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2026. 9. 9. 선고 2026가합40028 판결)

 

1. 사안 및 쟁점

원고는 2024. 8. 피고에 7급으로 입사한 직원입니다. 피고는 직원 설문조사와 노사협의회 합의를 거쳐 2023. 11. 30. 다면평가 운영지침을 개정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다면평가 점수가 10점 만점에 7점 미만인 직원을 승진대상자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허들제'를 도입하였습니다. 원고는 2026. 1. 1. 정기인사에서 6급 승진 대상에 해당하였으나, 2025년 하반기 다면평가에서 6.702점을 받았다는 이유로 승진대상자에서 제외되었고, 이에 제외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면평가 결과만으로 승진대상자에서 제외하도록 한 지침 조항이 유효한지, 그리고 이에 따른 제외처분이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남용하여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허들제 조항이 인사규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효력이 없고, 이에 근거한 제외처분은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피고의 인사규정은 승진후보 순위를 근무성적, 경력, 직무평가, 다면평가, 훈련성적, 포상 등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고, 시행내규는 그중 다면평가를 10%만 반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다면평가 지침이 다면평가의 방법과 절차만을 위임받았을 뿐임에도, 허들제 조항이 다른 평정 결과와 관계없이 다면평가만으로 승진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있도록 정하였으므로 상위 규정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허들제는 실질적으로 인사규정을 개정하는 것이어서 이사회 의결과 시장 승인을 거쳐야 함에도, 피고가 이러한 절차를 회피하기 위하여 지침 개정의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다면평가 자체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지침상 피평가자와 함께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없는 직원도 평가에 참여할 수 있고, 평가위원이 일부 피평가자에 대한 평가를 생략할 수 있어 평가위원 구성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으며, 평가항목이 추상적인 데다 등급별 평가기준도 정해져 있지 않아 어떤 직원이 평가에 참여하였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법원은 이처럼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다면평가 결과만을 근거로 승진대상자에서 아예 제외하는 것은 합리적인 승진임용 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면평가가 이미 10% 반영되고 있고 괴롭힘 등의 문제는 징계를 통해 승진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 별도로 허들제를 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3. 의의

대상판결은 승진임용이 원칙적으로 임용권자의 재량에 속하더라도 인사규정 등이 정한 심사기준을 벗어나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남용한 승진임용 거부는 사법상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다면평가 허들제에 적용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상위 규정이 다면평가의 반영 비율을 정하고 있음에도 하위 지침으로 다면평가 결과만을 기준으로 승진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도록 정한 것은 상위 규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다면평가 결과를 승진 등 인사관리에 활용하고 있거나 활용하려는 사업장에서는 그 근거가 상위 규정에 마련되어 있는지, 정해진 개정 절차를 거쳤는지 등 제도의 근거와 운영 방식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