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하,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개정 「헌법재판소법」이 2026. 3. 12. 시행되었습니다. 개정법 시행 이후인 2026. 3. 24. 재판소원 사건에 관한 지정재판부 사전심사가 처음으로 진행되는 등 제도 시행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재판소원 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소송실무에서의 활용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3. 6.자 뉴스레터를 통해서는 개정 헌법재판소법상의 재판소원 제도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았으므로,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재판소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독일, 스페인, 대만 등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간략히 살펴보고, 독일의 상황을 참고하여 우리 법에서의 주요 쟁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1. 국가별 입법 현황

독일은 1951년 제정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법」에 공권력 일반에 대한 헌법소원을 규정하면서 법원의 재판에 대한 예외를 두지 않음으로써 최초로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제90조). 이후 1969년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 개정을 통해 위와 같은 내용의 헌법소원 일반을 연방헌법재판소의 권한으로 규정함으로써 재판소원의 헌법적 근거 역시 마련하였습니다(제94조 제1항 제4a호). 

스페인은 1978년 민주화와 동시에 제정된 「스페인 헌법」을 통해 헌법소원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제161조), 1979년 제정된 「스페인 헌법재판소조직법」을 통해 ‘법원의 작위 또는 부작위’에 대한 재판소원을 헌법소원의 한 유형으로 명시적으로 도입하였습니다(제44조).

대만은 최근까지 헌법소원의 청구 대상을 추상적 법규범의 해석으로 제한해왔습니다. 그러나 2018년 「대만 헌법소송법」을 개정하면서 법원의 재판까지 헌법소원의 청구 대상으로 확장하였습니다(제59조). 

 

2. 주요 쟁점

가. 보충성 원칙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법 제90조 제2항 제1문은 다른 모든 권리구제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보충성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이 보충성 원칙을 단순히 권리구제절차를 사전에 거쳤어야 한다는 요건을 넘어, 헌법 침해를 시정하거나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소송법적 수단을 동원하였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연방헌법재소법 제90조 제2항 제2문은 보충성 원칙에 대한 예외, 즉 헌법소원이 일반적인 의미를 가지는 경우, 권리구제절차를 모두 거치기를 기다리면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에는 곧바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이러한 보충성 원칙의 예외 규정을 적용하여 하급심 판결에 대한 재판소원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도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라고 재판소원을 비롯하여 헌법소원 전반에 적용되는 보충성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독일과 달리 보충성 원칙의 예외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에 있어서 청구인이 그의 불이익으로 돌릴 수 없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착오로 전심절차를 밟지 않은 경우 또는 전심절차로 권리가 구제될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권리구제절차가 허용되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불확실하여 전심절차 이행의 기대가능성이 없을 때 등에는 보충성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여 오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 1989. 9. 4. 선고 88헌마22 결정; 헌법재판소 2008. 5. 29. 선고 2007헌마712 결정 등 참조).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해석에 의한 보충성 원칙의 예외가 재판소원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가 앞으로 구체적인 사건에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나. 심판의 대상 

독일은 일정한 금액 이하의 소송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를 제한하되 다만 항소허가를 받은 때에는 항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고심은 상고허가제를 취하고 있으며, 상고불허가결정에 대해서는 소송물가액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재항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판결의 경우 항소심, 상고심 및 상고불허가 결정에 대한 재항고 절차까지 모두 거쳐야 하고, 재심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재심절차도 거쳐야 재판소원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한편, 항소나 상고가 허가되지 않거나 허가되지 않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더 이상 권리구제절차가 남아 있지 아니하므로 당사자는 바로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판소원은 상소제한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재판에 대한 우회적인 불복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독일은 보충성 원칙을 적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외를 통해 대법원 판결뿐만 아니라 하급심 판결에 대한 불복수단으로 재판소원 제도가 비교적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신설된 우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3항은 ‘확정된 재판’을 재판소원의 청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심급을 불문하고 확정된 재판이라면 재판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다만 당사자가 상소제도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은 경우라면 보충성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법률신문, “재판소원 관련 헌법재판소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전문”, 2026. 3. 11.자 기사). 향후 실제 재판소원 사건에서 보충성 원칙 및 그 예외에 관한 기존의 헌법재판소의 입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특히 상소제도를 충분히 활용하지 아니하고 재판소원을 청구한 경우 보충성 원칙의 예외를 어느정도 인정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다. 심판 범위의 제한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법 제93a조 제2항은 ‘원칙적인 헌법적 의미가 있는 경우’ 또는 ‘기본권이나 기본권과 유사한 권리를 관철하기에 적절한 경우’를 헌법소원의 심판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다만 연방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사건에서 심판 범위를 제한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연방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절차의 진행이나 사실의 확정과 평가, 일반법의 해석 등이 아닌 ‘법원에 의한 헌법상의 권리, 즉 기본권에 대한 특정한 형태의 침해’에 관하여만 개입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이른바, ‘Heck의 공식’). 이때 ‘특정한 형태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의 의미에 관하여는 확립된 해석이 있다고 하기는 어려우며, 재판소원에서 법원의 재판은 모든 법적 관점이 아닌 기본권에 대한 침해라는 헌법적 관점에서만 심사되어야 한다는 제한적 의미로 파악됩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기준이 개별 사건마다 일관되게 적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가령 법원이 기본권의 의미에 관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견해에 기초한 오류를 범한 경우라야 재판소원이 정당화된다고 판단하여 심판 범위를 엄격하게 본 사안이 있는가 하면, 구체적 사건에서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가 기본권침해적일 수도 있다고 판단하여 심판 범위를 넓게 인정한 사안도 있습니다.

이번에 신설된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3항에서는 ①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하는 취지의 재판 ② 헌법·법률상 적법절차를 위반한 재판 ③ 헌법·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재판을 재판소원의 청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사례에서 위 조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될지 알기 위해서는 향후 재판소원이 다수 제기되어 그 결정례들이 축적되기를 기다려 보아야 할 것입니다.  

 

3. 실무상 시사점

비록 이번 헌법재판소법 개정을 통해 재판소원 제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지만 앞으로 이 제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용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따라서, 헌법상의 기본권 관점에서 재판소원을 통한 권리구제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재판소원과 관련된 주요 쟁점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외국의 입법례 및 실무례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되 보충성 원칙에 따라 심판대상을 엄격하게 해석하면서도, 어느 정도 보충성 원칙의 예외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판소원 제도의 도입 과정에서 법원의 판결과 관련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필요성과 아울러 재판소원 쇄도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심리의 효율성 저하에 대한 우려도 대두된 바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헌법재판소로서는 이러한 두가지 입장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심판대상 요건에 관한 해석론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재판소원을 제기하는 경우, 헌법소원의 적법요건, 특히 보충성 원칙 및 그 예외,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3항 각 호의 심판대상에 관한 요건 등에 관한 정밀한 법리 분석을 통해 우선 심판대상에 관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청구내용을 구성하고, 실제 심리 과정에서는 헌법과 국민의 기본권 관점에서 해당 법원 판결이 갖는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주장,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또한 재판소원이 인용되는 경우에도 다시 진행되는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치밀한 사후 대응을 통해 종국적인 권리구제에 빈틈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