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5. 5. 1. 선고 (인천) 2023나15293 판결]
1. 사안 및 쟁점
피고는 의약품 연구∙개발∙제조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와 청소, 시설관리, 보안관리, 차량관리 등에 관해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로, 피고의 공장에서 야간클리닝(청소, 소독) 업무를 수행한 사람들입니다. 원고들은 제1심에서 주위적 청구로서 위장도급에 따른 묵시적 근로관계의 존재를 이유로 근로자지위확인을 청구하거나 근로자 파견관계 성립을 이유로 파견법에 따라 근로자지위확인을 청구하고, 예비적 청구로 파견법에 따른 고용의 의사표시 청구를 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원심] 원심은 원고들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성립 주장은 배척하였으나,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주장은 인정하면서 고용의사표시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주요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원청의 상당한 지휘·명령
- 피고가 작성한 표준작업지침서(Standard Operating Procedure∙SOP)는 야간클리닝 업무 수행 시 준수해야 할 구체적인 업무내용, 절차, 수행방식을 세세하게 지정하고 있어 원고들의 업무수행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에 해당함
- 현장대리인은 피고 직원의 지시를 대부분 그대로 전달하였음
- 피고가 작업 시기, 연장근무, 작업 인원, 작업 예상 시간, 청소 순서 등을 구체적으로 지정함
- 피고의 직원들은 수시로 야간클리닝 작업을 참관·감독한 후 이메일을 통해 시정 및 보완을 요청함
2) 피고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 야간클리닝 업무는 피고의 의약품 생산공정과 필수적으로 연계되어 있음
- 피고의 직원들이 수행한 소독업무와 원고들의 야간클리닝 업무가 명확하게 구분되거나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
- 원고들은 피고 직원들과 사원증, 유니폼, 사무공간, 복리후생 등이 동일하였음
3) 협력업체가 원고들의 인사, 근태 관리에 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지 않음
- 피고는 원고들의 채용, 근태, 교육 이수 등에 모두 관여함
4) 협력업체의 전문성·기술력 부존재
- 협력업체가 제출한 업무매뉴얼은 이 사건 계쟁기간 이후 SOP와 피고의 특별지시 내용 등을 단순 요약한 것에 불과함
5) 협력업체의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 부존재
- 야간클리닝 작업에 필요한 설비와 장비를 피고가 제공함
[항소심]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근로자파견관계 성립을 부정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주요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원청의 상당한 지휘·명령 부존재
- SOP는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에 따라 이 사건 공장에서의 작업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표준작업지침서이고, SOP에 기재된 야간클리닝 업무 시 준수하여야 할 업무내용, 절차 등은 모두 GMP를 준수하기 위해 관련규정에 따라 명시된 내용이므로, SOP는 GMP를 준수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야간클리닝팀 근로자들이 GMP를 준수할 의무가 있는 이상, SOP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업무상 지휘·명령을 한 것으로 볼 수는 없음
- SOP는 협력업체가 이행할 일의 종류, 범위 및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음
- 협력업체는 SOP의 내용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당한 재량을 발휘하여 업무할 수 있었음
- 원고들의 업무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제시하여 SOP에 반영됨
- 피고 직원들의 현장 참관, 시정 요구는 도급인이 맡긴 일의 완성도와 관련하여 그 결과를 확인하고 수급인에게 하자의 보수를 요구한 것임
2)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지 않았음
- 피고 근로자들과 원고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이나 목적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고, 서로 대체 가능한 업무라고 볼 수 없음
- 피고 직원들과 원고들이 공동으로 작업을 수행하였다거나, 그들의 업무가 혼재되어있다고 평가하기 어려움
- 사물함, 신발장, 사원중, 유니폼, 복리후생 등을 두고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는 징표로 볼 수 없음
3) 협력업체가 원고들의 인사, 근태 관리에 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
- 협력업체는 자체 취업규칙을 가지고 있었고, 원고들과 직접 근로계약서를 작성
- 채용, 퇴직, 해고를 협력업체가 피고의 개입 없이 결정, 처리
4) 협력업체가 야간클리닝 업무에 전문성·기술력 보유
- 야간클리닝 업무는 일반적인 미화·청소와 구분되고, 바이오의약품의 연구·개발·제조 등 피고 직원들의 업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단순하다고 하더라도 전문성이나 기술력 없이 단순 업무만을 반복한 것으로 볼 수 없음
5) 협력업체가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 구비
- 협력업체는 야간클리닝에 필요한 주요 장비와 도구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관리함. 일부 특수장비는 효율성을 위해 피고의 것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도급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피고가 협조 차원에서 위와 같은 물품이나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볼 수는 없음
3. 의의
위 판결은 (ⅰ)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이 작성한 표준작업지침서(SOP)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만으로는 원청의 상당한 지휘∙명령을 인정하지 않은 점, (ⅱ) 원청 직원들이 작업을 참관하고, 이메일을 통해 지적된 사항을 통보한 것은 민법 제667조 제1항에 따라 도급인이 맡긴 일의 결과를 확인하고 수급인에게 하자 보수를 요구한 것으로서 도급계약에서 허용되는 것임을 명확히 확인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