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이 추진·완료되면서,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주주권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는 제도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기주식 의무소각, 집중투표제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 전자주주총회 시행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 이른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구조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후속 과제로 이른바 “주가누르기 방지법”이라 불리는 일련의 입법 논의가 주요 의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주가누르기 방지법”이란 저PBR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고, 지배주주 등이 낮은 주가 또는 저평가 상태를 방치하거나 이를 활용할 유인을 줄이기 위한 일련의 입법 논의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당초에는 2025. 5. 9. 이소영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0445호)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저PBR 기업에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까지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최근 언론에서는 지난 1년간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던 상법 개정에 이어, 이재명 정부가 이른바 “주가누르기 방지법”을 추진하며 자본시장 제도 개선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주요 3개 법안을 중심으로 주가누르기 방지법의 입법 배경과 주요 내용, 그리고 기업의 대응방안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2. 개정안 발의 배경 : 자본시장의 고질적 저PBR 문제
이번 입법 논의의 가장 중요한 배경은 우리나라 주권상장법인에 만성적으로 존재해 온 저PBR 문제입니다. PBR이란 주가가 회사의 순자산가치 대비 어느 정도로 평가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회사의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저PBR 현상은 단순한 주가 부진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낮은 자본효율성, 부족한 주주환원, 불투명한 지배구조, 소극적 IR, 일반주주 보호 미흡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이해됩니다. 이에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저PBR 상태의 장기화를 방지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도적 유인을 마련하는 취지에서 발의되었습니다.
최근 한국거래소도 2026. 7. 1.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을 개정(2026. 7. 2. 시행)하여 주가순자산비율이 2반기 연속으로 업종별 하위 20% 이내에 해당하는 기업을 저PBR 기업으로 선정·공표하는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구체적인 공표방식은 추후 세부 지침 등을 통해 정해질 예정이나, 최근 한국거래소는 저PBR 기업 리스트를 KRX 밸류업 홈페이지에 상시공표하고, 종목명에 “저PBR” 표시를 하되,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일정 기간 공표와 태그 표시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면서, 주가 저평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처럼 저PBR 개선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 및 자본시장 체질개선 정책의 핵심 과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참고로 최근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은 저PBR 기업의 공표 근거를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위한 상장유지 요건 강화도 함께 포함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2026. 7. 1.부터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이 유가증권시장 300억 원, 코스닥시장 200억 원으로 상향되었고, 주가 1,000원 미만의 이른바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이 새롭게 도입되었습니다. 또한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이 상장폐지 실질심사 요건으로 추가되었으며, 공시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기준 역시 15점에서 10점(최근 1년간 공시벌점 누적 기준)으로 하향 조정되는 등 상장유지 요건이 전반적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제도 변화는 저PBR 문제에 대한 논의와 함께, 저평가·부실기업에 대한 시장 감시를 강화하고, 상장회사의 자본효율성과 시장 신뢰를 제고하려는 정책 흐름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3. 주요 개정 내용
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 - 이소영 의원 등 10인 발의(의안번호 제2210445호)
해당 개정안(이하 ‘이소영 의원안’)은 상장주식의 상속·증여세 평가방식을 조정함으로써 지배주주 등이 저PBR 상태를 방치하거나 활용할 유인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속세나 증여세가 부과되는 상장주식의 가액을 평가할 때,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을 평가기준일로 하여 그 기준일로부터 각 2개월간의 평균 시세가액을 가액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평가방식에 따르면 상장주식의 주가가 낮을수록 상속·증여세 부담도 낮아지게 되므로,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저평가 상태가 세 부담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개정안은 상장주식의 시세가 1주당 순자산가치의 8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해당 상장주식을 비상장주식 평가방법에 준하여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반영하여 평가하도록 하고, 그 평가액의 하한을 1주당 순자산가치의 80%로 설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 김현정 의원 등 17인 의원안(의안번호 제2217275호)
해당 개정안(이하 ‘김현정 의원안’)은 저PBR 주권상장법인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입니다.
