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4. 6. 28. 선고 2023누47147 판결)
1. 사안
망인 D(이하 ‘망인’)는 F건설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의 공사현장을 포함하여 여러 공사현장을 돌아다니며 미장공으로 일하다가 이 사건 회사의 주택신축공사 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현장’) 옥상에서 추락하여 사망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재해’).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이 사건 재해가 이 사건 회사와의 근로관계에 따른 업무 수행 중 발생하였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근로복지공단(피고)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에 따른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이 미장팀장으로서 일당을 받거나 작업량에 따라 인부를 모집해 노임을 지급하면서 대가를 받았으므로 “망인은 독립된 사용자에 불과하고 이 사건 회사에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므로, 산재보험법이 적용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을 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처분’). 이에 원고는 피고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이 사건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제1심] 제1심은 망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항소심] 그러나 항소심은 대법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설시하면서, 망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서 산재보험법의 적용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인 판단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i) 상당한 정도의 지시∙감독: 이 사건 회사는 수급인 지위에서 이 사건 공사현장의 공사일정을 계획하고, 공사기간 동안 그 소속 임직원을 안전관리책임자 및 현장감독으로 상주시키면서 미장을 포함한 작업 분야별로 작업 순서와 방법 등을 책임자들에게 지시하고, 일일 작업 진행 상황을 직접 감독∙관리하였으며, 작업 시작 전에는 인부들을 상대로 안전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였음. 즉 이 사건 회사는 망인을 포함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대가를 지급받기로 하고 건물 신축을 위한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하여 상당한 정도의 지시∙감독을 하였음.
ii) 노무제공 및 휴게시간 통제: 이 사건 공사현장의 작업시간은 현장을 관리하는 이 사건 회사 측에 의해 통제되었고, 망인과 그가 모집해 온 미장 팀 소속 인부들 또한 그에 맞추어 미장 작업을 수행하였음. 이 사건 공사현장의 안전관리책임자(이 사건 회사의 상무이사), 현장소장(이 사건 회사 직원)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 머물면서 작업 질서나 인부들의 작업 태도를 확인하고 관리하였음은 물론, 지시한 내용대로 또는 공사일정에 따라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하였음. 즉, 망인의 노무제공이나 휴게시간은 망인이 임의로 정할 수는 없었고, 대체로 이 사건 회사의 지시나 관리 하에 통제되었음.
iii) 작업 일자, 시간, 장소, 방법 지시: 사고 발생일인 2021. 5. 12.에도, 당일에 6층 옥상 슬라브의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이 사건 회사 측이 미리 짜 놓은 작업일정과 순서, 방법 등에 따라 오전 중에 먼저 골조팀이 펌프카, 레미콘 등 장비를 동원하여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이어 콘크리트가 굳기 전에 오후부터 망인이 미장 팀을 이끌고 곧바로 미장 작업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망인이 사고를 당한 것임. 이처럼 망인은 이 사건 회사와의 계약관계에서 작업의 일자, 시간은 물론이고, 작업을 수행할 장소와 구체적인 방법까지 이 사건 회사 측의 지시 내용에 엄격히 구속되어 작업을 진행하였음.
iv) 근로제공 자체에 대한 대가로서의 보수: 비록 외형상 망인이 지급받기로 한 작업 대금의 규모가 작업면적을 기준으로 정해졌다고 하지만, 해당 작업면적의 미장 작업을 이 사건 회사가 정해둔 공사일정 내에 완수하기 위해서는 투입되는 미장공의 수와 숙련도, 작업시간 등과 같은 인력 동원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점, 미장 작업의 특성상 작업을 담당할 인력 외에는 특별한 공사자재의 투입을 요하지 아니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위 작업 대금도 실질적으로는 동원되어야 할 인력(미장공, 조공)의 수와 작업일수 또는 작업시수를 반영하여 결정된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함. 망인과 그 팀원들에게 지급되는 보수로서 위 작업 대금은 특정한 일의 완성에 대한 대가라기보다는 근로제공 자체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이 강함.
v) 전속성, 계속성이 강하고 독립성은 약함: 망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미장 작업을 하던 기간 중에는 사업자등록을 갖고 있지 아니하였고, 인근에 흩어져 있던 이 사건 회사 운영의 다른 공사현장에서도 미장 작업에 종사하는 등 이 사건 재해 당시에는 주로 이 사건 회사에만 노무를 제공하고 있었음. 망인은 간단한 작업도구만을 직접 조달하였을 뿐, 나머지 작업도구나 공사자재는 이 사건 회사가 제공한 것이었음.
vi) 관련 형사판결의 결과 및 산재보험법의 취지: 이 사건 회사 측이 사업주 지위에서 근로자들을 위한 위험방지조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된 관련 형사판결에서, 망인이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회사 측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가 인정되었음. 산재보험제도의 취지상 업무와 관련하여 재해를 입은 작업자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관건이 되는 사안에서는, 구체적인 업무상 재해의 발생원인 등과 관련하여 사업장 내에서 그 재해 발생의 원인이 된 위험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작업자의 보호를 위해 자신의 책임 하에 해당 위험이 구체화, 현실화되는 것을 통제하거나 제거하고 사업장 내 안전을 확보해야 할 지위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즉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함이 마땅한지를 감안할 필요가 있는데, 망인이 이 사건 공사현장 6층 옥상에서의 미장 작업을 할 때 비계, 안전난간, 추락방지망 등 고층에서의 작업 시 설치가 요구되는 안전시설 내지 보호시설을 설치∙관리하면서 이에 수반하는 위험방지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던 자는 이 사건 회사임.
3. 의의
공사현장에서 건설회사로부터 대금을 받고 인부를 고용해 노임을 지급하면서 작업반장(소위 ‘십장’) 역할을 한 미장공의 경우 사안에 따라 실질적으로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시·감독을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고, 산업재해보험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