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경 

유럽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유럽연합 기능 조약(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 이하 ‘TFEU’) 제102조가 금지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행위, 그 중에서도 배제적 남용행위에 대한 판단기준 및 실무상 지침을 제시하기 위해 2026년 9월 3일 배제남용 가이드라인(Guidelines on the application of Article 102 of the 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 to abusive exclusionary conduct by dominant undertakings, 이하 ‘배제남용 가이드라인’)을 최종 채택하였습니다. 

이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배제남용행위에 대한 EC조약 제82조1 적용에 관한 집행우선순위방침”(Guidance on the Commission’s Enforcement Priorities in Applying Article 82 EC Treaty to Abusive Exclusionary Conduct by Dominant Undertakings, 이하 ‘집행방침’)을 대체합니다. 배제남용 가이드라인은 2026년 10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기존의 집행방침은 적용이 종료됩니다.

배제남용 가이드라인의 주요 특징은 기존 집행방침에 따른 경제적 효과 중심의 분석체계에서 벗어나 TFEU 제102조상 배제남용 행위의 세부유형에 따른 법리적 판단기준을 구체화하였다는 점입니다. 즉, 기존 집행방침이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는 반경쟁적 시장봉쇄와 가격행위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면, 배제남용 가이드라인은 기존의 논의를 넘어 비가격 행위와 디지털 시장의 구조적·동태적 특성까지도 보다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행위의 성격과 증거에 따라 분석의 깊이를 달리하는 ‘실행 가능한 효과 기반 접근(workable effects-based approach)’을 채택하였습니다. 또한, 지배력에 대한 분석에서는 묵시적 조정(tacit coordination)에 기초한 집단적 지배력(collective dominance), 후속시장(after-markets)2, 디지털 생태계(ecosystems)를 명시적으로 다루면서, 알고리즘의 활용이 묵시적 조정의 형성·유지에 미치는 영향도 다루고 있습니다. 나아가, 지배적 사업자의 행위의 유효경쟁 왜곡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성과경쟁(competition on the merits) 이탈 여부와 배제효과 발생 가능성의 원칙3을 일반적으로 명시하면서 EU 법원의 축적된 판례에 기초한 배제남용의 판단체계를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2. 주요 내용 

(1) 시장지배력 판단 기준의 구체화

배제남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매우 높은 시장점유율은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그 자체로 지배적 지위의 증거가 되며, 특히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50% 미만에서도 경쟁자의 수와 경쟁력 등 다른 요소에 따라 지배적 지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한편, 40% 미만의 시장점유율 사업자는 일반적으로 지배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낮지만, 시장점유율이 40%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2위, 3위 이하의 경쟁사들과 점유율 격차가 압도적으로 크거나,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 다른 업체가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없거나, 소비자가 다른 업체로 전환하는 비용이 매우 크거나 대체재를 쉽게 찾을 수 없는 등의 경우에는 지배적 지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동 가이드라인은 두 개 이상의 법적으로 독립된 사업자가 특정 시장에서 하나의 집단처럼 공동으로 행동하는 집단적 지배력에 대해 설명하면서, 명시적 합의나 구조적 연계가 없더라도 묵시적 조정행위를 통해 집단적 지배력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확장 또는 진입장벽 평가에서 상호 연결된 제품 및 서비스 또는 플랫폼으로 구성된 디지털 생태계의 특성을 고려하는 한편, 후속시장의 지배력을 평가하는 기준도 신설했습니다. 후속시장과 관련해서는 1차 시장에서의 경쟁이 후속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을 충분히 제약하는지를 평가합니다. 이를 인정하려면 소비자가 제품의 수명주기 전체에 걸친 비용을 고려하여 1차 시장의 여러 공급자 중에서 제품 또는 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실제로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야 합니다. 또한 사업자가 후속시장에서 상당한 가격인상과 같은 명백히 착취적인 정책을 취할 경우 충분한 수의 소비자가 합리적 기간 내 1차 시장에서의 구매행태를 변경할 수 있어야 합니다.


