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 세종 IP그룹은 지식재산권 분야의 법령과 주요 판결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세종 IP그룹에서는 2021년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 중 특허∙상표∙저작권법과 관련하여 법리적으로 의미 있는 판결을 아래와 같이 선정하였고, 본 뉴스레터를 포함하여 3회에 걸쳐 2021년 IP분야 주요 판결의 내용과 의의에 관한 심층적인 분석을 담은 뉴스레터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1. | 조약우선권 주장에 따라 특허요건 판단기준일이 우선권 주장일로 소급하는 발명의 범위 -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9후10265 판결 |
2. | 화합물 선택발명(아픽사반)의 진보성 판단 기준 -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판결 |
3. | 확정된 각하심결이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되는 선행 확정심결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법원 2021. 6. 3. 선고 2021후10077 판결 |
4. |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발명 청구항의 권리범위 해석 - 대법원 2021. 1. 28. 선고 2020후11059 판결 |
5. | 무효심판절차에서 청구범위해석이 확정된 이후 ‘침해소송에서 권리범위를 제한 해석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21다217011 판결 및 같은 일자 선고 2021다217028 판결 |
6. | 후출원 등록상표 사용의 선출원 등록상표에 대한 침해 성립 여부 -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53444 전원합의체 판결 |
7. | 저작권 침해물 링크행위의 방조죄 성립 여부 -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도19025 전원합의체 판결 |
[특허]
1. 조약우선권 주장에 따라 특허요건 판단기준일이 우선권 주장일로 소급하는 발명의 범위에 관한 대법원 판결 –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9후10265 판결
■ 판시사항
• 조약우선권 주장에 따라 특허요건 판단기준일이 소급하는 발명의 범위: 이 사건 특허발명이 출원될 당시 적용되던 2001. 2. 3. 법률 제64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특허법(이하 ‘2001년 개정 전 특허법’이라고 한다) 제54조에 따라 ‘공업소유권의 보호를 위한 파리협약’(Paris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Industrial Property)의 당사국에 특허출원을 한 후 동일한 발명을 대한민국에 특허출원하여 우선권을 주장하는 때에는, 진보성 등의 특허요건에 관한 규정을 적용할 때 그 당사국에 출원한 날(이하 ‘우선권 주장일’이라고 한다)을 대한민국에 특허출원한 날로 보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조약우선권 제도에 의하여 대한민국에 특허를 출원한 날보다 앞서 우선권 주장일에 특허출원된 것으로 보아 그 특허요건을 심사하게 되면, 우선권 주장일과 우선권 주장을 수반하는 특허출원일 사이에 특허출원을 한 사람 등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특허법 제55조 제1항의 국내우선권 규정의 경우와 같이, 2001년 개정 전 특허법 제54조 제1항에 따라 특허요건 적용의 기준일이 우선권 주장일로 소급하는 발명은, 조약우선권 주장을 수반하는 특허출원된 발명 가운데 조약우선권 주장의 기초가 된 특허출원서에 최초로 첨부된 명세서 또는 도면(이하 ‘우선권 주장의 기초가 된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 등’이라고 한다)에 기재된 사항의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한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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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판결의 해석
대법원은 2015. 1. 15. 선고 2012후2999 판결에서 국내우선권 주장 출원발명의 특허요건 적용 기준일 소급 범위와 관련하여, 특허법 제55조 제3항에 따라 특허요건 적용의 기준일이 우선권 주장일로 소급하는 발명은 특허법 제47조 제2항과 마찬가지로 우선권 주장을 수반하는 특허출원된 발명 가운데 우선권 주장의 기초가 된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 등에 기재된 사항의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한정되는데, 여기서 ‘우선권 주장의 기초가 된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 등에 기재된 사항’이란 우선권 주장의 기초가 된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 등에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항이거나 또는 명시적인 기재가 없더라도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우선권 주장일 당시의 기술상식에 비추어 보아 우선권 주장을 수반하는 특허출원된 발명이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 등에 기재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해할 수 있는 사항을 의미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나 본 판결 전까지는 특허법 제54조에 의한 조약우선권 주장 출원발명과 관련하여 위 2012후2999 판결의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되는지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된 사례가 없었는바, 본 판결을 통하여 특허요건 적용 기준일 소급 범위와 관련하여 조약우선권 주장 출원발명에 대해서도 국내우선권 주장 출원발명과 동일한 법리가 적용된다는 점이 최초로 확인되었습니다.
