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재 범위를 벗어난 전자정보를 위법하게 수집한 후 이를 기초로 개시된 수사에서 확보된 피의자신문조서 및 피고인·증인의 법정진술은, 절차 위반과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없는 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
1. 사안의 개요
가. 수사의 경위
환경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은 피고인 1 등에 대한 「환경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검증영장(제1 영장)을 발부받아 피고인 1의 휴대전화를 압수함.
제1 영장은 환경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상 위반 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에 한하여 압수대상을 제한하고 있었음.
특별사법경찰관은 디지털포렌식 과정에서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없는, 피고인 1의 뇌물공여, 피고인 2, 피고인 3의 뇌물수수 등 혐의와 관련된 피고인 1, 피고인 2 사이의 대화, 피고인 1, 피고인 3 사이의 대화, 피고인 1과 공소외 1 회사의 회계 업무 등을 담당한 공소외 2 사이의 대화 등이 녹음된 통화녹음 파일 73건 및 문자메시지 등(이하 '이 사건 전자정보')을 발견하여 탐색·수집·보관함.
약 1년 5개월 후 수사기관은 이 사건 전자정보를 기초로 뇌물수수·공여 혐의 수사를 개시하고,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등에 대한 뇌물공여 및 뇌물수수 등을 범죄사실로 하여 이 사건 전자정보 등을 대상으로 한 압수ㆍ수색ㆍ검증영장(제2 영장)을 발부받아 관련 전자정보를 다시 압수함.
이후 담당 검사는 위 전자정보 및 이를 정리한 수사보고 등을 토대로 피고인들 및 참고인들에 대한 진술조사를 실시하고, 피고인들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함. 담당 검사는 위 조사 과정에서 통화내역 등 이 사건 전자정보의 주요 내용 또는 그 내용이 정리된 수사보고, 녹취록 등을 제시하면서 그에 관하여 신문하였음
피고인 1, 피고인 3은 제1심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였으나, 피고인 2는 뇌물수수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피고인 2가 부인하는 뇌물수수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 1, 피고인 3, 공소외 3은 제1심에서 각각 증인으로 출석하여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증언하였음. 제1심에서 이루어진 이들의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이 사건 전자정보가 제시되거나 인용되었음
피고인 1은 제1심과 달리 원심에서부터는 피고인들의 법정진술이 위법수집증거에 기초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였고, 피고인 2가 부인하는 뇌물수수 공소사실에 관하여 원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제1심에서 자백한 이유 중 하나로 '담당 검사가 피의자신문 당시 제시한 통화녹음 파일 등 이 사건 전자정보의 존재'를 들었음
나.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① 영장 범위를 벗어난 전자정보의 탐색·수집이 위법한지 여부,
② 이를 기초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 및
③ 이를 기초로 한 피고인·증인의 각 법정진술이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임.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 이 사건 전자정보는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중대하게 침해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 이 사건 전자정보를 기초로 작성된 조서 등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 및 일부 증인들의 각 제1심 법정진술 중 ‘위법수집증거인 이 사건 전자정보를 직접 인용하거나 제시하여 그 존재와 내용을 전제로 한 신문에 답변한 부분’은 위법수집증거인 이 사건 전자정보를 기초로 획득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으나,
- 피고인들과 증인들의 각 제1심 법정진술 중 ‘위법수집증거인 이 사건 전자정보를 직접 인용하거나 제시하여 그 존재와 내용을 전제로 한 신문에 답변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원심에서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와 인과관계가 희석 또는 단절되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음.
3. 대법원의 판단: 원심판결 파기환송
가. 관련 법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으며, 이를 기초로 획득된 2차적 증거 또한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음.
다만 예외적으로,
-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고,
-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형사사법 정의 실현의 취지에 반하는 경우
등에 한하여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이 인정될 수 있음.
그와 같은 예외적 사정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음.
특히,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가 수사개시의 단서 또는 핵심증거가 되고, 피고인이 그 내용을 제시받거나 이를 전제로 신문받은 경우, ‘피고인의 법정진술’ 역시 원칙적으로 2차적 증거로 보아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과관계의 단절을 인정하기 어려움.
나. 구체적 판단
대법원은 피고인들과 증인들의 각 법정진술은 위법수집증거인 이 사건 전자정보를 기초로 수집한 2차적 증거로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인과관계가 희석 또는 단절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역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함.
① 제1 영장에 기재된 범죄혐의와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전자정보를 탐색·수집·보관한 행위는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 원칙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임.
② 뇌물수사 자체가 위 전자정보를 단서로 개시되었고, 해당 전자정보가 없었다면 수사 및 공소제기가 이루어지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임.
③ 피고인들은 수사과정에서 위 전자정보의 주요 내용을 제시받거나 이를 전제로 신문을 받았고, 일부는 이를 제시받은 이후 진술 태도를 변경함. 특히 피고인들 중 일부는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으며, 위 전자정보의 존재를 인식한 상태에서 법정진술을 하였음.
④ 증인들 역시 위 전자정보를 기초로 특정되거나, 그 내용을 전제로 신문을 받았음(증인 甲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이 사건 전자정보가 직접 인용되거나 제시된 적은 없으나, 증인 甲이 조사 대상자로 특정된 경위와 증인신문 내용 등을 고려해 보면, 증인 甲 또한 이 사건 전자정보가 없었다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 전자정보 등을 통해 지득한 내용을 전제로 신문을 받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증인 甲이 법정진술 당시 면전에서 이 사건 전자정보를 제시받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님)
⑤ 피고인들의 법정진술이 다른 독립된 증거에 기인하였다는 점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없음.
이에 따라 대법원은 피고인들과 증인들의 각 법정진술은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함에도원심이 이를 간과하여 유죄를 인정하였으므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함.
4.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본 판결은 디지털포렌식 과정에서 영장 범위를 벗어난 전자정보를 탐색·수집한 경우, 그로부터 파생된 모든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제한하여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한 판결임.
특히 ‘피고인의 법정진술’ 역시 2차적 증거에 해당할 수 있으며, 단순한 자백이나 법정진술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의 단절을 쉽게 인정할 수 없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실무상 의미가 큼.
수사기관의 위법수집증거가 수사 개시의 단서 또는 핵심증거로 기능한 경우, 그 영향력은 이후의 수사 및 공판 단계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음.
기업 및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임직원 관련 형사 리스크가 발생한 경우 디지털 압수·수색 절차의 적법성 여부를 초기 단계에서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고, 아울러 내부조사 및 컴플라이언스 대응 과정에서도, 수사기관의 영장 범위 및 전자정보 처리의 적법성에 대한 법리 검토가 방어 전략의 핵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판결로 평가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