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비료, 알루미늄, 시멘트, 수소, 전기를 유럽에 수입하는 기업의 수입신고인 자격 취득 마감이 오늘입니다. 유럽연합의 탄소세국경조정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수출기업의 유럽측 수입업자가 오늘까지 수입신고인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면 한국기업의 유럽 수출길에 막대한 지장이 생깁니다. 최종확인이 필요합니다.  

91년이었던가, 조금 늦깎이 유학 시절 MIT 경제학과 Poterba 교수가 Harvard Law School에 와서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이하 ‘CBAM’)의 디자인에 관한 구상을 발표했습니다. 그 때 제 질문이, 이것 결국 새로운 무역장벽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전세계적 제도가 될 테니 무역장벽이 아니라고 Poterba 교수는 말했지만, 35년이 지난 지금 미국이 유럽에 대해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무역장벽이니 인정 못 한답니다. 기후변화 그 자체를 미국이 부인하고 있으니 전세계적인 탄소세나 배출권 제도는 아직 수평선에 안 보입니다. 아직은 석탄의존도가 높지만 중국이 앞서 나갈 가능성은 있습니다. 급속한 기술발전으로 한 십여년 안에는 CBAM이 중국에 오히려 유리하게 되려나요. 심화하는 기후변화 속에서 CBAM의 적용범위는 쭉 늘 것입니다. 철강은 수소환원 등 새 기술을 먼저 확보하는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되겠지만, 최종 승부는 에너지입니다. 데이터센터가 무한대의 전력을 소모하는 이상 결국은 구글 같은 디지털 테크 산업도 CBAM에 포섭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전기에서 에너지에서 자유로운 산업이란 없습니다. 

일단 유럽이 먼저 시작하니 우리나라로서는 일단 배출권의 가격을 유럽수준에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러면 차액을 유럽연합이 그냥 흡수해갑니다. 다른 한편 우리 기업의 제조원가가 올라가는만큼 미국, 중국 같은 CBAM 미실시 지역에 대한 수출은 경쟁력을 잃습니다. 어디에 수출하는 물품인가에 따라서 차등을 두자면 일단 국내 생산단계에서는 유럽수준으로 부담금을 물리고 수출단계에 가서 미국행이나 중국행 물품에는 부담금을 환급해주던가, 아니면 국내 생산단계에서는 현재 수준으로 물리고 수출단계에 가서 유럽행 물품에 추가부담금을 물리는 제도가 생겨날 듯합니다.   

법제도로는 CBAM은 관세와 불가분으로 얽힙니다. 유럽 입장에서는 통관절차의 일환으로 운용하게 마련입니다. 원산지 증명 문제도 한결 더 복잡해질 것입니다. 수출하는 나라의 입장에서도, 미국행 물품 등에 부담금을 돌려주는 제도는 부가가치세 영세율환급이나 관세환급과 얽히게 마련이고 유럽행 물품에 추가부담금을 물리는 제도라면 일종의 수출세처럼 짤 수밖에 없습니다. WTO 시대에 이르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던 관세는 트럼프 시대를 맞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법을 정면무시한 채 그냥 옛날식 관세를 밀어붙이려던 트럼프 관세는 미국대법원의 일격을 받아서 움찔했습니다. 일단은 기존 법개념을 이용해야 하니 당분간은 긴급관세, 상계관세, 반덤핑관세, 이런 틀 안에서 운용될 것입니다.  

돌아온 관세라고나 할까요. 관세 그 자체의 운명이야 내다보기 어렵지만 모든 관세라는 개념이 만들어 놓은 기존 법제도가 새로운 맥락에서 재활용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세종 Tax Intelligence 이번 호는 관련 현안으로 CBAM과 정기적 덤핑심사 두 가지를 분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