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2024. 1. 17. 네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해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어 2024. 2. 1.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는 이달 중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자본시장에서는 증시 부양의 기대감과 아울러 기업가치 개선계획 수립이라는 부담감이 동시에 상존하고 있습니다.

민생토론회에서 제시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기재하게 하여 공시우수법인 선정시 가점을 부여하고, 특히 주주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구성된 신규지수 및 ETF를 도입하는 것을 그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의 비교 공시, 상장사의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지수 및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일본의 증권거래소가 수행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을 참고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2월 말에 있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전에 먼저 우리 기업이 참고할 수 있도록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과 주요 대응 방안을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 ESG 센터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공시, ESG 공시와 관련한 다수의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으며, 향후에도 관련 동향을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고도화된 자문을 제공드릴 예정입니다.

 

1.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

일본은 2014년부터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위한 방안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향상, 주가순자산비율(PBR)중심의 투자정책, 투자자 소통 강화를 제시하여 왔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는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것은 금융과 기업의 선순환 구조라고 판단하였으며,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안정적 자금 유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해외 금융기관이 투자의사 결정에 참조하는 ‘ESG’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일본 공적연금(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 GPIF)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2015년 UN 환경계획 및 UN 글로벌 콤팩트의 파트너로서 책임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 이니셔티브인 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 서명했으며, GPIF의 투자운용원칙에 ‘모든 투자자산에 대해 ESG요소를 반영한다’는 내용도 추가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은 2023년까지 스튜어드십 코드에 324개 기관투자자가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2015년부터 도쿄증권거래소(Tokyo Stock Exchange, TSE)에 의해 기업지배구조 공시가 의무화되었으며,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은 2021년 개정을 거쳐 더 높은 수준의 요구 사항이 추가되었습니다. 2022년 4월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 시장을 프라임(Prime)(대기업 중심), 스탠다드(Standard)(중견 기업 중심), 그리고 그로스(Growth)(신흥 기업 자금 조달 목적)로 재편했습니다. 특히 주요 대기업이 편입되는 프라임 시장에는 해외 투자자가 요구하는 정보 공시 기준과 기업 관여 요건이 도입되었습니다.

 

2. 일본거래소그룹(JPX) 및 도쿄증권거래소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

(1) 추진배경

2023년 기준 주당 순자산가치(Price Book Value Ratio, PBR)이 1배 미만인 동시에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 ROE)가 8% 미만인 일본 기업의 비율은 프라임 시장 기준 약 49%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수익성 또는 성장성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본 기업의 PBR이 낮은 원인은 ①장기간의 경기 침체, ②경직된 고용문화, ③경영자들의 수익 창출 및 비용 지출 중심의 사고 및 자본효율성 간과 경향, ④제조업 및 생산현장 중시에 따른 디지털 기술 대응 약화로 인한 비효율성과 투자효과 저하, ⑤기업지배구조의 취약성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PBR에는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비재무적 가치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지속가능경영에 의한 사회적 평가 등 비재무적 가치를 상승시키면 기업의 ROE 역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ROE가 자본비용을 넘어서면 기업평가가 높아지고,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인하게 될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2)일본 증권시장의 거버넌스 개선요구

2023년 3월 도쿄증권거래소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진입을 유도하고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PBR이 1 이하인 프라임과 스탠다드 시장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해 일본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인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의 실천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매년 공개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3년에는 64개 기업이 순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주에 대한 자본환원율을 높였습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제시한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이하 “일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요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 현황의 분석: 자사의 PBR과 ROE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내용과 시장평가에 관해 이사회에서 현황분석과 평가를 실시합니다. 이때 고려해야 할 주요 사항은 WACC(가중평균자본비용), ROE, ROIC(투자자본수익률), PBR, PER(주가수익률), 주가 및 시가총액 등입니다.
  • 개선 계획의 수립과 공시: 개선방법과 목표, 기간 등 구체적 추진방안을 이사회에서 검토 및 수립하고, 해당 내용을 현황 평가와 함께 투자자에게 알기 쉽게 공시합니다.
  • 주주와의 대화 촉진 및 공개: 개선 계획을 기반으로 자본비용과 주가를 인식하는 경영을 추진하고, 공시된 정보를 기반으로 투자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소통 결과를 공시해야 합니다.

이에 도쿄증권거래소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개정하여, “기업지배구조 원칙에 따른 공시” 부분에 위 일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및 주주와의 대화 경과에 대해 공시하고 있는 경우에는 영문 공시 여부 및 열람방법, 공시하지 않고 검토중인 경우에는 구체적인 검토 상황 및 공시 예정 시기 등을 기재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도쿄증권거래소는 2024년 1월 15일부터 개별 상장기업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에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기재한 기업명단을 매월 공표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이는 상장기업들에게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주주가치 노력을 요구하고, 이를 정부가 모니터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입니다.

