청구는 인용하였으나, 원고의 ② 청구는 피고의 조치가 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 등을 위반한 위법한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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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
반면 원심은 ① C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 행위와 관련된 상황에서 고의에 기하여 원고에게 가해행위를 하였으므로 피고 회사의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였고, ② 피고의 직원들이 직장 내 성폭력의 피해자인 원고를 보호하고 가해자인 C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원고에 대해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보아, 피고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대법원도 위와 같은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하며,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한 원심의 구체적 판단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비공식절차를 통한 조치 시 사용자의 의무: 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 상의 “필요한 조치”는 징계절차 이외에 다른 비공식절차를 통해서도 내릴 수 있음. 그러나 이러한 경우 회사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 위한 다양한 공식, 비공식 제도와 절차 및 그 장단점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고, 신고인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음. 그런데 피고 관계자는 그러한 의무에 위반하여 원고와의 면담 과정에서 공식적인 징계절차를 거치게 되는 경우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거나 비밀보장 방안을 강구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없이 공식적인 징계절차에 회부될 경우 성폭력 사실이 공개될 염려가 있다는 점만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무징계 사직 처리를 받아들일 것을 사실상 강권하였음.
② 징계절차의 생략 문제: 피고의 취업규칙과 성희롱 지침 등에 따르더라도 피고로서는 원고에 대하여 성폭력 행위를 저지른 C를 상벌위원회에 회부하여 징계 처분을 받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 원고가 피고 관계자와의 면담과정에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에 일부 긍정적인 의사 표현을 한 사실은 있으나 이를 두고 원고가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에 대해 동의하였다고 하기에는 미흡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징계절차를 생략하고 C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임의사직으로 처리하였으므로, 피고가 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의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움.
③ 의견청취의무 이행 여부: C는 피고 인사팀장과 가진 면담에서 사실상 원고의 피해 주장을 부인하면서 책임을 원고에게 돌리는 태도를 보였는데, 원고로서는 C의 진술의 구체적 양상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전달받고 C를 형사고소할지 여부 등 자신의 대응방안을 정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야 하는데 피고는 이러한 원고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은 채 원고에게 단순히 C의 사직서 제출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점만을 전달함으로써 의견청취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음.
④ 피고의 공식적 입장문 발표의 적정성 여부: 피고는 그 직원들을 통해 2020. 9. 24. ‘원고 측 요청 하에 기밀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여 징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C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처리한 것’이라는 취지의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였는데, 원고가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에 일부 긍정적인 의사 표현을 하는 과정에서 피고 직원들의 유도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는 이상 위와 같은 입장발표 역시 적절한 것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움.
⑤ 기타 보호조치 여부: 익명 어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blind) 게시판에 원고를 공격하는 익명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었고, 원고가 직장 내 성폭력으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음에도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지속적인 상담과 면담 및 인사상 배려 등 필요한 피해회복 지원조치를 충분히 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음. 이러한 사항들 역시 피고의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한 요소가 됨.
3. 의의
대법원은 회사가 직장 내 성폭력 가해자를 징계절차에 회부하지 않고 사직 처리할 경우, 남녀고용평등법상 가해자에 대한 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