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1

R그룹은 미국 본사인 D사가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전세계 계열사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배포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R그룹이 우리나라에서 버는 소프트웨어 대가는 우리나라 현지법인인 원고가 받았고, 원고는 처음에는 D사에게 소프트웨어 대가를 지급하며 한미조세조약에 따라 15%의 제한세율로 법인세를 원천징수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R그룹은 D사와 우리나라 현지법인 사이에 아일랜드 법인(E사)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를 관할하는 마스터 유통업자로 삼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는 소프트웨어 대가를 E사로 지급하게 되었습니다. 원고는 E사에 지급하는 대가는 한·아일랜드 조세조약에 따라 비과세 대상이어서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국세청은 실질적으로 D사에게 지급한 사용료라고 보면서 한미조세조약 제한세율로 3,000억원이 넘는 원천징수세를 추징하였습니다. 

대상사건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해당 대가가 소프트웨어 상품 도입에 따른 사업소득인지 혹은 지식재산권 사용에 따른 사용료소득인지 여부였습니다. 둘째는 E사가 한·아일랜드 조세조약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익적 소유자인지 여부였습니다. 마지막은 국세기본법상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E사를 부인하고 D사를 소득의 실질적 귀속자로 재구성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제1심 법원은 E사가 원고로부터 수취한 소득의 98.5%를 상위 계열사 등에 지급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며 관련 계열사들의 인적·물적 설비가 미비하다는 점을 근거로, E사를 이 사건 대가의 수익적 소유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2. 판결의 요지

법무법인(유) 세종 조세그룹은 E사의 독자적인 사업 실체와 자금 운용의 자율성을 인정하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이 위법하다는 항소심 판결과 이를 그대로 유지한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판결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법원은 조세조약상 수익적 소유자를 “당해 사용료소득을 지급받은 자가 타인에게 이를 다시 이전할 법적 또는 계약상의 의무 없이 사용·수익권을 갖는 경우”로 정의하며, 그 여부는 사업 활동의 내용, 소득의 실제 운용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특히 수익적 소유자와 국내법상 ‘실질귀속자’의 관계에 대하여, 양자의 판단 요소가 상당 부분 중첩됨을 인정하면서도 법리적으로는 별개로 판단되어야 함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수익적 소유자에 해당하더라도 조세회피 목적의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인정되는 등 ‘조약 남용’에 해당할 경우에는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조약 적용을 부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대상판결은 E사가 수익적 소유자인가, 나아가 E사가 아니라 D사가 실질적 귀속자인가를 차례로 검토합니다. 

우선 E사는 수익적 소유자라고 보았습니다. E사는 원고로부터 받은 자금을 분기 종료 후 90일 이내에 상위 계열사에 지급하도록 정한 계약에 따라 상당 기간 보유하였고, 소프트웨어 대가의 지급은 실질적으로 연 2회에 불과했으므로, 원고가 보내는 자금이 E사를 단순히 통과하여 그 다음 단계로 흘러나간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E사에게 남은 마진율 1.5%는 동종 업계의 통상적인 이익 수준에 부합합니다. ‘상위 계열사에 대한 라이센스료 지급 비율’이 높더라도 그 자체는 법적으로 유의미한 기준이 될 수 없고, 중요한 점은 E사가 타인의 명의상으로만 수취인이고 받은 소득을 다시 그대로 넘겼는가라는 것입니다. E사는 취득한 대가를 다수의 계열사로부터 발생한 다양한 소득과 혼합하여 관리하며 자신의 상당한 운영비용을 충당하는 등 소득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권을 행사하였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E사를 이 사건 소득의 실질귀속자로 보았습니다. 재판부는 R그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체 유통거래를 총괄하도록 하기 위해 E사를 설립하였고, E사가 정기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하고 주요 사업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적정한 지배구조를 유지해 왔으며, 특히 아일랜드 본점 외에 싱가포르 사무소를 두고 500명 이상의 직원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국의 유통법인에 대한 영업 및 기술지원을 수행하며 실질적인 관리·감독 활동을 전개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E사가 실제 사업 주체이며 실질귀속자를 D사로 재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시사점

대상판결은 수익적 소유자 판단에 있어 형식적인 자금 흐름이나 이전 비율에 의존하지 않고 소득에 대한 실질적 지배·관리 권한을 행사하는지, 특히 이와 관련하여 받은 소득을 ‘그대로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우리 대법원의 기존 법리를 충실히 계승하면서 OECD 주석 및 국제적 해석 기준과도 조화를 이룬 수익적 소유자 개념을 정교하게 정립하였습니다. 특히 일부 판결에서 다시 혼선이 일기도 하였던 수익적 소유자와 실질귀속자의 관계를 다시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다국적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나 지역 거점 운영 시 발생할 수 있는 원천징수 리스크에 대해 전향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관건은 아시아·태평양과 같은 지역의 거점 법인이 해당 지역의 영업·기술 지원, 관리·감독이라는 사업을 실제로 수행하는 인적 자원(고용 현황)과 물적 설비(사무소 등)를 갖추고 있는가입니다. 또한, 해외 거점 법인이 수취한 자금을 일정 기간 이상 직접 보유하거나, 다른 수익원과 혼합하여 운영비용 등으로 사용하는 등 자산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권을 행사하는가도 중요합니다. 엉뚱한 세부담을 피하자면 자금 집행의 주기와 방식을 그룹 차원에서 정밀하게 설계하고, 이런 사업상 요소를 미리 문서화하며, 계약 문언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합니다. 또한 지역 거점 법인이 억지로 끼운 조직이 아니라, 독자적인 의사결정 기구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사회 의사록, 업무 보고서, 결정 문건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1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6두30006, 2026두30007(병합), 2026두30008(병합) 판결. 대상판결은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판결로서, 상세한 판시사항이 서술된 원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25. 11. 26. 선고 2023누34509, 2023누34516(병합), 2023누34523(병합) 판결]의 법리를 바탕으로 본문 내용을 정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