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전자정보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피의자가 형사사건의 변호인과 법률자문을 목적으로 비밀리에 주고받은 의견서·진술서·신문사항 등 교신 자료가 함께 압수된 경우, 해당 자료는 변호인-의뢰인 간 비밀교신으로서 보호되어야 하므로 그 압수처분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사례

 

1. 사안의 개요

준항고인 A사, B(A사의 대표이사), C 및 D(A사의 직원들)는 투자자들을 기망하여 부실 펀드를 판매하였다는 혐의(특경법 위반(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기소됨(이하 ‘선행사건’)

수사기관은 선행사건의 항소심 계속 중 선행사건의 범죄사실과 별개인 특경법위반(수재 등), 자본시장법 위반 등을 혐의사실로 하는 압수수색검증영장(이하 ‘이 사건 영장’)을 발부받아 A사 사무실 등에서 B, C, D의 휴대전화 및 전자정보, A사의 전자정보 저장장치·컴퓨터 전자정보 등을 취득·선별 후 약 12만 개의 이메일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음(이하 ‘이 사건 압수처분’)

이 사건 압수처분으로 압수된 이메일 등에는 선행사건 제1심 및 항소심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G(이하 ‘이 사건 법무법인’)와 준항고인들 사이에 주고받은 의견서, 진술서, 피고인신문사항, 반대신문사항 등이 포함되어 있었음

이에 준항고인들은 (i) 이 사건 영장의 범죄사실이 선행사건의 범죄사실과 사실상 동일하거나, 이 사건 압수처분은 선행사건에 관한 증거수집을 주된 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는 점, (ii) 이 사건 법무법인과 주고받은 교신 자료는 비밀로서 보호되어야 하고 이 사건 영장의 범죄사실과도 관련성이 없다는 점, (iii) 이 사건 영장을 통한 압수범위는 범죄사실과의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인정되는 자료에 한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증거가 다수 압수되었다는 점을 들어 준항고를 제기하였음

 

2. 원심의 판단: 일부 인용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압수처분 중 이 사건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수신인 또는 발신인인 메시지 및 전자메일, 이 사건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작성의 문서자료(이하 ‘이 사건 대상자료’) 부분을 취소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였음

  • 이 사건 대상자료는 준항고인들이 선행사건 등의 수사 및 재판에 이 사건 법무법인을 변호인으로 선임하여 대응하는 과정에서 비밀리에 주고받은 자료이므로 변호인-의뢰인 비밀교신으로서 보호되어야 함
  • 준항고인들과 변호인들이 이 사건 대상자료의 압수를 허락하지 않았고, 피준항고인(검사)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법무법인이 법률자문을 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것을 넘어 준항고인들의 이 사건 영장 범죄사실 범행의 공범에 해당한다는 점이 소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움

 

3. 대법원의 판단: 준항고인들 및 검사 재항고 전부 기각

가. 관련 법리

  •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충분히 행사하려면 피의자·피고인과 변호인(변호인이 되려는 사람을 포함한다) 사이의 접견 등을 통한 조언과 상담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대하여도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어야 함
  • 이러한 법리는 피의자·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에 의사교환 등을 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형사사건에 관한 법률자문 또는 법률상담이 기재된 서류나 자료 또는 물건(이하 ‘법률자문 서류’)에 대한 압수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됨. 따라서 피의자·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에 생성된 형사사건에 관한 법률자문 서류 등에 대한 압수는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원칙적으로는 허용되어서는 아니됨.
  • 다만 ① 피의자·피고인이 피압수자인 변호인에 대한 법률자문 서류 등의 압수를 승낙한 경우, ② 변호인이 피의자·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거나 피의자·피고인의 범죄 기타 위법행위에 관여한 경우 등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법률자문 서류 등에 대한 압수가 허용됨.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지 여부는 범죄 혐의의 중대성, 압수물의 증거가치 및 중요성, 압수로 인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침해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엄격하게 판단해야 함.

나. 구체적 판단

  • 이 사건 영장 범죄사실의 혐의가 가볍지 아니하고 혐의사실이 소명되었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이 사건 대상자료가 그러한 범죄사실 증명을 위하여 반드시 취득이 필요할 정도로 중대한 증거가치가 있다고 보이지 않고, 이 사건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이 사건 영장 범죄사실의 범행에 공범으로 가담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음.
  • 수사기관은 선행사건 항소심 계속 중에 그와 별개의 사건으로 이 사건 영장을 발부받아 이 사건 대상자료를 압수하였는데, 그러한 압수의 경위 및 시기, 이 사건 대상자료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대상자료 압수로 인해 준항고인들의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이 중대하게 침해되었다고 봄이 타당함.
  • 따라서 이 사건 압수처분 중 이 사건 대상자료 부분은 취소되어야 하며 원심 결정에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음.

 

4. 대상 결정의 의의 및 시사점

대상 결정은 수사기관이 전자정보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압수된 변호인-의뢰인 간 법률자문 교신에 대해, 해당 압수처분의 취소를 인정함으로써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실질적 보장이 전자적 형태의 교신에도 동일하게 적용됨을 확인하였음.

변호인-의뢰인 간 법률자문 교신에 대한 압수가 일률적으로 위법하다는 취지는 아니며, 피의자·피고인이 압수를 승낙하였거나, 변호인이 압수영장 범죄사실의 범행에 공범으로 가담 또는 압수대상 자료가 범죄사실의 증명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할 정도로 중대한 증거가치가 인정될 경우 등에 있어서는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