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3구합55658·56231 판결)
 

1. 사안 및 쟁점

원고 회사는 조선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조합’)은 전국 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입니다.

참가인 조합은 2022. 4. 22. 원고 회사에 ‘① 성과급 지급, ② 학자금 지급, ③ 노동조합 활동 보장, ④ 노동안전, ⑤ 취업방해 금지’의 5가지 의제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그러나 원고 회사는 참가인 조합의 조합원과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고,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참가인 조합은, 원고 회사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고 교섭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습니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 회사는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지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 회사는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범위에서 사내 협력업체와 함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 회사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것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나,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아니한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가인 조합의 재심신청을 일부 인용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이른바 실질적 지배력설의 법리를 제시하면서,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교섭 요구 의제에 대하여 원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무가 원청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고 사업체계에 편입되어 있는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조건 등을 원청과의 단체교섭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정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위와 같은 판단을 함에 있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업무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행하여지는 원고 회사의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무방식과 이에 대한 원고 회사의 직·간접적 관여 정도, 원고 회사와 사내하청업체의 관계, 사내하청업체의 경제적 독립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서울행정법원은, 원고 회사가 ① 성과급 지급, ② 학자금 지급, ③ 노동안전 의제에 관하여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한 것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③ 노동조합 활동 보장, ⑤ 취업방해 금지 의제에 대해서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성과급 및 학자금 지급 의제와 관련하여 서울행정법원은 다음과 같은 점을 근거로 원고 회사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였습니다.

  • 원고 회사가 성과급 총액을 결정하고 각 사내하청업체에 교부하면, 사내하청업체가 이를 재원으로 하여 근속연수 기준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성과급 및 학자금을 지급하는 구조가 장기간 반복적으로 유지되어 왔음.
  • 사내하청업체들은 원고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음.
  •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성과급 등 주요 근로조건이 오랜 기간 원고 회사와 참가인 조합 원청 지회 간 교섭 및 합의를 통하여 결정되어 왔음.
  • 원고 회사가 상생 차원에서 경영지원금 명목으로 성과급 및 학자금의 재원이 되는 돈을 지급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지급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지속되어, 사내하청업체는 지급해준 돈으로 소속 근로자에 대한 성과급과 학자금을 전액 충당하고 있음.

또한 노동안전 의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였습니다.

  • 원고 회사의 안전보건관리규정은 적용범위에 사내하청업체가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음.
  •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 및 그 소속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을 독립적으로 규율하는 별도의 내부 규정을 직접 제정하여 적용하고 있음.
  • 원고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에 따라 사내하청업체에 안전보건관리규정의 개정 및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개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하였음.
  • 조선업의 제조 공정은 하도급 구조 하에 원청과 하청의 작업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수행되는 특성을 가지므로, 이 사건 사업장 내에서 사내하청 근로자에게 중대재해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원고 회사 소속 근로자들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임.

결론적으로 원고 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판정 취소청구는 노동조합 활동 보장 및 취업방해 금지 의제에 대해서만 인용되고 성과급 및 학자금 지급 의제와 노동안전 의제에 대해서는 기각되었습니다.

한편 단체교섭 요구사실 미공고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 단체교섭을 거부한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없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다면 같은 이유로 이루어진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미공고 역시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인 귀결”이라면서 “원고 회사가 성과급 지급, 학자금 지급, 노동안전 의제에 관하여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행위는 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나머지 의제에 대해서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의의

위 판결은 실질적 지배력설을 토대로 사내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 관련 교섭 의제에 관하여 원청인 국내 대형 조선사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하였습니다. 법원은 사내하청업체가 단순한 외부 도급 상대방이 아니라, 원청의 사업 운영체계에 포섭된 종속적·통합적 지위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번 판결 역시 2025. 8. 24.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과 그 취지를 같이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기업은 향후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의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실질적 지배력에 관한 법원의 판단과 더불어 개정 법률의 적용 및 해석론 전개 과정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