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언자가 의사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녹음 등 다른 방식의 유언이 가능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질병이나 신체 상태 등 객관적 상황에 비추어 다른 방식의 유언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이 허용됨 (대법원 2026. 4. 2. 선고 2024다309430 판결)

망인은 임종을 3일 앞두고 가족과 변호사가 입회한 가운데 자신의 전 재산을 원고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겼습니다. 당시 망인은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극심한 통증을 겪고 있어 정상적인 발음이 어려운 상태였기에, 2명의 증인에게 유언 내용을 구술하고 증인이 이를 필기·낭독하는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방식을 취했습니다. 대법원은 대상사건에 대하여 녹음유언으로서의 효력은 부정하였으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이 허용되기 위한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유언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질병의 악화 정도, 필기나 발음의 가능성, 유언의 전체 내용을 주도적으로 구술할 수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관련 유언은 구수증서 유언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유언의 엄격한 형식 준수’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 존중’ 사이의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유언의 방식은 사후 분쟁을 방지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만큼, 미리 전문가와 상담하여 가장 확실한 방식의 유언을 준비하고 법정요건을 빈틈없이 갖추기 위한 세심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 상속인이 임차인의 전세자금대출 연장을 위해 기존 임대차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기간만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은 상속재산의 관리행위에 해당할 뿐, 상속의 단순승인으로 간주되는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처분행위'에 해당하지 않음 (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다220329 판결)

한정승인을 한 망인의 상속인이 기존 임차인의 전세자금대출 연장을 위해 망인과의 종전 임대차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기간만 연장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행위가,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로서 단순승인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만일 이를 처분행위로 평가한다면, 상속인은 한정승인에도 불구하고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되어 자신이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를 넘어 피상속인의 모든 상속채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상속인의 법률행위가 '처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행위의 동기와 경위,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및 거래 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대상사건에서 상속인들이 체결한 임대차계약은 임대차보증금이나 목적물 등 주요 조건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임차인의 대출 연장을 돕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므로, 상속재산의 현상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민법 제1022조상의 ‘관리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한정승인을 선택한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수행하는 통상적인 행위가 곧바로 단순승인으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상속인이 체결하는 계약의 내용이나 문구에 따라 법원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상속재산의 관리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단순승인이라는 법적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속 개시 직후부터 관리행위의 범위를 신중하게 설정하고 사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 헌법재판소의 유류분 제도 관련 헌법불합치결정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가 미치므로 기여분을 유류분 산정에서 제외하는 신법 조항을 적용해야 함 (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4다208261 판결)

가정법원의 선행 상속재산분할사건에서 기여분을 인정받았음에도, 다른 공동상속인이 제기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원심은 기여분 규정이 유류분에 준용되지 않는다는 기존 법리에 따라 기여상속인의 기여를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2024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헌법재판소 2024. 4. 25. 선고 2020헌가4등 결정) 취지와 이를 반영하여 2026년 3월 개정된 민법 조항1을 근거로, 헌법재판소가 구법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한 이상, 기여분이 유류분 산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기여상속인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는 상태를 시정할 필요가 있으며,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위 쟁점이 계속하여 다투어지고 있던 사건에 대해서는 위헌성이 제거된 신법의 취지가 소급하여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과거에는 기여분을 인정받고도 유류분 소송에서 다시 이를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으나, 이제는 보상적 성격의 증여가 유류분 산정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확해졌습니다. 다만 모든 증여가 기여분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특별한 부양’이나 ‘재산 유지·증가에 대한 특별한 기여’라는 요건이 충족되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향후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될 것입니다.

 

1 민법 제1008조(특별수익자의 상속분)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 다만, 증여나 유증이 상당한 기간 동거ㆍ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행하여진 때에는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그러하지 아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