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1다245542 판결)
1. 사안
원고들은 피고 A공사에서 상황실 보조 업무를 하던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원고1, 2) 내지 개인사업자(원고3)입니다. 원고들은 A공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내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따른 직접고용의무 발생을 전제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면서, 임금 차액 또는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파견법은 직접 고용하는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이하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에 따르고,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의 기존 근로조건의 수준보다 저하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6조의2 제1항 제1, 2호). 이 사건에서는 직접 고용하는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 어떠한 근로조건을 적용할 것인지가 문제되었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원심] 원고들은 A공사 소속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정한 ‘실무직 직원 관리 예규’(이하 ‘이 사건 예규’) 중 가장 낮은 근로조건이 적용되는 '조무원' 직종을 기준으로 원고들의 근로조건을 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반면, A공사는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으므로, 원고들과 용역업체 사이에 정한 근로조건을 그대로 적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제1심 및 원심은 원고들의 고용의 의사표시 및 근로자지위확인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원고들에게 적용할 근로조건을 이 사건 예규 중 '조무원' 직종을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대법원] 그러나 대법원은 “파견법에 따라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였는데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 기존 근로조건을 하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인하는 등으로 인하여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법원은 개별적인 사안에서 근로의 내용과 가치, 사용사업주의 근로조건 체계(고용형태나 직군에 따른 임금체계 등), 파견법의 입법 목적, 공평의 관념,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다른 파견근로자가 있다면 그 근로자에게 적용한 근로조건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합리적으로 정하였을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파견근로자에게 적용될 근로조건을 정하는 것은 본래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자치적으로 형성했어야 하는 근로조건을 법원이 정하는 것이므로 한쪽 당사자가 의도하지 아니하는 근로조건을 불합리하게 강요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하더라도 파견근로자에게 적용할 적정한 근로조건을 찾을 수 없다면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2호에 따라 기존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최근 판례 법리(대법원 2024. 3. 12. 선고 2019다222829, 222836 판결 참조)를 설시하면서, 원고들에게 이 사건 예규 중 조무원의 근로조건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A공사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원고1, 2의 경우
i) 조무원은 A공사 현장직군의 하위 직종 중 하나인데, 조무원으로 근무하는 근로자 중에 원고들과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임.
ii) 이 사건 예규는 별표 2에서 경비원을 조무원의 한 유형으로 분류하고, 별표 6에서 ‘경비원(당직보조자 포함)’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였으나, 위와 같은 경비원이 실제 존재하였는지, 이들이 담당한 업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를 기록상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별표 6은 조무원을 포함한 현장직 직종별로 기본급표를 마련하면서, 경비원은 다른 조무원과 임금을 달리 정한다는 의미에서 ‘연구원, 경비원(당직보조자 포함)은 별도 운영’이라고 규정한 것이어서 이 사건 예규에 위와 같은 문구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조무원의 기본급표가 원고들과 같은 상황실 보조원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음.
iii) 상황실 보조원들은 그 수행 업무의 특성상 평일에는 18:00부터 다음 날 09:00까지, 휴일 및 휴무일에는 09:00부터 다음 날 09:00까지 격일로 근무하여 적지 않은 야간∙연장∙휴일근로를 하여야 하고, 임금에서 야간∙연장∙휴일근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데, 이와 같은 형태로 근무하는 A공사의 조무원이 있는지는 기록상 확인할 수 없음. 이 사건 예규상 조무원의 기본급표는 1일 기본 8시간을 근무하는 근로자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근무형태가 서로 상이한 조무원과 상황실 보조원의 노동강도가 동일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업무 내용의 차이까지 고려해 보면, 상황실 보조원의 근로의 가치가 A공사 조무원의 그것과 같거나 그보다 높다고 단정할 수 없음.
(iv) 이러한 업무 내용, 근로의 가치, 근무형태, 임금구조의 차이에 비추어 보면, 파견법의 입법 목적과 공평의 관념을 고려하더라도, 합리적인 사용자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하였다면 원고들에게 이 사건 예규 중 조무원의 근로조건을 그대로 적용하는 데 동의하였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음.
이에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예규에 ‘경비원’이 기재된 경위, 상황실 보조원의 근무형태의 특수성, 상황실 보조원과 조무원의 노동강도의 차이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이 사건 예규 중 조무원의 근로조건을 원고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하고, 만일 이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면 원고들의 기존 근로조건의 수준보다 낮지 아니함을 전제로 피고가 상황실 보조원을 직접고용하면서 합의한 근로조건이나 그 밖에 다른 적합한 근로조건이 있는지, 그 근로조건을 원고들과 피고가 합리적으로 정하였을 근로조건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심리∙판단했어야 하며, 그렇게 하여도 적용할 적정한 근로조건을 찾을 수 없다면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2호에 따라 기존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원심 판단에 파견법에 따라 직접고용 시 적용되는 근로조건에 관힌 법리 오해,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2) A공사의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는 원고3의 경우
대법원은 ‘이 사건 예규의 내용, 상황실 보조원과 조무원 사이의 업무 내용, 근로의 가치, 근무 형태, 임금구조의 차이 등에 비추어, 조무원이 A공사의 현장직군의 하위 직종 중 하나로서 A공사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라거나 이 사건 예규가 2014년 이후 현장직군에 대하여 직종과 관계없이 동일한 기본급표를 적용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예규 중 조무원의 근로조건에 관한 부분이 개별 용역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보다 유리한 내용의 취업규칙으로서 위 원고에게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원심 판단에 취업규칙의 해석 및 적용 등에 관한 법리 오해,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3. 의의
대법원은 파견근로자의 직접고용 시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사용사업주의 근로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근로조건의 설정 방법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바 있고[대법원 2024. 3. 12. 선고 2019다223303, 2019다223310(병합) 판결, 대법원 2024. 3. 12. 선고 2019다222829, 2019다222836(병합) 판결], 대상판결은 이를 재확인하였습니다.
이에 따르면 파견근로자의 직접고용 시 근로조건 결정과 관련하여 3가지 유형, 즉 ①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있는 경우, ②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지만 법원이 근로조건을 설정할 수 있는 경우, ③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고 파견근로자에게 적용할 적정한 근로조건을 찾을 수 없는 경우로 분류됩니다. 향후 동종·유사 업무 수행 근로자가 없는 경우 파견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설정과 관련하여 특히 ②번 유형과 ③번 유형의 해당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