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ssets of all kinds could one day be bought, sold and held through a single digital wallet” (모든 종류의 자산을 단 하나의 디지털 지갑을 통해 사고팔고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래리 핑크(Larry Fink), 블랙록 회장 |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를 이끄는 래리 핑크의 대담한 선언이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2026. 1. 15. 국회 본회의에서 「주식ㆍ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블록체인에 기반하여 증권을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 토큰증권 시대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이번 입법은 단순히 새로운 투자상품의 등장을 넘어, 자본시장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시장의 인프라로 수용하고, 그간 증권화되지 못했던 다양한 자산을 증권화하며,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통한 수익분배와 인센티브 제공과 같은 새로운 시도를 포용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저희 법무법인(유) 세종 디지털금융팀은 국내 최초의 투자계약증권 발행 자문을 시작으로 금융 시장의 선두에서 토큰증권(STO) 시대를 준비해 왔습니다. 본 뉴스레터를 통해 개정 법안의 핵심과 향후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정리해 드립니다.
1.「전자증권법」 개정: 토큰증권(Security Token)의 법제화
전자증권법 상 ‘토큰증권’의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토큰증권’이란 블록체인 네트워크(분산원장)를 기반으로 증권 정보를 기재·관리하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입니다. 토큰증권을 발행하고자 하는 발행인은 법상 절차와 요건을 준수하여 허가받은 전자등록기관에 사전 통지하고, 전자등록을 신청해야 합니다. 이 경우 전자등록기관은 해당 블록체인 네트워크 노드에 참여하게 됩니다.
특히 이번 개정으로 분산원장이 법적 효력을 갖는 ‘전자등록계좌부’로 공식 인정되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는 토큰증권이 기존 전자증권과 동일한 수준의 법적 안정성과 권리 추정력을 갖춘 제도권 증권으로 편입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블록체인 상에 기록된 권리의 발생·변경·소멸 내역이 종전의 중앙집중형 전자등록계좌부와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다음으로 주목할 부분은 ‘발행인계좌관리기관’ 제도의 도입입니다. 일정한 자기자본, 인력·전산설비, 이해상충 방지체계를 갖춘 발행인은 금융위원회에 등록함으로써, 자신이 발행하는 토큰증권에 대해 직접 분산원장을 활용한 전자등록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토큰증권 발행을 위해 반드시 중앙 전자등록기관이나 제3의 계좌관리기관에 의존해야 했던 구조에서 벗어나, 발행인 주도의 보다 유연한 증권 발행·관리 모델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이번 개정은 총량관리 및 권리자 보호 원칙을 토큰증권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전자등록기관은 분산원장을 활용하는 경우에도 증권 총량관리 기능을 유지하며, 필요 시 분산원장 기반 전자등록증권과 기존 전자등록증권 간의 상호 전환 절차도 마련되었습니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을 활용하되, 자본시장 신뢰의 핵심인 ‘초과발행 방지’와 ‘권리자 보호’라는 기본 원칙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정책적 메시지로 평가됩니다.
한편, 분산원장의 기술적 특성을 고려하여 개인신용정보 처리에 관한 특례 규정도 도입되었습니다. 물리적 파기가 어려운 분산원장의 특성을 감안해, 일정 요건 하에서는 기존 신용정보법상 파기의무를 완화하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엄격히 관리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토큰증권이 대중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적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2.「자본시장법」 개정: 투자계약증권의 유통을 제도권으로 편입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의 핵심은, 그동안 발행 단계에서만 ‘증권’으로 취급되던 투자계약증권을 유통 단계까지 포괄하는 완전한 자본시장 규율 체계 안으로 편입시켰다는 점입니다.
