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본건은 폐기물 재활용업체(이하 ‘원고 회사’)가 폐기물관리법위반 행위와 관련하여 행정청으로부터 위법행위로 인한 환경오염을 처리할 것을 명하는 조치명령을 받았고, 이후 원고 회사가 위법행위 당시의 이사 및 감사인 피고들에 대하여 상법상 채무불이행책임 및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물은 사안임.
2. 본건 사실관계
원고 회사는 2013년경부터 2015년경까지 지정폐기물을 일반폐기물로 처리한 사실이 적발되어 당시 대표이사였던 피고 병이 폐기물관리법위반 범죄사실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음. 한편, 행정청은 2016. 11. 30.경 위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원고 회사에게 오염된 폐기물 등을 적정처리할 것을 명하는 조치명령(이하 ‘이 사건 행정처분’)을 내렸음.
원고 회사의 100% 주주인 피고 갑과 을은 2018. 11. 7. 주식회사 A에게 회사 주식 100%를 양도하는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당시 체결된 경영권 양수도 계약서와 위 계약이 체결되기 약 1주일 전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체결된 각서에는 ‘이 사건 행정처분 및 그에 따른 폐기물 처리를 위한 비용에 대해 매수인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이를 매수인의 비용으로 해결하기로 한다’, ‘이로 인해 발생되는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민∙형사상 아무런 청구도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각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음.
3. 사안의 쟁점 및 법무법인(유) 세종의 대응
법무법인(유) 세종은 피고들을 대리하여 다음과 같은 논리를 중심으로 제1심을 수행함.
가. 상법 제399조에 따른 이사의 책임 및 제414조에 따른 감사의 책임은 상법 제400조 제1항에 따른 총 주주의 동의로 면제되었음.
상법 제399조에 따른 이사의 책임 및 제414조에 따른 감사의 책임은 상법 제400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총 주주의 동의로 이를 면제할 수 있고, 이 때 총 주주의 동의는 묵시적 의사표시의 방법으로도 할 수 있으며, 반드시 명시적,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음(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다11441 판결 등 참조). 본건 경영권 양수도 계약에는 피고 갑과 을의 원고 회사에 관한 진술 및 보장 사항으로 ‘본건 위법행위, 그와 관련된 이 사건 행정처분, 그로 인한 비용과 전반적인 사항 및 관련 분쟁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주식회사 A는 위 일체의 사항에 대해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였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일체의 사항에 대해 민형사상의 아무런 청구도 제기하지 않음을 각서하였으므로, 이는 원고 회사의 새로운 1인 주주인 주식회사 A가 피고들의 책임을 면제해준 것임.
이에 대해 원고 회사는 주식회사 A가 원고 회사의 주식을 인수하여 명의개서를 마친 다음 피고들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는 별도의 결의를 하고 이를 피고들에게 통지하여야 면책의 효력이 있다고 주장하나, (i)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총 주주가 사전에 동의하고 추후 명의개서를 하였다면 그 사전동의는 명의개서를 조건으로 하는 동의라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면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고, (ii) 상법 제400조 제1항에 따른 면책은 총 주주의 동의를 얻은 때부터 바로 채무면제의 효력이 있는 것이고 따로 채무자에게 면제의 의사표시를 하거나 그 의사표시가 도달할 필요는 없음(대법원 1989. 1. 31. 선고 87누760 판결 취지 참조).
나.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함(민법 제766조 제1항). 가해자가 행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어떤 행정처분이 부과되고 확정되었다면 그 행정처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로 되지 아니한 이상 행정처분의 당사자인 피해자는 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처분 당시에 그 비용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음(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다5645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행정처분 당시 원고 회사는 이 사건 위법행위의 내용 및 그에 따라 처리하여야 할 지정폐기물의 범위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행정처분이 발령된 시점에 이 사건 위법행위에 따른 손해의 발생 및 범위를 모두 알고 있었음. 이 사건 행정처분은 2016. 11. 30.에 내려졌고 그 날로부터 본건 소 제기 시점까지 이미 3년이 도과하였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
4. 법원의 판단 및 본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제1심은 법무법인(유)세종의 위 논리를 모두 받아들여 원고 회사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함.
기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사실상의 1인 주주가 한 동의도 상법 제400조에 따라 회사에 대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할 수 있는 총 주주의 동의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으나(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다11441 판결), 명의주주만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5다248342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 총 주주의 동의도 명의주주를 기준으로 동의 여부를 판단하여야 있는지 논란이 있었음.
본 판결은 이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으나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총 주주가 사전에 동의하고 추후 명의개서를 하였다면 위 쟁점과 무관하게 그 사전동의는 명의개서를 조건으로 하는 동의라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면제의 효력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음.
다만, 대법원은 상법 제400조 제1항에 따라 주주 전원의 동의로서 상법 제399조, 제414조의 이사 및 감사의 책임은 면제될 수 있으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으므로(대법원 1989. 1. 31. 선고 87누760 판결),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은 여전히 문제될 수 있음. 이 때 이 사건과 같이 행정처분에 따른 비용상당의 손해가 문제되는 경우, 대법원은 그 행정처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가 되거나 그 이행가능성이 없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행정처분 당시에 그 비용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으므로(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다56455 판결,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17다278446 판결 등), 총주주의 동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로부터 손해배상책임을 추궁당하는 경우에는 단기소멸시효의 완성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