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구미불산누출사고 이후, 점점 증가하는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실효적 구제제도를 구축하자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면서, 2016. 1. 환경오염피해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이 시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법 시행 8년 후인 지난 ’23. 12. 28, 환경오염피해 인과관계의 추정에 관한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9조가 적용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금번 뉴스레터에서는 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19다300866 판결을 중심으로, 환경피해의 법적 구제과정과 관련하여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의 시행효과, 금번 대법원 판결의 시사점 등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I. 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19다300866 판결

1. 사실관계

2016. 6. 4. 피고 회사가 운영하던 충남 금산군 C리 공장의 유해화학물질 취급설비에서 유해화학물질인 불산이 누출되어 그 중 일부가 외부 우수로를 통하여 공장 외부로 흘러나가고 증발하여 약 33.04㎏ 상당의 불화수소가 기체 상태로 대기 중으로 확산되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인근 마을 주민들은 초등학교 체육관으로 대피하였으며 그 중 일부는 두통, 메스꺼움,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여 응급실로 이송되거나 기침, 가래, 수면장애, 소화장애, 기관지 불편, 두통, 안구통증 등의 증상으로 진료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인근 마을 주민이었던 원고 및 선정자들은 피고 회사를 상대로는 구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피고 대한민국에 대하여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각 2천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였습니다.

 

2. 관계법령 

구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9조(인과관계의 추정)

① 시설이 환경오염피해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때에는 그 시설로 인하여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지의 여부는 시설의 가동과정, 사용된 설비, 투입되거나 배출된 물질의 종류와 농도, 기상조건, 피해발생의 시간과 장소, 피해의 상태와 그 밖에 피해발생에 영향을 준 사정 등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③ 환경오염피해가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발생하였거나, 사업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환경오염피해 발생의 원인과 관련된 환경ㆍ안전 관계 법령 및 인허가조건을 모두 준수하고 환경오염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등 제4조 제3항에 따른 사업자의 책무를 다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추정은 배제된다.

 

3. 법원의 판단

1심은 피고 회사에 대해서는 원고 및 선정자들에게 각 5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도록 하고(원고 일부승소), 피고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원고와 피고가 모두 항소하여 전개된 2심은 피고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1심의 판단을 유지하였지만, 피고 회사에 대한 1심의 손해배상 인정액을 각 700만원으로 상향하여 인정하였습니다(원고 일부승소).

이에 피고 회사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사건은 막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 관련 규정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환경오염피해에 대하여 시설의 사업자에게 구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6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경우, 피해자가 같은 법 제9조 제2항이 정한 여러 간접사실을 통하여 전체적으로 보아 시설의 설치ㆍ운영과 관련하여 배출된 오염물질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그 시설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때 해당 시설에서 배출된 오염물질 등이 피해자나 피해물건에 도달하여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반드시 직접 증명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한편 사업자는 같은 법 제9조 제2항의 간접사실들에 대하여 반증을 들어 다투거나 같은 조 제3항의 사실들을 증명하여 추정을 번복하거나 배제시킬 수 있다.

(…) 이러한 사정들(주: 불화수소 누출시 대피반경, 원고 및 선정자들의 거주지, 사고 당시 풍속 및 풍향 등 기상조건, 피해증상, 불산 노출 외 다른 원인의 부존재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공장에서 누출된 불산은 기체 상태로 공기 중으로 확산되었다가 지표면으로 낙하하여 원고 및 선정자들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볼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달리 이 사건 사고와 원고 및 선정자들에게 발생한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사정은 없다.”

 

II.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의 시행과 입증책임의 완화: 인과관계의 추정

1. 환경소송에서의 인과관계 입증과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의 시행배경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 있어서 가해행위와 손해발생 간의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은 원고인 피해자가 부담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환경피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있어서는 개인인 피해자가 스스로 가해행위와 손해발생 간의 인과관계의 고리를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곤란 내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편, 가해기업은 기술적 경제적으로 피해자 보다 원인조사가 훨씬 용이하지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책임을 은폐하고자 하는 상당한 유인이 존재합니다. 우리 법원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피해자에게 사실적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한 엄밀한 과학적 증명을 요구함은 환경피해의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것이 될 우려가 있다’고 설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84. 6. 12. 선고 81다558 판결 등 참조).