(2) 배제남용의 법리적 판단기준 구체화

배제남용 가이드라인은 행위 유형에 기반한 분석틀과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동 가이드라인은 기존 집행방침에서 다루고 있는 행위유형에 대한 판단기준 뿐만 아니라, 접근제한과 배타성을 조건으로 하지 않는 리베이트, 자사제품 우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합니다. 각 행위 유형에 대한 주요 판단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행위유형 판단기준

약탈적 가격설정
(Predatory pricing)

가격이 평균가변비용 미만일 경우 약탈적 가격으로 간주하며, 평균가변비용 이상이되 평균총비용 미만일 경우에는 경쟁제한성이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약탈적 가격으로 판단함. 지배적 사업자가 약탈적 가격을 설정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경쟁제한성이 간주됨

이윤압착
(Margin squeeze)

상방시장에서 지배적이면서 하방시장에서도 활동하는 수직통합기업이 하방시장의 경쟁사에 대해서는 필수 원재료나 중간재를 높은 가격으로 공급하면서 하방시장에서 자사의 완제품이나 최종 서비스의 가격을 낮게 책정함으로써 자신과 동등하게 효율적인 경쟁자(동등효율경쟁자)가 이윤을 확보할 수 없게 하는지를 확인하며, 해당 사실이 확인될 경우 반증이 없는 한 경쟁제한적인 이윤압착으로 판단함

배타성을 조건으로
하지 않는 리베이트4
(Rebates that are not conditional
on exclusivity)

리베이트가 배제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지배력의 정도, 행위 기간·범위, 리베이트의 규모, 소급 여부 및 개별화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함. 정량화가 가능한 경우 가격-원가 테스트도 활용할 수 있으나 필수적인 것은 아님

배타적 거래
(Exclusive dealing)

고객 또는 공급자가 수요와 공급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지배적 기업과 거래하도록 하는 배타적 거래가 입증되면 반증이 없는 한 경쟁제한성이 추정됨

결합판매 및 끼워팔기
(Tying and bundling)

① 별개의 상품, ② 주된 상품 시장에서의 지배력, ③ 종된 상품 없이 주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 존재 여부, ④ 배제효과 발생 가능성이 인정되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함

접근 제한5
(Access restrictions)

접근 제한이 성과경쟁에서 벗어나고 배제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함. 투입재가 필수불가결할 필요는 없지만, 경쟁상 중요성이 클수록 접근 제한의 경쟁 제한 가능성도 큰 것으로 봄

공급 거부
(Refusal to supply)

① 공급 거부 대상이 되는 투입재가 현실적·잠재적 대체재 없이 필수불가결한지, ② 거부가 접근 요청 사업자 측의 모든 실질적인 경쟁을 제거할 수 있는지, ③ 객관적 정당성이 없는지를 엄격하게 판단함. 지식재산권의 경우 기술 발전이나 새로운 상품·서비스의 출현을 제한하는지도 고려함

자사제품 우대6
(self-preferencing)

자사제품 우대 자체를 위법하다고 보지는 않으나, 성과경쟁에서 벗어나 배제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 경쟁제한적인 행위로 판단함. 특히 지배력을 보유한 시장의 중요성·대체 가능성, 정당화되지 않는 차별 및 제품 특성과 무관한 이용자 선택 유도 등을 고려함

본질상 반경쟁적 행위
(Conduct that is by its very nature harmful to competition)

경쟁 제한 외에는 지배적 기업에 경제적 이익이 없고 소비자 편익 가능성도 매우 낮아 명백히 성과경쟁에서 벗어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함. 반증은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될 수 있음


