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

피고1은 증권회사(이하 ‘피고1 회사’)이고, 피고2는 2022. 6. 28.부터 2023. 7. 13.까지 피고1 회사의대표이사, 피고3은 피고1 회사의 마케팅 부서장으로 각 근무하였던 자입니다. 원고는 2020. 9. 4. 피고1 회사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1 회사의 부산지역 영업소(이하 ‘이 사건 영업소’)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1 회사와 수 차례 근로계약을 갱신하였고, 최종적으로 2021. 10. 20. 계약기간을 2022. 7. 31.까지로 하는 근로계약 갱신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피고3은 2022. 7. 22. 원고에게 2022. 8. 31.부터 이 사건 영업소를 폐점할 예정이고 원고와 더 이상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하면서, 두 차례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와의 대화 내용을 전부 녹음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녹음행위’).

이 사건 녹음행위로 인한 녹음파일 및 녹취록은 나중에 원고와의 근로계약과 관련된 법적 분쟁과 관련하여 법원 및 노동위원회에 제출되었는데, 원고는 이 사건 녹음행위가 자신의 음성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원고는 피고1 회사를 상대로 근로계약 갱신기대권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도 청구하였으나, 아래에서는 음성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만 살펴보겠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원심] 원심은, 이 사건 녹음행위가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대한 것이 아니고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하는 용도로만 사용되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고가 수인하여야 하는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피고3이 원고와의 대화를 녹음함에 있어 원고가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였다거나 원고를 기망 또는 협박하였다는 사정을 발견할 수 없고, 이 사건 녹음행위는 근로계약 기간의 종료에 따른 법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져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관한 것이 아니며, 공적 판단기관인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만 사용되었으므로, 음성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기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 재생, 녹취, 복제, 방송, 배포 등이 되지 아니할 권리(음성권)를 가짐. 음성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임. 따라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그의 음성을 녹음하거나, 녹음한 음성을 방송, 배포하는 등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음성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음.
  • 그러나 민사소송에서 대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였더라도 그 녹음한 파일이나 녹취록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고(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7138, 37145 판결 등 참조), 실체적 진실 보존 또는 자기 방어를 위하여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가 있음을 고려하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러한 녹음행위가 음성권을 위법하게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음.
  • 그러나 (i) 상대방의 명시적인 반대의사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기망 또는 협박하여 녹음을 하는 등 침해방법이 부당한 경우, 또는 (ii) 녹음행위 자체는 부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녹음한 음성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방송, 배포하는 등의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필요성, 상대방이 입게 되는 피해의 성질과 정도 등에 비추어 위법성이 인정되면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
  • (i) 피고3이 위 녹음을 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명시적으로 녹음을 하면 안 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원고를 기망 또는 협박하여 녹음하였다는 사정이 없는 점, (ii) 위 녹음을 통해 원고의 반응을 확인하여 분쟁을 예방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 (iii) 원고와 피고3 사이의 대화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관한 것이 아니라서 원고가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가 크지 않은 점, (iv) 위 녹음행위로 인한 녹음파일 및 녹취록은 원고와의 근로계약과 관련된 법적 분쟁과 관련하여 법원 및 노동위원회에 제출되는 방식으로만 활용되었는데, 이러한 녹음파일 등의 제출로 인한 피해의 정도는 원고가 수인할 수 있는 정도로 보이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음성권 침해에 대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음.

 

3. 의의

대상판결은 대화 녹음이 근로계약 종료에 관한 분쟁해결 수단이었다는 점, 이를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하였다는 점 등 녹음을 하게 된 배경, 목적 및 방법 등에 관한 사정을 고려하여 해당 녹음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음성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