본 판결에서 문제된 특허의 청구항 제3항 기재 발명은 ‘항-CD20 항체를 500 내지 1500mg/m^3의 용량으로 투여’한다고 하여 투여용량을 한정하고 있는 발명인데, 이와 관련하여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는 청구항에서 항-CD20 항체의 투여용량을 0.1~30㎎/㎏의 용량으로 투여하거나, 4주간 주당 375㎎/㎡의 용량으로 주입한다고 기재하고 있었고, 실시례에서는 제1투여량으로 375㎎/㎡을 투여한 이후, 이어서 500 내지 1500㎎/㎡의 투여량으로 치료받는다고만 기재하고 있었을 뿐, 항-CD20 항체를 500 내지 1500㎎/m^3의 균일용량으로 투여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기재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위 청구항 제3항 기재 발명의 투여용량 한정 구성은 우선권 주장의 기초가 된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 등에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항은 아니었는데, 다만 그러한 구성이 통상의 기술자가 그 기술상식에 비추어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 등에 기재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해할 수 있는 사항에 해당하는지, 그럴 경우 해당 기재가 ‘우선권 주장의 기초가 된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 등에 기재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이에 관하여 본 판결에서는, 조약우선권 주장 출원발명의 특허요건 적용 기준일 소급 범위에 관하여 국내우선권에 대한 것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입장을 설시하면서, 다만 본 판결의 사안에서는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 청구항에는 항-CD20 항체의 균일용량 투여가 기재되어 있기는 하였으나 개별 투여량이 청구항 제3항 기재 발명과 달리 기재(0.1~30㎎/㎏의 용량으로 투여하거나, 4주간 주당 375㎎/m^2의 용량으로 주입)되어 있었고, 실시례에서는 항-CD20 항체의 500 내지 1500mg/㎡의 용량 투여가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균일용량 투여가 아니라 제1 투여(375㎎/m^2) 이후의 후속 투여량으로 기재되어 있었으므로, 위 제3항 발명의 “항-CD20 항체를 500 내지 1500mg/m^3의 용량으로 투여’한다는 균일투여 한정은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에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거나 기재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해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본 판결의 대상 특허 청구항 제3항 및 제5항 발명의 특허요건 판단일은 우선권 주장일이 아니라 출원일이라고 보았으며, 그 결과 위 특허의 출원일 전에 공개된 자료의 선행발명 적격을 인정하고 그에 기초하여 위 제3항, 제5항 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한 원심 판결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본 판결에서 문제된 의약분야 발명을 비롯하여 많은 특허발명들은 우선권 주장을 수반하여 특허출원이 되고 있는데, 본 판결은 국내우선권 주장 출원과 조약우선권 주장 출원의 경우 모두 특허요건의 적용 기준일이 소급되는 발명은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 등에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항이거나 명시적인 기재가 없더라도 최소한 우선권 주장일 당시의 기술상식을 기준으로 특허출원된 발명이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 등에 기재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해할 수 있는 사항이어야 함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입니다.