(3) 정당화 사유의 세분화

배제남용 가이드라인은 객관적 필요성과 효율성에 따른 정당화 사유에 대한 논거 및 증거를 기존 집행방침보다 매우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객관적 필요성 항변이 인정되려면 지배적 사업자는 문제의 행위가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객관적으로 필요하고 그 목적에 비례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러한 정당화 사유로는 정당한 상업적 고려사항이나 제품의 성능을 유지 또는 개선하기 위한 기술적 필요성 등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입증책임은 지배적 사업자에게 있고, 지배적 사업자 자신의 상업적 이해에만 의존하는 추상적인 주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효율성 항변에서는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품질 개선이나 혁신과 같은 질적 효율성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업자는 ① 해당 행위로부터 발생하는 효율성의 존재와 규모, ② 그 효율성이 관련 시장의 경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고 소비자에게도 공정한 몫이 귀속된다는 점, ③ 해당 행위가 효율성 달성에 필수적이라는 점, ④ 실제 또는 잠재적 경쟁 원천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제거하여 유효경쟁을 소멸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아울러 배제남용 가이드라인은 지속가능성 증진에 따른 이익도 효율성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원자재 사용량 감소, 오염 저감, 재활용성 향상 및 공급망 안정성 개선 등을 질적 효율성의 예로 제시합니다. 다만, 지속가능성이라는 목표만으로 배제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며, 해당 행위와 편익 사이의 인과관계, 편익의 실현 가능성, 그리고 그 이익이 피해를 입는 소비자에게 귀속되어 폐해를 상쇄할 수 있음을 검증가능한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3. 시사점 

이번에 채택된 배제남용 가이드라인은 EU 법원의 축적된 판례를 토대로 배제남용의 판단기준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면서 자사제품 우대와 접근 제한 등과 같은 비가격행위의 분석기준을 체계화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장의 경쟁 양상과 동태적 특성을 반영하여 기존 분석체계를 발전시키고, 행위 유형별로 법적 판단기준과 배제효과의 입증방식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반증 가능한 추정을 활용하되, 행위 유형과 증거에 따라 추정의 범위와 강도를 달리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정당화 사유를 객관적 필요성과 효율성 증대로 구분하여 엄격하게 심사하는 만큼 정당화 사유를 뒷받침하기 위한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유럽 집행위원회의 배제남용 가이드라인이 한국에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갖거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및 법원을 구속하는 기준은 아니지만, 그동안 공정위가 심사지침 마련에 있어 해외 경쟁당국의 논의와 집행 동향을 참고해 온 점을 고려하면 향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에 대한 정책 및 법집행에 배제남용 가이드라인을 중요한 자료로 참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공정위가 2026년 하반기에 주요 플랫폼 사업자의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데이터 기반 독점력 남용행위에 대한 규제를 구체화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자사제품 우대·접근 제한·공급 거부 및 정당화 사유와 관련된 배제남용 가이드라인의 기준이 공정위의 관련 법 집행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국내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가 문제될 수 있는 사업자들은 이번 배제남용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참고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 공정거래그룹은 공정거래 관련 이슈 전반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본 뉴스레터의 내용 또는 기타 공정거래 관련 이슈와 관련하여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1 EC조약 제82조는 TFEU 제102조의 전신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배제남용행위에 관한 규정입니다.
2 후속시장이란 소비자가 주력제품을 구매한 이후 해당 제품을 유지·보수·사용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구매하게 되는 관련 재화나 서비스 시장을 말합니다.
3 후속시장이나 플랫폼 등과 관련하여 기업의 특정행위(부품공급거절, 끼워팔기, 수리서비스 제한 등)가 형식적으로 경쟁자를 배제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 법적·경제적 위법성을 인정받으려면 실질적인 배제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명백히 입증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4 배타조건부 리베이트는 “배타적 거래(Exclusive dealing)”로 취급되며 이에 관한 규정이 적용됩니다.
5 접근 제한이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이 보유한 필수 설비, 핵심 인프라, 지식재산권 또는 플랫폼 데이터에 대해 경쟁사나 제3자의 접근을 부당하게 거부하거나 차단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6 자사제품 우대란 플랫폼이나 필수설비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 사업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시스템이나 유통채널 안에서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타사보다 유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