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배경
A 부동산신탁회사(이하 ‘A사’)는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개발사업’)에 관한 관리형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수탁자 및 분양자로서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이 사건 개발사업의 수분양자인 채권자는 A사를 상대로 분양계약 해제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으로부터 A사가 채권자에게 분양대금 등을 반환하되 그 지급책임을 ‘신탁재산의 한도 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이하 ‘이 사건 확정판결’).
이후 채권자는 이 사건 확정판결에 기하여 A사의 신탁계좌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였고, 제3채무자인 은행은 다수 수분양자들의 압류가 경합하자 신탁계좌 예금잔액 전액을 집행공탁하였습니다. 한편 이 사건 개발사업의 신탁부동산에 대하여는 다른 다수의 채권자들이 강제집행을 신청하여 강제경매절차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채권자는 이 사건 확정판결 확정 후 6개월이 지나도록 판결금 전액을 변제받지 못하였다며 A사를 상대로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신청을 하였습니다. 제1심법원 사법보좌관은 ‘쉽게 강제집행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명백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며 신청을 기각하였으나, 제1심 재판부는 채권자의 이의를 받아들여 사법보좌관의 결정을 취소하고 A사를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신용을 기초로 금융업을 영위하는 부동산신탁회사의 특성상, 명부 등재가 유지될 경우 A사에게는 다수의 금융계약 및 회사채 인수계약상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하고 진행 중인 정비사업의 보증 및 대출 실행에 막대한 차질이 초래될 수 있었습니다. 이에 A사는 제1심 결정에 불복하여 즉시항고를 제기하였습니다.
2. 쟁점 및 법원의 판단
법무법인(유) 세종은 A사를 대리하여 즉시항고 사건을 수행하였고, 제1심 결정의 법리적 오류와 사안의 시급성을 설득력 있게 소명하여 ‘제1심 결정을 취소하고 채권자의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신청을 기각한다’는 결정을 이끌어냈습니다.
가.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없음 – 책임한정의 법리와 수탁자의 의무 이행 완료
채권자는 판결금 전액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명부 등재가 정당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법무법인(유) 세종은, ① 이 사건 확정판결은 A사의 책임을 ‘신탁재산의 한도 내’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명부 등재 여부 역시 A사의 고유재산이 아닌 ‘신탁재산’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 ② A사는 신탁계좌 예금잔액을 전부 집행공탁하는 등 신탁계좌 자금에 관하여 판결금 지급에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하였다는 점, ③ 수탁자는 관련 법령 및 신탁계약상 임의로 특정 채권자에게 우선 변제하거나 신탁부동산을 처분할 수 없으므로 판결금 미지급을 A사의 불성실한 이행이나 집행 회피로 볼 수 없다는 점, ④ 책임재산이 신탁재산으로 한정된 상황에서 명부 등재를 허용하는 것은 간접강제를 통해 사실상 고유재산에 의한 변제를 압박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 등을 관련 법리와 선례를 토대로 치밀하게 변론하였습니다.
나. ‘쉽게 강제집행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명백한 사유’의 존재 – 잔존 신탁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 가능성
채권자는 신탁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 요건 구비 및 실제 채권 만족 가능성 파악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쉽게 강제집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법무법인(유) 세종은, ① 집행공탁된 예금 외에도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신탁부동산이 현존하고 있으며, 이는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통해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 ② 실제로 다른 채권자들이 신탁부동산에 대하여 강제경매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등 객관적인 집행 현황에 비추어 볼 때 채권자의 강제집행에도 아무런 법률적·사실적 장애가 없다는 점을 다각도로 소명하며 채권자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반박하였습니다.
다. 법원의 판단
항고심 법원은 법무법인(유) 세종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A사는 신탁계좌의 잔액을 전부 집행공탁하였고 신탁부동산은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통해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채권자들이 이미 강제집행절차를 진행 중이므로,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 판결금 지급과 관련하여 A사가 더 이상 이행할 사항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A사가 신탁재산의 범위를 벗어나는 재산으로 채무를 이행할 의무는 없으며, 채권자가 채권의 만족을 얻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명부에 등재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 이 사건 신청은 정당한 이유가 없거나, 쉽게 강제집행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명백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제1심 결정을 취소하고 채권자의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3. 시사점
최근 분양계약 해제 소송 등에서 신탁회사가 ‘신탁재산의 한도 내에서’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한다는 판결이 선고되었으나 신탁재산의 환가·배당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판결금 지급이 지연되는 경우 채권자들이 신탁사의 고유재산에 의한 변제를 압박하기 위해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를 신청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결정은 즉시항고를 제기하더라도 집행정지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제1심에서 등재결정이 내려질 경우 금융계약상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문제되는 등 신탁사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경영상·신용상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본건이 서면 심리 중심의 비송사건임에도 신탁재산 집행 현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사안의 시급성을 재판부에 적극 소명함으로써, 제1심 결정 후 불과 3주 만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취소 결정을 이끌어내어 고객사의 신용 및 사업상 피해를 최소화하였습니다.
이번 결정은 집행권원상 책임이 ‘신탁재산의 범위 내’로 한정된 경우, 신탁사가 가용 신탁재산의 범위에서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고 강제집행이 가능한 신탁부동산이 현존한다면 채권자가 아직 채권 전액의 만족을 얻지 못하였더라도 신탁사를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할 수 없다는 법리를 명확히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