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5. 12. 12. 선고 2024나2013287 판결]
 

1. 사안

피고는 뉴스프로그램 제작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회사의 디자인센터 등에서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입니다.  피고 소속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i) 계약직, (ii) 호봉직, (iii) 연봉직, (iv)프리랜서, (v) 파견직이 있습니다.  계약직은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기간제근로자이고, 호봉직 및 연봉직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이나, 임금산정 방식이 다릅니다.  호봉직의 최초 2년(인턴기간 3개월, 수습기간 3개월, 연봉계약직 1년 6개월)은 시용기간이고 그 기간 동안에도 호봉직으로 분류되어 호봉제로 급여를 받습니다.  계약직과 연봉직은 근로계약기간은 다르지만 동일한 연봉산정방식에 따라서 급여를 지급받습니다.

피고는 당초에 보도혁신본부 내에 보도국을 두고,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보도국 산하 화면R&D팀 등에 배치하였습니다.  그 후 2017. 1. 9. 보도혁신본부 내에 보도그래픽팀, 제작그래픽팀, 브랜드팀으로 구성된 디자인센터를 새로 설립하고, 디자인센터에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배치하였습니다. 2020. 5. 11.자 인사발령(이하 ‘이 사건 인사조치’) 전까지 연봉직, 호봉직, 프리랜서의 각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센터 내 여러 팀에 혼재되어 근무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인사조치를 통해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보도그래픽팀으로,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제작그래픽팀으로 소속을 구분하였습니다.  그 후 (iv) 프리랜서들이 피고에게 피고의 근로자라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하자, 2023. 7. 3.자로 보도국 산하에 뉴스그래픽팀(이후 ‘뉴스디자인팀’으로 명칭 변경)을 신설한 후, 프리랜서들을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로 채용한 다음 다른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 일부와 함께 뉴스그래픽팀에 배치하였습니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계약직과 연봉직으로 근무한 기간 동안 아래와 같이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임금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호봉직의 임금에 미달하는 금액을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부당이득 반환 등으로 청구하였습니다.

  • 계약직 기간: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상 차별처우금지의무를 위반하여 호봉직 근로자들과 차별하여 임금을 지급함.
  • 연봉직 기간
    주위적 주장: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로서,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한 것임.
    제1 예비적 주장: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으로부터 근로계약상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 법리가 도출되므로, 업무 내용과 무관하게 호봉직과 연봉직의 급여를 차별하는 것은 위 법리를 위반한 것임.

 

2. 법원의 판단

[제1심] 제1심은 주위적 주장을 기각하고 제1예비적 주장을 인용하면서 연봉직 기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주위적 주장: 위 고용형태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적용되지 않음.
제1 예비적 주장: 연봉제와 호봉제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고, 그 차등대우에 합리적 이유가 없음.

[항소심] 항소심은 연봉직의 고용형태를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연봉직과 호봉직 사이에 차별로 보일만한 사정이 있고, 그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보아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주위적 주장을 인용하였습니다.  구체적인 판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사회적 신분의 의미]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은 성별, 국적, 신앙 이외의 것으로서 사회제도나 문화, 관행 등으로 인하여 근로 내용이나 가치와 무관하게 근로조건 결정을 일정한 범위 내로 정형화·토착화시키는 사회적 힘을 가진 계속적 지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지위는 반드시 영구적이거나 장기간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당한 기간 계속될 수 있는 속성의 것이면 충분하다. 다만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적 처우에 법적 책임이 부과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신분을 구성하는 지위는 다른 사회적 지위와 뚜렷하게 구별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근로관계상 지위의 획득이나 상실에 근로계약을 매개로 한 개인의 선택이 개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지위가 사회적 신분을 구성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2) [고용형태도 사회적 신분에 해당함] 기간제법, 파견법에서 고용형태에 기한 차별금지 조항들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규율범위 바깥에 있는 새로운 차별금지 사유를 설정한 것이 라기보다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의 의미를 개별 법률 조항의 형태로 구체화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3) [무기계약직이나 이에 준하는 직군은 고용형태로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함] 무기계약직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을 체결하는 통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법적 형식에서는 정규직 근로자와 차이가 존재하지 않으나, ‘사회적 신분’이 법령에 따라 부여되는 지위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 제도나 문화, 관행 등에 의하여 형성되는 지위를 포괄하는 개념인 만큼 무기계약직도 하나의 고용형태에 해당하고, 이는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지위에 해당하여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4)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함] 연봉직은 ‘무기계약직에 준하는 고용형태’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

  • 연봉직은 비정규직 그래픽 디자이너를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채용, 전환할 때 부여하는 지위임.  피고는 파견직 또는 프리랜서 중에서 계약직을 채용하였고, 계약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경우 연봉직으로 전환함.  호봉직도 최초 2년 동안 시용기간의 성격이 강하나, 이를 비정규직 근무기간이라고 보기 어려움.
  • 연봉직의 임금 수준이 호봉직의 70~80%에 불과하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급여격차가 줄어들지 아니함.  이는 근로자 개인의 능력이나 성과와 무관한 제도와 관행에 따른 차이로 인한 것으로 보임.
  • 연봉직은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므로 근속기간이 긴 경우에 해당하고, 연봉직에서 호봉직으로 전환된 사실이 없다고 봄.  호봉직은 2013년 공채 이후 채용하지 않다가 2020년 3인을 외부에서 채용함.  위 사정에 비추어보면 연봉직은 장기간 점하는 지위이자 상위 집단으로서 큰 제약을 받는 지위에 해당함
  • 연봉직은 임금 등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평가의 측면에서도 호봉직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집단에 해당한다고 봄.

 

3. 의의

위 판결은 종래 무기계약직과 같은 고용형태를 근로기준법 제6조상 사회적 신분으로 인정하지 않아온 기존 판례들의 경향과 다소 다른 판단을 하였습니다.  추후 상고심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