일본거래소그룹은 프라임 시장 상장기업의 경우 독립 사외이사 비율을 이사회 구성원의 최소 1/3 이상 유지하고 독립 사외이사로 하여금 회사의 조언자와 감독자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며, 독립 사외이사 중 한 명을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일본 공적연금과 중앙은행은 2014년부터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가중치를 부여한 NIKKEI400 지수를 새로운 벤치마크로 하여 일본 주식을 매입하기로 밝힌 바 있는데, 2023년 6월에는 ROE가 자본비용보다 높고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을 초과하는 기업에게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JPX 프라임 150 지수를 새롭게 만들고, 기관투자가로 하여금 JPX 프라임 150의 벤치마크 사용을 유도함으로써 일본 상장기업들이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도록 하고 있습니다.

(3)성과

도쿄증권거래소가 상장기업에 일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요구한 이후, 2024년 1월 28일까지 닛케이225와 토픽스는 각각 24.8%, 22.5% 상승하며 나스닥(28.2%)을 제외하면 선진국 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주가 상승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기업 가치 제고가 상당부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2023년 3분기에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은 2022년 4분기대비 180개가 줄어들었습니다(비중 50.6% → 45.8%).

일본 증시에서 2023년 3분기까지 PBR 1배 미만을 탈출한 기업이 가장 많은 산업은 산업재, IT, 경기재 등으로 이들 기업은 2023년 4월 이후 현재까지 일본증시 상승 기여도 상위 섹터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금융권의 경우 PBR 1배 미만을 탈출한 기업은 많지 않았지만 PBR 개선 폭이 컸습니다.

 

3. 일본의 우수사례

도쿄증권거래소는 2024. 2. 1. 일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우수 사례집을 발표했습니다. 이 사례집은 일본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총 29개 기업에서 투자자들의 기업에 대한 기대에 대응하는 포인트에 따라 체계를 구축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투자자들이 뽑은 동아건설공업, 스미모토 임업, 미쓰이화학 등 각 산업의 기업별 주요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사례를 대응 포인트별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례집에서 소개하는 일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응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현황 분석 및 평가

  • 투자자의 관점에서 자본 비용 파악
  • 투자자의 관점을 토대로 다면적 분석, 평가
  • 대차대조표 점검

(2) 대책 검토와 공시

  • 경영자원의 적절한 배분을 위한 대책 마련
  • 자본비용 저감을 목표로 인식
  •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향상에 도움이 되는 임원 보수제도 설계
  • 중장기 목표와 실현방안 설명

(3) 투자자와의 대화

  • 경영진과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관여
  • 주주와 투자자의 성격에 따라 다른 대응 접근법을 실시
  • 대화 현황을 공개해 한층 더 깊은 대화 참여를 유도

 

4. 국내 기업에 대한 시사점

우리나라의 기업 역시 PBR이 1미만인 기업이 유가증권시장(KOSPI)의 약 58%를 차지하고 있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PBR 1 미만인 기업의 향후 밸류업을 기대한 주가 상승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본질가치 및 내재가치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려면 위 일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우수 사례집에서 제시하고 있는 대응 포인트와 같이 국내 기업 역시 투자자의 관점에서 현황을 분석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목표와 실현방안을 수립하며, 이를 토대로 경영진 및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투자자와 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연계한 기업지배구조 및 ESG 개선 계획을 수립하여 이행하고 이를 충실히 공시하여야 할 것입니다.

법무법인(유) 세종 ESG센터에서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및 ESG 개선과 관련된 국내외의 우수 사례를 분석하여 이를 자문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에는 앞에서 소개드린 대응 포인트에 따른 일본의 29개사 사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향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식적으로 발표되면 이를 추진하기 위한 기업지배구조, ESG 개선 및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 공시에 고객이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이후 발표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해서도 후속 뉴스레터를 발간하여 소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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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준비 – 1. 일본의 기업 밸류업 사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준비 – 2.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발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준비 – 3. 금융위, 기업밸류업·지배구조 우수기업 추가 인센티브 제도 및 상장기업 배당절차 개선현황 공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준비 – 4. 한국거래소,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공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준비 – 5.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확정]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준비 – 6.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밸류업 계획 관련사항 기재 의무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준비 – 7. 한국거래소,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준비 – 8. 밸류업 우수기업 선정기준(안)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