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2두64693 판결)
1. 사안 및 쟁점
원고 회사는 제선, 제강, 압연재 생산·판매 회사로, 사업장에 소수노조인 A지회(이하 ‘소수노조’)와 교섭대표노동조합인 B노동조합(이하 ‘교섭대표노조’)이 있었습니다. 원고 회사는 단체교섭 과정에서 교섭대표노조와 소수노조에 차량 3대의 임차비용을 지원하기로 합의하였고, 이후 양 노동조합의 체크오프(Check-off, 조합비 일괄공제) 조합원 수(소수노조 약 600명, 교섭대표노조 약 6,500명)를 기준으로 하여, 교섭대표노조가 총 3대 중 2대를 사용하고, 나머지 1대는 소수노조가 5개월, 교섭대표노조가 15개월을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1:11의 비율로 배분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차량배분’).
이에 대하여 소수노조는 배분 당시 체크오프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차량 배분을 한 것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4 제1항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원고 회사를 상대로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하였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차량 배분이 합리적 이유 없이 소수노조를 차별한 것으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제1심] 제1심은 (i) 이 사건 이전에 진행된 근로시간 면제한도의 배분에 있어서 소수노조가 체크오프 조합원수를 기준으로 하는 데 동의한 적이 있으므로, 이 사건 차량배분에 있어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점, (ii) 소수노조와 교섭대표노조의 관계가 악화되어 현실적으로 차량 배분방법에 관한 협의가 도출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체크오프 조합원수를 기준으로 차량배분을 한 것은 합리적인 점, (iii) 노동조합 사무실과 달리, 차량은 노동조합의 일상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기 어려운 점, (iv) 노동조합이 자체적으로 차량을 구입, 임차하는 것에 아무런 제약이 없으므로 교섭대표노조에는 차량이 제공되고 소수노조에 차량이 제공되지 않는 시기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각 노동조합의 조합활동 사이에 질적 차이가 수반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체크오프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차량을 배분한 것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항소심] 그러나 항소심은 (i) 원고가 양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차량을 배분한 것은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차량 배분의 합리적인 기준은 배분 당시가 아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참여 시’의 조합원 수가 되어야 하는 점, (ii) 근로시간 면제한도의 배분과는 달리 이 사건 차량배분에 관하여는 ‘체크오프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적이 없고, 당시 소수노조 지회장 등이 부당해고되는 등 소수노조 조합원들로서는 지회 소속을 이유로 원고로부터 불이익 처우를 받을 것을 염려하여 체크오프 신청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체크오프를 한 조합원수를 기준으로 한 차량배분’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보아, 회사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가 소극적 의무에 그치지 않는다는 입장에 선 것이었습니다.
[대법원] 대법원은,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는 기존 법리(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두37772 판결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i) 노동조합법 제29조의 4 제1항은 근로시간 면제한도 등을 배분하는 기준시점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참여 시’로 정한 취지라고 볼 수 없고, 차량 배분은 교섭창구 단일화 시로부터 약 1년 후에 있었고 그 사이에 양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 비율에 상당한 변동이 있었으므로, 회사가 배분 당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차량 배분을 한 것은 합리적인 점, (ii) 소수노조가 차량배분 시점까지 조합원 수에 대한 증빙자료를 제출하거나 실제 조합원 수를 확인하기 위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가 ‘체크오프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차량배분을 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는 점, (ⅲ) 노동조합 사무실과 달리 차량은 노동조합이 스스로 임차하여 사용함에 특별한 제약이 없고, 차량배분도 차량 임차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점 등을 이유로, 회사가 체크오프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차량 배분을 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아, 회사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의의
위 대법원 판결은 복수노조에 대해 조합활동에 필요한 차량배분 시, 노조가 차량배분 시점까지 조합원 수에 대한 증빙자료나 이를 확인하기 위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시 확인된 체크오프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배분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가 중립적 태도를 유지할 소극적 의무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되나, 이에 관해서는 향후에도 판례의 경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