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종래 대법원은 2013. 12. 18.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로 통상임금 법리를 정리하면서,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진 임금은 ‘소정근로 대가성’ 및 ‘고정성’을 결여한 것이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나아가 2017년에는 대법원이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다시 확인하면서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함으로써 위 판례의 법리가 정착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6다238120 판결 등).
그러나 대법원은 2024. 12. 19. H생명보험, H자동차의 통상임금 사건에서 전원일치 의견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여 ①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고 ②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 기준을 재정립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3다302838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2.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요지
A. 종전 판례가 제시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5가지 근거를 들어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였습니다.
(1) 고정성 개념은 법령상 근거가 없음: 통상임금은 법적 개념이자 강행적 개념이므로 법령의 정의에 충실하면서도 당사자가 이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도록 해석해야 하는데, 통상임금의 정의규정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을 비롯한 법령 어디에도 고정성 요건에 관한 근거가 없음. 따라서 이를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요구하는 것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시키는 것임.
(2) 통상임금 개념의 강행성에 반함: 고정성 요건은 당사자가 재직조건 등과 같은 지급조건을 부가하여 쉽게 그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통상임금의 강행성을 잠탈하는 것임.
(3) 소정근로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지 못함: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개념이므로 실근로와 무관하게 소정근로 그 자체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여야 함.
(4) 통상임금의 사전적 산정 가능성을 약화시킴: 통상임금은 법적수당 산정을 위한 도구개념이므로 연장근로 등을 제공하기 전에 산정될 수 있어야 하므로, 사전에 확정될 수 없는 장래의 요소를 배제하고 ‘소정근로의 온전한 제공’이라는 전제적 개념에 충실하여야 함. 따라서 ① 소정근로일수 이내에서 정한 근무일수를 조건으로 하는 임금은 정기성, 일률성을 갖추면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②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여 정한 근무일수를 조건으로 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보아야 하며, 이를 통해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게 됨.
(5) 연장근로 등 억제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 않음: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억제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여야 하는데, 고정성 개념은 통상임금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하여 연장근로 등을 억제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음.
B. ‘고정성’을 제외하고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 기준을 새롭게 정립
위와 같이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은 종전 판례가 제시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라는 통상임금의 요건 중 ‘고정성’ 요건을 폐기하였는바, 이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을 의미합니다. 즉,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합니다.
이에 따르면 아래와 같이 재직조건부 임금,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의 경우에는 통상임금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나,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통상임금성이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1) 재직조건부 임금: 근로자가 재직하는 것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 위한 당연한 전제이므로, 재직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2)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소정근로일수 이내의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반면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 근무일수조건부 임금은 소정근로를 넘는 추가 근로의 대가이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3) 성과급: 고정성을 폐기한 통상임금 개념에 따르더라도, 근로자의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일정한 업무성과나 평가결과를 충족하여야만 지급되므로 일반적으로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워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최소 지급분은 소정근로의 대가에 해당합니다.
C. 새로운 법리의 효력 범위 제한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 중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삼은 부분, 재직조건 및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성과급의 통상임금성을 고정성 인정 여부에 따라 판단한 부분, 재직조건부 임금이 조건의 부가로 인하여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부분 및 그와 같은 종전 판결들을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하였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이 임금체계의 근간이 되는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하는 것으로, 임금에 관한 수많은 집단적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들어,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새로운 법리는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를 위하여 “이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이 사건 및 병행사건(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시점에 해당 판결이 변경하는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다투어져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들)에는 구체적 사건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법의 본질상 새로운 법리가 소급하여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3.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은 임금체계의 근간이 되는 통상임금 개념을 큰 폭으로 변경한 것일 뿐만 아니라, 종래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바탕으로 형성된 임금체계와 노사합의 및 관행 등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각 사업장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가중될 것으로 보이며, 임금체계의 대폭적인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볼 때 사업장에서는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을 고려하여 기존의 임금체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개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임금체계의 점검 및 개선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전문성 있는 법률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통상임금 및 임금체계의 설정 및 개편 등과 관련하여 다년간 축적된 풍부한 자문 및 소송 사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통상임금 및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