2. 화합물 선택발명(아픽사반)의 진보성 판단 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결 –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판결
■ 판시사항
• 선택발명 진보성 판단 시 구성의 곤란성 고려 여부: 선행발명에 특허발명의 상위개념이 공지되어 있는 경우에도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선행발명에 발명을 이루는 구성요소 중 일부를 두 개 이상의 치환기로 하나 이상 선택할 수 있도록 기재하는 이른바 마쿠쉬(Markush) 형식으로 기재된 화학식과 그 치환기의 범위 내에 이론상 포함되기만 할 뿐 구체적으로 개시되지 않은 화합물을 청구범위로 하는 특허발명의 경우에도 진보성 판단을 위하여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 보아야 한다. |
■ 본 판결의 해석
대법원은 그 동안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과 관련하여, 『선행 또는 공지의 발명에 구성요소가 상위개념으로 기재되어 있고 위 상위개념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만을 구성요소 중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는 이른바 선택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가 선행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하고, 이때 선택발명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선행발명에 비하여 위와 같은 효과가 있음을 명확히 기재하여야 하며, 위와 같은 효과가 명확히 기재되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선택발명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질적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나,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정량적 기재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후736, 743 판결,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8후3469, 3476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선택발명의 범주에 들어간 발명은 효과의 현저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그 진보성이 부정되어 왔는데[유일한 예외는 올란자핀 판결(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0후3424 판결)], 이러한 법리는 선택발명은 근본적으로 구성의 곤란성이 없는 발명이라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었던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택발명의 경우에도 상위개념이 알려져 있는 상태에서 하위개념의 다수의 선택지 중 일부를 선택하는 것에 곤란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일반적인 발명과 같이 양적으로 현저하거나 질적으로 다른 효과가 있지 않더라도 진보성이 긍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며,실제로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취지의 판결이 있어 왔습니다 [知的財産高等裁判所平成30年4月13日判決平成28年(行ケ) 第10182号、同第10184号 참조]. 대법원은 본 판결을 통하여 선행발명에 마쿠쉬 형식 등으로 기재된 화학식과 그 치환기의 범위 내에 이론상 포함될 수 있는 화합물의 개수,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에 마쿠쉬 형식 등으로 기재된 화합물 중에서 특정한 화합물이나 특정 치환기를 우선적으로 또는 쉽게 선택할 사정이나 동기 또는 암시의 유무, 선행발명에 구체적으로 기재된 화합물과 특허발명의 구조적 유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상위발명으로부터 특정 하위발명들을 선택하는데 있어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면 선택발명의 진보성이 인정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혔습니다.
한편, 본 판결은 선택의 동기가 없어 구성이 곤란한 경우인지, 아니면 임의의 선택에 불과한 경우인지를 구별함에 있어, 즉 선택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효과의 현저성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효과의 현저성 역시도 선택발명의 진보성을 인정할 수 있는 요인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선택발명의 효과의 현저성 판단∙증명과 관련하여, 선택발명의 효과는 특허발명의 명세서에 기재되어 통상의 기술자가 인식∙추론할 수 있는 효과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효과가 의심스러울 때에는 그 기재 내용의 범위를 넘지 않는 한도에서 출원일 이후 추가적인 실험 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효과를 구체적으로 주장ㆍ증명하는 것이 허용된다고도 판시하였습니다.
의약, 화학 분야에는 많은 선택발명들이 출원되고 있는데, 본 판결은 향후 선택발명들의 진보성 판단 시, 선행발명에 포함될 수 있는 선택의 가지 수, 선행발명에 포함된 화합물 등 중 특정한 화합물이나 특정 치환기를 우선적으로 또는 쉽게 선택할 기재∙암시∙동기의 유무, 선행발명에 구체적으로 기재된 화합물과 특허발명의 구조적 유사성, 특허발명의 선행발명에 기재된 화합물 대비 현저한 효과 유무 등을 통한 ‘구성의 곤란성’ 여부를 반드시 고려하여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최초의 판례로서의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선택발명의 경우는 그 선택의 기초가 되는 선행발명과 권리자가 동일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선행발명이 선택발명 보다 먼저 특허등록을 받은 개척발명인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여 보면, 선택발명에 관하여 구성의 곤란성이라는 개념을 인정한다는 것은 선행발명의 권리범위가 불분명하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 판결의 대상인 아픽사반은 선택발명이므로 당연히 선행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할 것인데, 선행발명에서 아픽사반을 선택하는 것이 진보성을 인정할 정도로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된다는 것은 결국 선행발명의 권리범위를 파악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본 판결에서 대법원이 ‘구성의 곤란성’이라고 판단한 것이 실제로는 ‘선택의 곤란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구성의 곤란성은 창작성이 내포된 법률적 개념인 반면 선택의 곤란성은 창작성과는 무관한 사실적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창작적 노력을 들이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선택될 수밖에 없는 대상을 선택한 것에 대해 그 자체로 독자적인 진보성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향후 더 많은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사료됩니다.
나아가 본 판결의 효과에 대한 판단과 관련해서도, 본 판결의 사안은 출원일 이후의 추후 증명의 대상이 되는 선택발명의 효과가 명세서에 명확하게 기재된 경우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출원일 이후 추가 자료 제출에 의한 효과의 증명은 명세서에 명확하게 기재된 효과에 한하여 허용된다는 종래 대법원 판례의 취지와 배치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추후 증명이 가능하면 명세서에는 명확하지 않더라도 추론 가능한 정도의 효과만 기재하여도 무방한 것으로 효과 기재에 관한 종례 판례의 기준이 완화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추후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