종전 자본시장법은 투자계약증권을 “유통 가능성이 낮은 비정형적 권리”라는 전제 하에 발행·공시·불공정거래에 관한 규제 등 일부 규정만을 적용하고 증권시장 전반을 규율하는 다른 규정들의 적용을 유보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을 통해 이러한 단서 규정이 삭제되면서, 투자계약증권은 자본시장법상 다른 증권과 동일한 규율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는 토큰증권의 상당수가 투자계약증권의 형태를 취할 것이라는 점에서, 토큰증권 제도의 실질적 작동을 위한 핵심적인 제도 정비라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번 개정은 투자계약증권 등의 장외 유통을 제도적으로 허용·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협회, 종합금융투자사업자, 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투자중개업자(이른바 ‘장외거래중개업자’)를 통해, 다수의 투자자 간 장외거래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가 명확히 마련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다자간 장외거래를 중개하는 투자중개업자에 대해 규제 체계를 맞춤형으로 조정하여 해당 인가업무 범위 내에서는 불필요한 겸영업무 제한, 투자권유대행인 규제, 신용공여 규제 등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토큰증권과 같은 신유형 증권의 유통에 적합한 사업모델의 설계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이는 전통 증권시장 규제를 그대로 이식하기보다는, 디지털 기반 유통 플랫폼의 특성을 반영한 접근으로 평가됩니다.
종합하면,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토큰증권이 제도권 내에서 발행·유통·중개가 모두 가능한 증권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법적 토대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3. 향후 예상되는 변화와 시사점
이번 법 개정으로 첫째, 투자계약증권을 중심으로 토큰증권의 활용이 빠르게 확산될 것입니다. 토큰증권은 증권의 ‘형식’에 불과하므로, 이론적으로는 채무증권·지분증권·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등 자본시장법상 모든 증권에 적용될 수 있으나, 정책당국은 그 중에서도 투자계약증권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용될 것으로 상정하고 있습니다.1 이는 투자계약증권이 ▲권리 내용이 비정형적이고 ▲기초자산 또는 프로젝트의 성과와 수익이 밀접하게 연동되며 ▲수익 분배, 인센티브 제공, 조건부 권리 행사 등 복잡한 구조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스마트 컨트랙트와 분산원장의 장점이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프로젝트 금융, 실물자산(부동산·인프라·원자재 등) 기반 수익권, 콘텐츠·데이터·지식재산권과 연계된 사업모델 등이 투자계약증권 형태의 토큰증권으로 구조화되어 자본시장에 편입될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금융투자업자의 참여를 통해서 토큰증권 시장이 질적∙양적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그간 투자계약증권은 원칙적으로 발행인이 직접 투자자를 모집해야 했고, 이로 인해 정보 제공의 한계, 투자자 보호의 공백, 유통의 제약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습니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증권사가 중개 주체로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자설명·공시, 내부통제, 이해상충 관리 등 기존 자본시장과 동일한 규율 체계가 토큰증권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금융투자업자들이 보유한 폭넓은 고객 기반, 자산관리 채널, 리스크 관리 역량을 고려할 때, 토큰증권 시장은 단기간에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셋째,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 간 역할 재편이 본격화될 것입니다. 토큰증권 시장에서는 금융투자업자가 발행·유통·중개의 중심축을 담당하게 되겠지만, 이와 아울러 핀테크 기업의 기술 역량과 데이터 처리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의 활성화는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토큰증권 시장의 특성상 ▲기초자산의 소싱 ▲발행 구조 설계와 같은 상품화 과정이나,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배당·상환·권리 행사 자동화 ▲투자자 관리 및 리포팅 등 증권 사무의 디지털화·고도화 영역에서 핀테크 기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토큰증권 시장은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이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라, 자본시장 규율을 중심에 둔 역할 분담형 협업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자증권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므로, 토큰증권은 2027년 1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발행·유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법 시행까지 남은 약 1년의 시간은 비즈니스 모델을 정교화하고, 하위 법령(시행령)의 입법추이를 관찰하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골든타임입니다. 저희 법무법인(유) 세종 디지털금융팀은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의 토큰증권 사업의 든든한 법률 파트너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1 「전자증권법」은 토큰증권으로 발행 가능한 권리의 범위를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실제 토큰증권화가 가능한 증권의 범위는 시행령 입법 과정에서 구체화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