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등법원 2024. 12. 19. 선고 2024누11401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이고, 피고는 근로복지공단입니다.  망인은 C회사의 계약직(기간제)으로 고용되어 버스회사 운전원으로 근무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는데, 그 즈음 단기간 여러 차례 업무상 사고를 경험하였고, 그러던 중 선행차량을 충돌하는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하자 가출하여 출근하지 않은 채 연락이 두절되었고 며칠 뒤 자살하였습니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i) 망인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평균임금 산정 사유의 발생일을 망인의 사망일로 보고, (ii) 망인의 가출일부터 사망 전날까지 기간을 평균임금 산정 기간에 포함시킨 뒤 해당 기간에 망인이 무단결근하였음을 이유로 지급임금을 0원으로 하여 평균임금을 산정하였고, 이를 기초로 원고에게 지급할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산정∙지급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망인의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을 사망일이 아니라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가출한 날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공단을 상대로 평균임금정저 및 보험급여차액 지급 신청을 하였으나, 공단은 이를 기각하였습니다.  그러자 원고는 법원에 평균임금정정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본건에서는 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 재해 시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이 언제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제1심] 제1심은 망인의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은 망인의 사망일로 보아야 하고 가출일이 될 수 없으며, 망인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무단결근한 기간을 곧바로 요양을 위한 휴업기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항소심] 그러나 광주고등법원은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살을 한 경우, 그 정신적 이상 상태 때문에 근로 제공을 하지 못하여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날이 아닌, 근로자의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지거나 근로자가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진 시점을 평균임금 산정 사유가 발생한 날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근거로, (ⅰ) 근로기준법령이 재해보상의 경우 ‘사망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을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로 규정하고 있는 것(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2조)은 업무상 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 아직 사망, 부상의 결과가 발생하기 전이라 하더라도 사고로 인해 근로자의 근무능력, 여건, 환경 등에 변동이 생길 가능이 있으므로 이로 인한 통상 생활임금의 왜곡이 발생하는 것은 방지하기 위한 것인 점, (ⅱ) 산재보험법령은 근로자의 자해행위에 따른 사망 등의 경우 그것이 본질적으로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행위라는 이유에서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지만, 업무상의 사유가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였고, 그 영향으로 근로자가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비록 사망 등의 직접적 원인이 자해행위라고 하더라도 업무상 사고 또는  질병을 원인으로 하는 업무상 재해와 달리 판단할 수 없는바, 산재보험법령은 위와 같은 업무상 재해 인정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점(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36조)을 제시하였습니다.

이에 더하여, 망인이 가출하면서 남긴 메시지의 내용과 망인이 핸드폰을 두고 가출하여 그 때부터 자해행위를 할 때까지 일체의 연락이 두절되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은 가출 일시에 극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낮아지고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져 있었고, 이와 같은 상태가 지속되어 결국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사건의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은 ‘망인이 가출하여 무단결근을 하기 시작한 날’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3. 의의

위 판결은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하여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하려는 평균임금 제도의취지를 고려하여, 근로자가 업무상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살을 한 경우, 그 정신적 이상 상태 때문에 근로 제공을 하지 못하여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면,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을 생활임금을 반영할 수 있는 시점, 즉 근로자의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지거나 근로자가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진 시점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피고 공단이 상고하여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므로(대법원 2025두31014호), 향후 대법원의 판단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