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
원고는 백화점, 면세점 등 온∙오프라인 유통매장에서 판매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조직 대상으로 한 산업별 노동조합입니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1~6은 면세점 운영업체, 참가인 7~12는 백화점 운영업체입니다.
참가인들은 참가인들의 백화점∙면세점 내에서 화장품 등 물품을 판매하는데, 실제 판매업무는 화장품 업체들 또는 이들과 공급∙판매대행계약을 맺은 업체들(이하 통틀어 ‘이 사건 입점업체’)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판매사원들이 담당하고 있고, 해당 판매사원들 약 3,000명이 원고에 가입한 조합원입니다.
원고는 참가인들을 상대로 ① 공동 휴식권 보장, ② 고객응대노동자 보호, ③ 시설물 이용∙확충 등 조합원의 근무환경 개선이라는 3가지 의제(이하 각각 ‘제1의제’, ‘제2의제’, ‘제3의제’, 통틀어 ‘이 사건 각 의제’)가 포함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이하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참가인들은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각 의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제1의제] ① 백화점∙면세점이 연장영업을 위해 영업시간을 변경하는 경우 원고와 합의 ② 명절 당일과 같이 연휴 기간 중 휴무일 지정 ③백화점의 경우 월 2회, 면세점의 경우 월 1회 정기 휴점 시행 [제2의제] [제3의제] |
원고는 2023. 9. 26. 참가인들이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이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4. 1. 22. 이를 기각하였습니다(서울2023부노73~78 병합). 중앙노동위원회도 2024. 5. 14. ‘참가인들이 이 사건 입점업체가 고용한 판매사원의 임금과 근로시간 등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관하여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중앙2024부노36,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2. 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참가인들이 ‘이 사건 각 의제와 연관된 원고 조합원 근로자들의 일부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직접, 일부 다른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최소한 원사업주인 이 사건 입점업체와 중첩적으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다’고 판단하여, 참가인들이 이 사건 각 의제에 관하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습니다.
[제1의제: 공동 휴식권 보장]
- 참가인들이 이 사건 입점업체와 체결한 상품 매입거래계약은 파견되는 판매사원들의 근로시간을 참가인 백화점∙면세점의 영업시간 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입점업체와 원고 조합원 근로자들이 체결하는 근로계약도 개별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위 영업시간과 동일하거나 그 범위 내의 시간대로 정하고 있음.
- 따라서 참가인 백화점∙면세점의 영업일, 영업시간 지정∙변경이 원고 조합원 근로자들의 근무일과 근무시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침.
- 이는 원고 조합원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 사건 입점업체가 아니라 근로계약관계 외부에 있는 참가인들이 전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사항이므로, 결국 이 부분에 관하여는 이 사건 입점업체가 아닌 참가인들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밖에 없음.
[제2의제: 고객응대노동자 보호]
- 제2의제는 상품판매 업무를 수행하는 판매사원들이 고객 응대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판매사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달라는 것이므로, 근무환경, 복지후생,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로자의 대우와 직접 관계된 것이고, 나아가 단체적 노사관계의 측면에서 참가인들이 집단적으로 적용되는 매뉴얼을 마련하여 이를 개선할 수 있으므로, 이는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함.
- 판매사원들이 고객 응대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위험은 단순히 상품에 관한 불만 등의 유형으로만 한정되지 않고, 폭언, 폭행 등의 위협으로 물리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한 경우나, 개별 매장과 관계된 불만이 아니어서 참가인 백화점∙면세점 측의 직접적인 대응이 필요한 경우 등을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음.
- 참가인 백화점∙면세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참가인들과 이 사건 입점업체, 판매사원들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나 노무제공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개별 매장을 독립적으로 구분하지 않은 채 ‘백화점∙면세점 매장’으로 인식하는 것이 대부분임.
[제3의제: 시설물 이용ㆍ확충]
- 제3의제도 근무환경 개선과 직접 관계된 사항으로서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함.
- 상품판매 업무에 관한 판매사원들의 노무제공이 다면적 관계에 기초하여 구조적으로 참가인들의 사업체계에 직접 편입되어 있음.
- 참가인 백화점∙면세점 내의 시설 관리에 관한 사항은 이 사건 입점업체가 아닌 참가인들이 지배∙결정하는 영역임.
- 공항공사가 전체 공항시설의 관리자로서 기능하는 것과는 별개로, 참가인 면세점이 그 시설 일부를 임차하여 면세점 매장으로 활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독립적인 휴게 공간 마련, 복지후생을 위한 기물 구비 및 품질 향상 등과 같이 시설 관리와 개선을 독자적으로 실행할 여지가 있으므로, 이에 관하여 이용 보장∙개선을 요구하는 범위에서는 참가인 면세점의 실질적 지배력이 충분히 인정될 수 있음.
3. 의의
대상판결은, 소위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은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도 그 범위에서 단체교섭의무를 지는 사용자임을 명문으로 확인∙선언하는 취지의 규정일 뿐, 신설 규정의 시행 이후부터 사용자의 개념이 비로소 확장된다는 형성적 성격의 규정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하여, 노란봉투법 시행 전이라도 실질적 지배력 유무에 따른 사용자 개념 해석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실질적 지배력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업주가 반드시 원사업주에 비해 우월적 지위에 있을 것만을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거래상 명백한 우월적 지위 유무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의제와 연관되는 각각의 근로조건별로 따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사업주와 중첩적 지배력을 갖는 의제에 대해서는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사업주의 단체교섭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하급심의 판단이 계속 유지될지 향후 상급심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