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 및 쟁점

원고는 공공기관인 참가인이 운영하는 무용단의 기획실장으로 근무한 자로, 참가인 소속 직원들은 원고가 경위서 작성에 관하여 부당한 지시를 하고, 육아기 단축근무를 사용 중임에도 과도한 업무지시를 하였으며, 참가인의 사장과 직원들이 함께한 점심식사 자리에서 부하직원인 I에게 "예쁜 사람이 사장님 옆에 앉아라"는 취지로 발언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을 하였다고 신고하였습니다.

참가인은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원고에게 감봉 1월의 징계를 하였고, 원고의 구제신청과 재심신청은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노동위원회는 위 발언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되는 것 외에 나머지 사유는 징계사유로 인정하기 어려우나, 인정되는 징계사유만으로도 감봉 1월의 징계가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같은 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법원은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하여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의 관계, 발언이 이루어진 장소 및 상황, 발언의 내용과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의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인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였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발언이 남성 상급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점, 발언 내용이 단순한 외모 칭찬을 넘어 자리 배치에 관한 지시·권유로까지 이어진 점, I의 입장에서는 직속 상관인 원고의 말을 자신의 외모를 이유로 사장 옆에 앉으라는 직접적인 지시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어, 위 발언은 피해자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대상화하는 것으로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원고는 해당 발언이 자리 배치와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발언일 뿐 성적 의도나 외모 평가의 의도가 없었으므로 성희롱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는데, 법원은 원고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I의 외모를 언급하며 사장 옆에 앉으라고 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접대의 요소를 포함한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점, I가 그 자리에서 불쾌감을 표시하지 않은 것은 원고가 직속 상관이고 사장과의 식사가 막 시작될 무렵이어서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 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I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신고하고 조사과정에서 일관되게 불쾌감을 밝힌 점 등을 들어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징계양정에 관하여도, 법원은 참가인이 공공기관으로서 소속 종사자에게 일반 사기업보다 높은 도덕성과 성인지 감수성이 요구되고, 참가인의 상벌규정상 성희롱의 경우 징계를 감경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는 점, 원고가 조사 과정에서 발언 자체를 부인하다가 이후에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상벌규정이 정한 감봉 기간 중 가장 짧은 1월의 감봉 처분은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의의

본 판결은 직장 내 성희롱의 성립에 행위자의 성적 동기나 의도가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며, 당사자 간의 관계, 발언이 이루어진 장소와 상황, 발언의 내용과 정도, 상대방의 반응 등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외모에 관한 언급이 그 외모를 이유로 특정한 자리나 역할을 부여하는 지시·권유와 결합되는 경우 상대방을 평가하거나 대상화하는 성적 언동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 피해자가 발언 당시 현장에서 즉시 불쾌감을 표시하지 않았더라도 추후 일관된 진술이 있다면 성희롱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직장 내 성희롱 조사 및 징계 실무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