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5다209645 판결)
1. 사안 및 쟁점
피고는 건설공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Q인력사무소를 통해 피고와 일당 19만원에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아파트건설공사 현장에서 거푸집 해체 및 설치 등 작업을 하였습니다. 원고들은 ‘임금수령 본인동의서(위임장)’ 또는 ‘임금 대리수령 확인서’ 등을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였고, 해당 서류에는 ‘본인계좌 사용불가’를 이유로 Q인력사무소의 L에게 임금 대리수령을 위임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피고는 원고들의 노무비를 L에게 일괄 지급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위와 같은 지급방식이 임금직접지급 원칙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미지급 임금 지급청구를 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제1심] 제1심은 근로기준법이 임금직접지급원칙을 규정한 취지는 임금이 확실하게 근로자 본인의 수중에 들어가게 하여 그의 자유로운 처분에 맡기고, 나아가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하면서 “사자(使者)에 의한 단순한 심부름에 불과한 경우 등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임금을 직접 근로자에게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 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시한 뒤, ▲원고들이 직접 ‘임금 수령 본인동의서(위임장)’ 또는 ‘임금 대리수령 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점, ▲원고들은 L로부터 현금으로 급여를 수령하였다는 내용의 확인서에도 서명한 점, ▲위와 같은 임금지급 방식에 대해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은 점을 종합하여, 피고가 L을 통해 원고들에게 임금을 지급한 것은 원고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항소심] 그러나 항소심은 선원법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임금직접지급 원칙의 예외는 있을수 없다고 하면서, 인력사무소 계좌로 임금수령을 위임하는 행위는 무효이고, 사용자가 근로자의 임금수령 위임이 있었다는 이유로 인력사무소 계좌로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임금 변제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였습니다.
[대법원] 대법원은 “선원법의 규정 외에도 근로자 본인이 직접 수령할 수 없는 사정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사자(使者)에 의한 임금의 수령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근로기준법 제43조의 규정 형식이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사회통념상 근로자 본인에게 지급하는 것과 동일시되는 사람 또는 근로자 본인에게 그대로 전달할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이 임금을 수령할 때에만 그를 사자로 보아야 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인력사무소의 L이 원고들을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을 볼 때 L을 ‘사회통념상 원고들 본인에게 지급하는 것과 동일시되는 사람 또는 원고들 본인에게 그대로 전달할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으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피고에게 임금 변제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비록 임금 직접 지급 원칙에 대해 선원법상 예외만 인정된다고 본 원심의 이유 설시는 다소 부적절하지만,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임금지급의무를 인정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3. 의의
위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을 엄격히 해석하여, 임금의 직접 지급 원칙에는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의한 예외가 인정되지 않고, 선원법상 예외 조항 외에도 사자(使者)를 통한 임금 수령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사자의 인정요건을 엄격하게 보았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예외적으로 제3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 유효하려면 그 제3자가 ‘사회통념상 근로자 본인과 동일시할 수 있는 사람’ 또는 ‘임금을 근로자 본인에게 그대로 전달할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 해당하여야 하며, 근로자들이 직접 임금 대리수령에 동의하는 위임장이나 확인서를 작성하였더라도 이것만으로는 임금 지급의 유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