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배경
재건축조합은 자금 부족으로 시공사에게 수백억 원 상당의 재건축아파트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재건축조합은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하여 조합원들에게 추가분담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공사대금을 조달하고자 하였으나, 조합원 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부결되어 결국 공사대금이 미납된 채로 재건축아파트 준공이 이루어졌습니다.
시공사는 미수 공사대금이 완납될 때까지는 재건축아파트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하여 조합원들의 입주를 막는 방법을 검토하였으나, 수차례 협상을 거쳐 ‘추가 분담금 상당의 채무를 시공사에 대하여 부담한다’는 취지의 확약서(이하 ‘이 사건 확약서’)를 시공사에 제출한 조합원에 한하여 유치권을 행사하지 않고 입주를 허용하기로 재건축 조합과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를 하였습니다.
이후 재건축조합은 총회를 개최하여 ‘조합원은 시공사에 이 사건 확약서를 제출한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조합원은 자신의 추가 분담금 상당액을 시공사에 납부한 후 입주한다’ 라는 내용의 결의(이하 ‘이 사건 결의’)를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조합원은 이 사건 확약서를 제출하고 재건축아파트에 입주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조합원(이하 ‘신청인’)이 이 사건 확약서 제출을 거부하고 시공사(이하 ‘피신청인’)가 부당하게 유치권을 행사하여 자신의 입주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입주방해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피신청인인 시공사를 대리하여 신청인의 입주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성공적으로 방어하였습니다.
2. 쟁점 및 법원의 판단
가. 유치권 행사는 적법하고, 조합원 채무부담확약서 징구를 위한 총회 결의는 유효함
신청인은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미수 공사대금의 지급 및 지급 재원의 조달에 관한 문제는 재건축조합과 피신청인 사이의 문제이므로, 피신청인이 자신의 아파트에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피신청인은 유치권은 대세효를 갖는 물권이므로 계약관계와 무관하게 신청인 호실에 대한 유치권 행사도 적법하고, 다만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이 사건 확약서를 제출한 세대에 한하여 유치권 행사를 유보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하였습니다.
또한 신청인은 ‘이 사건 합의나 이 사건 결의는 사실상 추가분담금을 승인하는 취지의 관리처분계획 변경과 다름없는데, 이는 도시정비법에 따른 관리처분계획 변경안 수립을 위한 절차(사전 공람 등)를 거치지 않아 무효이고 따라서 자신은 이 사건 확약서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고도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피신청인은 (i) 재건축조합이 이 사건 결의와 별개로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던 점, (ii) 이 사건 결의에는 관리처분계획의 변경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점을 들어, 관리처분계획의 변경과 이 사건 결의를 동일하게 볼 수 없고 따라서 재건축조합이 도시정비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법무법인(유) 세종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피신청인의 유치권은 대세효를 갖는 물권이라서 누구에게나 주장할 수 있으므로, 조합원인 신청인에 대하여도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으며, 이 사건 결의가 도시정비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총회는 조합원 전원으로 구성되는 조합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므로 이 사건 결의 효력은 모든 조합원들에게 미치며, 따라서 신청인도 이 사건 확약서를 제출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제출하지 않은 이상 이 사건 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유치권 행사는 권리남용, 불법행위에도 해당하지 않음
신청인은 ‘피신청인은 재건축조합의 다른 재산에 대해 보전처분을 하여 채권을 확보하면 될 것이지 재건축아파트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은 권리남용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피신청인은 (i) 재건축조합이 변제하지 못한 공사대금이 수백억 원에 이르나 그 지급을 담보할 다른 재산이 없는 점, (ii) 공사도급계약에서는 공사대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재건축조합에게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하여 부족한 공사대금을 조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재건축 조합이 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점, (iii) 재건축조합의 채무는 궁극적으로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되는 채무인 점 등을 들어 반박하였고, 법원 역시 같은 이유로 피신청인의 유치권 행사가 권리남용이나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3. 시사점 – 재건축 사업에서 미수 공사비 회수 전략
최근 공사비 분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재건축 사업에서 공사도급계약은 조합과 시공사 사이에서 체결되지만, 부족한 공사비는 결국은 조합원들의 분담금 납부를 통해 조달해야 하므로 분쟁의 양상이 더욱 복잡해집니다. 특히 조합원들이 공사비 변제를 위한 추가 분담금 결의에 반대하는 경우, 시공사는 공사를 다 마치고도 공사대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딪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시공사는 유치권이라는 담보 수단을 활용하는 한편, 각 조합원들로부터 추가분담금 상당의 채무부담확약서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공사대금 회수 방안을 마련하였습니다. 또한 이에 관하여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이를 조합의 공식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포섭하였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확약서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전제 하에, 조합원들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총회에서 이 사건 확약서 제출에 관하여 결의를 하였다면 그 결의의 효력은 모든 조합원들에게 미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번 결정은 재건축사업에서 조합의 공사비 지급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공사가 유치권과 조합원의 채무부담확약을 활용하여 미수 공사비 채권을 확보·회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는 점에서 실무상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