1984년 진해화학사건 이후 법원은 신개연성설을 채택하여 인과관계 입증책임 분배를 검토하여 왔습니다. 이에 따르면 원고로서는 1) 피고의 사업장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되고, 2) 오염물질의 일부가 피해지역에 도달되었으며, 3) 그 후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모순없이 증명되는 이상 인과관계가 증명된다고 보아야 하고, 피고로서는 1) 피고의 사업장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에는 피해발생의 원인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거나 2) 원인물질이 들어있다 하더라도 혼합률이 안전농도 범위 내에 속한다는 반증을 들어 인과관계를 부정하면 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1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흐름속에서 독일의 환경책임법을 모델로 한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이 2016. 1. 시행되면서, 드디어 앞에서 살펴본 환경오염피해의 인과관계 추정에 관한 명문 규정이 도입되었습니다.


2.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9조 제1항과 기존 판례와의 관계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신설 이후 인과관계 추정에 관한 제9조 제1항과 기존 판례와의 관계에 관하여 다양한 해석론이 대두하였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는 동 규정이 종전 판례의 신개연성 이론을 명문화했다고 보는 견해, 신개연성 이론에 따른 인과관계의 3단계 기준보다 더 상세한 기준이라는 견해, 개연성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피고에게 추정을 뒤집기 위하여 본증에 이르는 증명책임을 부담하도록 한 것이라는 견해 등이 있습니다.

또한 동 규정에 의해 실제로 소송실무상 피해자의 입증부담이 더 완화, 경감되었는지에 대한 의견도 상이하게 나뉘고 있는데, 이에는 피해자의 입증정도가 완화되었으나 이에 상응하여 가해자의 반증부담도 경감되었으므로 소송실무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견해, 인과관계 추정규정이 피해자가 입증책임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나 입증이 어려운 배출물질의 도달의 증명을 피해자에게 요구하는 개연성이론보다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라는 견해, 법 제9조 제2항에 규정된 상당한 개연성에 관한 판단기준이 판례의 인과관계 3단계 기준보다 오히려 더 상세하므로 피해자의 입증 부담이 더 늘어났다고 볼 수도 있으나, 동 규정의 입법 취지상 피해자가 신개연성설에 따른 3단계만을 증명하면 법원이 제2항에 따라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해석기준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 마지막으로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를 위하여 증명주제를 한정하는 대법원의 기존 법리와 조화롭게 동 규정을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III.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시사점

이 사건 판결은 상당한 개연성을 증명하면 인과관계가 추정된다는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9조의 법리를 처음으로 적용, 선언한 판결로서, 기존에 동 규정과 기존 판례(신개연성설)과의 관계 및 피해자의 입증 부담이 완화되었는지 여부 등에 관해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견해가 다양하게 갈리고 있었던 상황에서 법원이 이에 관해 구체적인 해석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판결입니다.
 
이 사건 판결에서는 특히 “해당 시설에서 배출된 오염물질 등이 피해자나 피해물건에 도달하여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반드시 직접 증명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그렇다면 대법원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9조가 기존 판례(신개연성설)를 단순히 명문화한 규정이 아니라, 오히려 법률의 제정 취지와 문언을 중시하여 피해자에게 배출물질의 도달의 증명을 요구하는 신개연성 이론보다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규정으로 해석하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환경오염 피해의 구제를 구하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그 동안 배출물질의 도달을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들여 감정을 받아야 하기도 했고 또 감정 결과 도달 요건을 인정받지 못해 인과관계가 부정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환경오염 피해자는 동조 제2항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여러 요소들을 기준으로 삼아 문제의 시설이 오염물질 배출과 관련이 있다는 점, 배출된 오염물질과 피해 사이에 시간적/장소적 관련성이 있다는 점 등의 간접사실만을 입증하면 도달요건의 입증 없이 배상책임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향후 환경오염 피해의 구제를 청구하는 소송에서는 피해자의 입증부담이 상당히 경감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무과실책임과 환경오염피해 발생에 대한 인과관계 추정의 범위가 확대되기 때문에 사업장에서 환경오염피해 예방을 위하여 환경안전 관계 법령 및 인허가 조건을 모두 준수하는 노력과 사고발생시 신속한 피해경감조치 시행을 위한 사전준비가 각별히 요구된다고 할 것입니다.
 

저희 세종 환경팀은 다양한 환경 규제에 대해 법률 자문을 제공하여 왔으며, 각 환경 분야별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는바, 상기 이슈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대법원 1984. 6. 12. 선고 81다558 판결(진해화학사건), 대법원 1997. 6. 27. 선고 95다2692 판결(공사장 폐수로 인한 농어폐사 사건),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0다65666, 65673 판결(서천화력발전소 온배수배출로 인한 김양식장피해사건),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42666 판결(미군기지 기름유출로 인한 녹사평역오염사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