구체적으로 PBR이 2개 사업연도 이상 연속하여 1 미만인 주권상장법인이 배당가능이익의 처분, 자기주식의 취득·소각, 사업구조 개선 계획 등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계획서를 작성·공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가치 제고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회사에 대해서는 1억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 안도걸 의원 등 16인 의원안(의안번호 제2218025호)
해당 개정안(이하 ‘안도걸 의원안’) 역시 저평가 주권상장법인에 대한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입니다. 다만 김현정 의원안과 달리 적용 대상을 보다 좁게 설정하고 있습니다. 즉, PBR이 2개 사업연도 이상 연속하여 1 미만이고, 최근 3개 사업연도 평균 ROE(자기자본이익률)가 8% 미만인 주권상장법인이 기업가치 제고계획서와 그 이행현황을 작성·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해당 개정안은 단순히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낮을 뿐만 아니라, 자본효율성까지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공시의무를 부과하려는 취지로 평가됩니다.
4. 입법 현황
2026. 7. 9. 현재 공개된 자료 기준으로, 위 3개 법안은 모두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나 본회의 심의 단계까지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소영 의원안은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된 후 11. 18. 조세소위원회에 상정된 상태이고, 김현정 의원안과 안도걸 의원안은 각각 정무위원회에 회부되어 소관위 심사 단계에 있습니다.
다만 최근의 정책 흐름을 고려하면, 특히 이소영 의원안을 중심으로 입법 논의가 다시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코스닥 상장사의 교환사채 발행 구조와 관련한 주가누르기 의혹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였고, 언론에서는 이를 계기로 상법 개정 이후 “자본시장 개혁 2막” 차원에서 주가누르기 방지법 논의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소영 의원은 2026년 7월 발표 예정인 정부 세법개정안에 주가누르기 방지법 관련 정부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고, 관련 보도는 이 법안이 PBR 0.8배 미만 상장사의 상속·증여세 산정 시 주가 대신 자산 및 수익가치를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 세 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시일 내 입법 논의가 가속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5. 맺음말
이소영 의원안에 대한 국회 검토보고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개정안이 제시하는 기준(PBR 0.8배 미만)에 해당하는 기업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521개사 중 1,053개사(41.8%)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이는 향후 주가누르기 방지법이 원안 또는 수정안 형태로 입법될 경우 그 영향이 일부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상당수 상장회사에 미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이소영 의원안이 도입될 경우에는 PBR이 0.8배 미만인 상장회사의 최대주주가 상속·증여를 앞두고 저평가 상태를 유지할 유인이 상당 부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김현정 의원안 또는 안도걸 의원안이 입법될 경우, 일정 기간 저PBR 상태가 지속되는 상장회사는 기업가치 제고계획과 그 이행현황을 시장과 주주에게 설명해야 하므로, 배당정책, 자기주식 취득·소각, 사업구조 개선, 자본효율성 제고, ROE 개선 방안 등이 공시·IR 차원의 주요 실무 과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주권상장법인으로서는 법안 통과 여부를 주시하면서 선제적으로 회사의 PBR 및 ROE 수준을 관리하고, 배당 및 자기주식 정책, IR 활동 등의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저PBR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거나, 최대주주의 승계 또는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있는 회사의 경우에는 세무상 영향과 함께 기업가치 제고계획의 수립, 주주환원 정책, 공시전략 및 행동주의 대응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의 기업지배구조전략센터는 주주환원 및 IR 전략 수립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계획 수립, 기업가치 제고 관련 공시, 지배주주의 승계전략 자문, 이사회 운영 선진화 방안, 이사보수 정책 수립, 이사후보자 적격성 검증 등 다양한 이슈에 관하여 축적된 실무 경험과 분석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 입법 동향과 이에 따른 영향 및 대응방안을 점검하거나 기업가치 제고계획 수립 및 공시전략을 검토하고자 하는 기업은 언제든지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