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2025. 9. 23. 선고 2024고합833, 2025고합24, 2025고합529 판결)


1. 사안 및 쟁점

M사는 휴대폰 외장부품 제조∙판매 회사이고, I사는 M사의 자회사로 1차전지 제조∙판매 회사입니다.  2024. 6. 24. I사 공장 내 트레이에 보관되어 있던 리튬전지에서 단락에 의한 폭발 및 화재가 발생하였고, 다른 전지에 전이되면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 화재가 급격히 확산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피해자 23명이 사망하고 9명이 상해를 입는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피고인 A는 M사 및 I사의 대표이사, 피고인 B는 I사의 운영총괄본부장이자 안전보건관리책임자, 피고인 C는 I사의 경영지원실 상무, 피고인 D는 근로자파견업체 J사 및 K사의 실경영자, 피고인 E는 I사의 안전보건관리담당자였습니다.  또한 피고인 F와 G는 각각 I사 생산관리팀의 선임 및 책임이었고, 피고인 H는 I사 공장 칸막이 철거∙재설치 공사를 수행한 건설업체 L사의 대표이사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수원지방법원은 대표이사 A에게 징역 15년, 운영총괄본부장 B에게 징역 15년 및 벌금 100만원, 상무 C에게 징역 2년, 안전보건관리담당자 E에게 금고 2년, 생산1파트장 F에게 금고 1년을 선고하였으며, 파견업체 대표 D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대표이사 A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A는 자신이 B에게 I사 경영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하여 I사의 실질적인 경영자 내지 최종적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므로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 수원지방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의 개념을 확인하면서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① 대표이사는 원칙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작위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총괄책임자로서 경영책임자등의 신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사업 운영의 실질에 따라 대표이사가 아닌 제3자에게 어느 정도 경영의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대표이사가 아닌 제3자를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때에는 입법취지에 비추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중략) 대표이사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경영에 대한 어떠한 권한을 실제로 전혀 행사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도 있지 않아 그러한 명목상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처벌법상 작위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 한하여 대표이사가 아닌 제3자를 사업총괄책임자로서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② 안전보건업무책임자는 사업 또는 사업장 전반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조직∙인력∙예산 등에 대하여 대표이사 등 사업총괄책임자에 준하여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등 최종결정권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주식회사에서 대표이사와 별도로 안전보건업무책임자를 두고 있고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업무에 관하여는 대표이사와 동등한 수준의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안전보건업무책임자를 경영책임자등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단순히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지위에 불과할 뿐,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최종 결정권이 대표이사에게 유보되어 있고 안전 및 보건에 관하여 대표이사의 권한과 동등한 수준으로 조직∙인력∙예산 등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지위에 있는 사람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될 수 없다.

➔ 이에 따라, 수원지방법원은 A가 대표이사로서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담하는 사업총괄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근거로는 (i) I사 설립 초기부터 I사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한 점, (ii) I사의 자금 차용, 출자전환,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 인사, 수주 업무 등에 직접 관여한 점, (iii) 일상적인 업무는 B에게 수행하도록 하면서도 주간업무보고나 카카오톡 대화, 전화 등을 통해 주요사항을 보고받아 자신의 경영판단이 필요한 사항이 있는지 검토한 후 추가적인 보고를 받거나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 업무지시를 내리기도 한 점 등을 들었습니다.

(2) 수원지방법원은 B가 ‘안전보건업무책임자’로서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판단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어 여기서 “또는”의 의미가 선택적인 것인지, 아니면 중첩적인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회사에서 사업을 총괄하는 대표이사와 별도로 안전보건과 관련된 업무만을 책임지는 임원(안전보건최고책임자, 이른바 CSO)이 선임된 경우에는 사업총괄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고 안전보건최고책임자만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견해(이하 ‘면책설’)와 사업총괄책임자가 면책되지 않는다는 견해,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총괄책임자와 안전보건최고책임자 모두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거나, 구체적인 증거관계에 따라 실질적이면서 가장 밀접하게 해당조치와 관련한 최종적인 권한과 의무를 가진 자를 형사책임의 주체로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 등이 가능한 해석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에서 B가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이하 ‘쟁점 조항’)의 안전보건업무책임자에 해당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피고인으로부터 전적으로 위임받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면책설에 의하면 B만이 안전보건업무책임자로서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을 중대재해처벌법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는바, 위 규정에 대한 해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사업총괄책임자와 별도로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선임되어 있는 경우에는 사업총괄책임자는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면책되고, 안전보건업무책임자만이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의 수범자가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선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개별적인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적인 결정권을 사업총괄책임자가 행사한 경우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안전보건업무책임자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사업총괄책임자를 경영책임자등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1. 기업 내부의 업무 분담과 의사결정 구조의 결정은 사적 자치에 맡겨져 있으므로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대표이사가 CSO들에게 완전히 위임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볼 법령상 근거는 없다. 특히 사업 분야도 다양하고 임직원도 수백 명이 넘는 대기업의 경우 각 사업 분야마다 안전·보건 업무의 내용이 다를 수 있고, 대표이사에게 모든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는 것보다 각 사업 부문마다 안전·보건에 관한 총괄책임자를 선임하는 것이 종사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데 더 충실한 결과가 될 수 있다.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선임되어 있음에도 언제나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함께 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기업 운영의 현실에 반할뿐더러 기업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대표이사로 하여금 모든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종사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데 더 부합하는 해석이라 보기도 어렵다.
  2. 안전보건업무책임자는 회사 내에서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정도에 그치는 자가 아니라 사업총괄책임자에 준하여 이를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최종 결정권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므로 안전보건업무책임자만을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대부분의 안전·보건 업무에 대하여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한 개별적 사안에서는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아니한 경우도 충분히 상정 가능하다. 개별적인 사안들에 있어 사업총괄책임자가 최종 의사결정권을 행사하였고 중대재해가 그 의사결정 사안과 관련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업총괄책임자로 하여금 경영책임자등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게 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안전보건업무책임자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사업총괄책임자를 경영책임자등으로 보아 처벌할 수 있다.
  4. 이에 대하여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안전보건업무를 전적으로 책임지게 하여도 결국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대표이사와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이 기업 현실이므로, 상당한 권한을 부여받은 안전보건업무책임자를 선임하더라도 사실상 언제나 대표이사만을 처벌하게 된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표이사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안전보건업무로 인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등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에서 규정하는 구체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조치의 내용들이 모두 반드시 대표이사가 결정권을 행사하여야만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은 아니고 상당 부분 위임될 수 있는 성격의 업무에 해당하는바, 위임된 안전보건업무가 부실하게 이루어져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안전보건업무책임자만을 경영책임자등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해석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 이에 따라 수원지방법원은 B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의 지위를 넘어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사업총괄책임자에 준하여 I사의 안전·보건업무를 담당하는 자로서 안전보건업무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의의

본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소된 사건에서 최고 형량(징역 15년)이 선고된 사례입니다.  법원은 리튬전지의 폭발 위험성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고, 피고인 A와 B가 배터리 제조공정이 화재 발생에 취약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필요한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점을 중형 선고의 주요 사유로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