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의 제출 범위가 불명확한 경우 압수 대상은 제출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와 관련된 최소한의 전자정보로 제한되고, 관련 정보의 선별·출력 또는 저장을 마쳐 압수·수색이 종료된 후에는 복제본에 남은 무관정보는 삭제·폐기되어야 하므로 이를 새로운 혐의 수사를 위해 다시 탐색하거나 사후 영장을 받아 압수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1. 사안의 개요
수사기관은 허위세금계산서 관련 별건을 수사하면서 2022. 10. 17. 별건 피의자 C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았으나, 저장된 전자정보의 구체적인 제출 범위에 관한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음. 수사기관은 세금계산서 관련 자료를 대상으로 한 1차 포렌식에 이어 휴대전화의 모든 자료를 대상으로 2차 포렌식을 요청하였고 2022. 10. 27. 위 포렌식을 통해 얻은 이미징 파일을 디지털업무시스템에 저장한 뒤 휴대전화를 반환하였음.
그리고 검사는 2022. 10. 31. C를 별건으로 기소하였음. 수사기관은 2022. 11. 1. 위 시스템에 저장되어 있던 통화녹음파일을 A, B에 대한 새로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의 증거로 확인하고 11. 2. 녹취서를 작성하였음. 이후 수사기관은 2022. 11. 8. C의 변호인에게 별건과 관련하여 전자정보의 상세목록을 교부하고, 2022. 11. 9. 별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위 시스템에 저장된 녹음파일들을 압수하였음.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늦어도 C가 별건으로 기소된 2022. 10. 31.에는 별건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료되었는데, 그 이후에도 A, B에 대한 새로운 혐의 수사를 위해 수사기관이 열람한 녹음파일들은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고, 사후 영장에 의한 압수도 삭제·폐기되었어야 할 정보를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음.
또한 녹음파일들을 기초로 작성된 녹취서와 피고인들 및 C의 수사기관·법정진술도 위법한 압수절차와의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되지 않은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았음. 이에 위 증거들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인 A, B에 대한 공무상비밀누설 부분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음.
3. 대법원의 판단: 상고기각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06조에 따라 수사기관은 피의사실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압수할 수 있으며 압수 범위를 초과한 임의의 탐색·복제·출력은 원칙적으로 위법하고, 사후 영장 발부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증거동의로 위법성이 치유되지 않음.
유관정보에 대한 압수를 완료한 후에는 복제본에 남은 무관정보를 삭제·폐기하여야 하며 새로운 범죄혐의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도 기존 압수·수색 과정에서 출력하거나 복제한 유관정보의 결과물을 열람할 수 있을 뿐이고, 무관정보가 남은 복제본을 다시 탐색하거나 사후 영장에 따라 압수하는 것은 위법함.
이 사건 녹음파일들은 별건 범죄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음.
나아가 ① 이미 1차 포렌식으로 별건 관련 전자정보를 탐색·선별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다시 2차 포렌식을 할 뚜렷한 이유가 없었던 점, ③ 2022. 10. 27. 이미징 작업 후 휴대전화를 반환한 점, ④ 2022. 10. 31. 별건 기소를 위한 증거 수집 목적으로 2차 포렌식이 이루어졌다고 볼 사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늦어도 2022. 10. 27. 무렵에는 별건 전자정보의 선별·출력 또는 저장 절차가 마쳐져 압수·수색이 종료되었던 것이고 2022. 11. 8.에야 상세목록을 교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때 압수·수색이 종료되었다고 볼 수는 없음.
따라서 수사기관이 그 이후에도 녹음파일들을 탐색하고 녹취서를 작성한 것은 삭제·폐기되어야 할 무관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한 것이고, 사후 영장에 의한 압수 역시 삭제·폐기되었어야 할 정보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위법하며 원심의 판결 이유에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녹음파일들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 무죄로 판단한 결론을 수긍할 수 있다고 보아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함.
4.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 임의제출 범위의 엄격한 제한
휴대전화나 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하더라도 내부의 모든 정보가 포괄적으로 제출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제출 의사와 혐의와의 관련성에 따라 압수 범위를 정하여야 함을 재확인하였음.
○ 무관정보 삭제의 실질적 의미
디지털 포렌식 복제본은 압수 종료 후 새로운 수사의 자료창고로 활용될 수 없고, 무관정보를 삭제·폐기하지 않은 채 사후 영장으로 다시 탐색하는 방식도 허용되지 않음을 명확히 하였음.
○ 기업 대응 실무
기업 또는 임직원이 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할 때에는 제출 대상, 기간, 계정, 파일 유형 및 혐의 관련 범위를 서면으로 특정하고, 상세목록 교부와 무관정보 삭제 여부를 확인하여 향후 증거능력 다툼에 대비할 필요가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