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허위 투자 사이트라도 평균적인 시장 참여자가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진다고 인식할 만한 외관을 갖추었다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시장'에 해당하여 무허가 개설·운영에 따른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 사례.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SNS 등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고 주식 종목을 추천하여 신뢰를 얻은 뒤 허위 투자 사이트에 투자금을 입금하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리딩방 투자사기' 범죄단체의 조직원으로서 2024. 4.경부터 2024. 7.경까지 텔레그램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하고 투자자를 모집하였음.
위 범죄단체는 국내 증권사의 HTS를 모방하여 매도·매수, 등락 그래프, 총자산, 거래내역, 입금·출금 기능을 갖추고 국내·외 주가지수를 실시간으로 연동한 허위 투자 사이트를 개설하였음. 피고인 등은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여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뒤 위 사이트에 가입하고 투자금을 입금하도록 유도하였고, 피해자들의 주문대로 실제 거래가 체결되어 손익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들었음. 그러나 피해자들의 주문은 증권사나 거래소로 전달되지 않아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고인 등은 투자자 62명으로부터 합계 약 84억 원을 송금 받아 출금을 거절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편취하였음.
이에 검사는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가 거래소의 허가 없이 ‘금융투자상품시장’을 개설 운영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기소하였음.
2. 1, 2심의 판단
가. 1심 : 범죄단체가입, 범죄단체활동 및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인정
- 1심은 중국인 총책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리딩방 투자사기' 범죄단체를 조직하였고, 총책 아래 총괄, 영업팀장, 영업팀원, 고객센터 직원 등으로 구성된 위계적 조직 구조를 갖추었으며, 위 조직은 사무실, 컴퓨터, 대포폰 등 물적 설비를 구비하고 조직원들을 통제된 환경에서 관리하였다는 점에서 피고인에 대한 범죄단체가입·활동, 사기,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을 인정하였음.
나. 2심 :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 무죄 인정
- 2심은 1심의 판단 중 범죄단체가입, 범죄단체활동 및 사기는 인정하였으나,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은 무죄라고 판단하였음.
- 2심은 피고인이 국내 증권사의 HTS를 모방한 허위의 투자사이트를 통해 마치 투자금 상당 금원을 실제 주식 거래나 공모주 청약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은 외관을 창출하였으나 실제로 피해자들이 송금한 금전을 이용한 주식이나 장내파생상품의 매매가 이루어진 것이 없으므로, 위 허위의 투자 사이트가 '금융투자상품시장'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하였음.
3. 대법원의 판단 : 원심판결 중 자본시장법 위반 무죄 부분 등 파기 환송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대하여, 자본시장법 제8조의2 제1항의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를 하는 시장’에는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시장뿐 아니라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평균적인 시장 참여자들이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진다고 인식할 만한 외관을 갖춘 시장도 포함된다고 보아, 2심이 이 부분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음. 그 논거는 다음과 같음.
- 자본시장법이 무허가 금융투자상품시장의 개설 운영을 처벌하는 본질적 이유는 행위자가 허가 없이 시장을 개설함으로써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하고 입법 목적에 대한 위험을 창출하였다는 점에 있는 것이지, 그 시장에서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님. 오히려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는데도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어 투자자를 기망한 경우에는 형사 제재의 필요성이 더 큼.
- 자본시장법 제8조의2 제1항은 "이 법에서 '금융투자상품시장'이란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를 하는 시장을 말한다."라고만 규정할 뿐, 그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질 것을 요건으로 삼고 있지 않음. 그러므로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러한 외관을 갖춘 경우를 포함시키는 것이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 해석으로 볼 수 없음. 거래소 허가 없이 시장을 개설하기만 하고 실제 운영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도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그러함.
- 구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상품 거래시장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시설 등도 한국거래소 아닌 자에 의한 개설은 모두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었음. 또한 대법원은 한국거래소에서의 실제 선물거래를 동반하지 않는 사설선물거래 사이트의 개설 등도 구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거래소 유사시설 개설 등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바 있음(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도10467 판결).
-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평균적인 시장 참여자들이 증권 등의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진다고 인식할 만한 외관을 갖춘 시장인지 여부는, ① 시장 참여자들이 증권 등을 매도·매수하고 그 대금을 입금·출금하는 기능 등 증권 등의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시장과 같은 기능이 구비되어 있는지, ② 시장 참여자들에게 실제 시세가 제공되고 이에 기반한 거래가 명목상 이루어지며 그 거래 결과에 따른 증권 등의 수량과 가액이 제공되는지, ③ 이러한 외관이 충분히 구체적인지, ④ 실제로 시장에 참여한 자들이 그와 같이 인식하였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함.
-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을 기망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설·운영한 이 사건 투자 사이트에서 증권 등의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평균적인 시장 참여자들이 그러한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진다고 인식할 만한 외관을 갖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음. 따라서 2심이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죄로 판단한 것은 자본시장법 제444조 제27호가 규정하는 무허가 금융투자상품시장 개설 · 운영에 의한 자본시장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음.
4. 대상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무허가 금융투자상품시장 개설 운영에 의한 자본시장법 위반죄에서 ‘금융투자상품시장’의 의미를 명확히 한 점에서 의의가 있음. 대상판결은 투자사이트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매매가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였다고 하더라도, 평균적인 시장 참여자가 보기에 위 사이트를 통해 매매가 이루어진다고 인식할 만한 외관을 갖춘 경우에는 ‘금융투자상품시장’을 개설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음.
대상판결은 평균적인 시장 참여자들이 증권 등의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진다고 인식할 만한 외관을 갖춘 시장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① 증권 등의 매도·매수 및 그 대금의 입금·출금 등 기능의 구비 여부, ② 실제 시세 제공 및 명목상 거래 결과의 표시 여부, ③ 외관의 구체성, ④ 참여자의 실제 인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음. 따라서 향후 유사 사건에서는 위 기준이 충족되었는지 여부를 두고 유·무죄를 다투게 될 것으로 보임.
대상판결에 따라, 종래 사기죄로만 의율하였던 허위 투자사이트 개설을 통한 온라인 투자 사기에 대하여 무허가 시장개설에 따른 자본시장법 위반(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 역시 함께 인정될 것으로 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