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1

원고는 미국 델라웨어주 법률에 따라 설립된 유한책임회사(Limited Liability Company, LLC)들로, 최상위 단계의 투자자와 원고 사이에는 여러 단계의 하위 LLC와 유한파트너십(Limited Partnership, LP)이 끼어 있습니다. 원고는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국내 반도체 기업인 B사에 자신들이 보유한 반도체 기술 관련 특허권을 합계 미화 약 640만 달러에 양도하고 대금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이 대금이 한미조세조약상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므로 비과세라고 주장하지만 국세청은 이를 사용료소득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이 사건 쟁점입니다. 구체적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투과(투시)과세단체인 원고들이 한미조세조약상 ‘미국 거주자’로서 조약의 혜택을 받는가, 둘째는 원고들이 수령한 미리 확정된 양도 대금이 자산 양도소득인가 아니면 장래의 수익이나 생산성에 연동되지 않았더라도 특허권에서 생기는 소득이니 사용료소득인가, 이 두 가지입니다.

원심은 원고들이 제출한 미국 국세청의 거주자 증명서를 근거로 소득 전체에 대해 한미조세조약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았으며, 해당 특허는 한미조세조약이 정하고 있는 “자본적 자산(capital asset)”이므로 비과세라고 보았습니다. 

 

2. 판결의 요지

그러나 대법원은 종래의 가분적 거주자 이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투시단체는 그 자체로서 상대방체약국(미국) 거주자일 수는 없고, 그 단체의 구성원이 미국에서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범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투시단체를 미국 거주자로 본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저 미국 국세청이 투시단체 명의로 거주자 증명서를 발급해 주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상위 구성원들이 미국에서 납세의무를 진다는 증명이 있어야 그 부분만큼 조세조약의 혜택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둘째, 한미조세조약이 특허권 양도대가를 사용료소득에 포섭하는 범위는 장래의 생산성이나 사용 여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조건부 변동대가’에 국한합니다. 계약 시점에 이미 총액이 결정된 ‘확정적 고정대가’는 사용료소득이 아니고 특허권 양도대가일 뿐입니다. 대법원은 한미조세조약 제16조가 자본적 자산의 양도소득을 폭넓게 비과세하기는 하지만, 이 사건 특허권은 자본적 자산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자본적 자산의 의미에 대해서는 한미조세조약에서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고 또 국내법에서 사용되는 용어도 아니며 미국세법(IRC)2에서만 관련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한미조세조약 상의 자본적 자산의 의미는 상대방체약국인 미국의 세법 규정에 따라 해석하여야 하고 미국의 세법 규정에 의할 때 사업 또는 영업에 사용되면서 감가상각의 대상이 되는 특허권은 자본적 자산이 아니라는 것입니다.3 결과적으로 이 사건 특허권 양도소득의 과세 여부는 그 소득의 원천지가 어디인가, 곧 조약 제6조 제7항에 따른 매각 장소가 어디인지를 다시 살펴서 판단하라는 것입니다.

 

3. 시사점

주목할 점은 대상판결이 가분적 거주자 이론을 유지하였다는 것입니다. 한편 더 이상 투시당하지 않는 상위 투자자의 거주지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조세조약이 있는 경우 그 조약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가는 이 판결의 쟁점은 아닙니다. 종래의 가분적 거주자 이론을 이 쟁점에서도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는 조금 더 지켜볼 여지가 있습니다. 가분적 거주자 이론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있고, 이미 입법적 해결책이 나와 있습니다. 이 입법적 해결책에 대해 부칙조항 그대로 장래효만 줄 것인가 소급적용해야 마땅하지 않는가, 이런 문제는 아직 다투어 볼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대상판결에 나타난 ‘자본적 자산’이라는 용어의 해석 방식을 일반화한다면, 특정 조세조약에 쓰인 용어의 뜻을 조약 자체나 우리 국내법(법정지법)으로는 확정할 수 없지만 조약 체결 당시 상대방체약국의 법에 의해서는 확정할 수 있다면, 상대방체약국의 법률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조약의 맥락(문맥, context)에 따른 해석이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1 대법원 2026. 4. 9. 선고 2024두65607 판결.
2 1976년 한미조세조약 체결 당시 미국 내국세법 제1221조는 '자본적 자산의 정의'(capital asset defined)라는 제목 아래 '자본적 자산이란 납세자가 보유한 다음의 것을 제외한 모든 재산을 의미한다'고 정하면서, 자본적 자산의 개념에서 제외되는 재산으로 '재고자산 또는 납세자가 주로 판매할 목적으로 보유하는 재산 등(제1호), 사업 또는 영업에 사용되는 재산으로서 제167조에 의한 감가상각의 대상이 되는 재산 등(제2호), 납세자가 창작한 저작권, 문학음악미술 창작물 등(제3호), 재고자산 등 판매로 인해 취득한 매출채권 등(제4호), 미국이나 그 하위 행정 구역 등이 발행한 채무증서(제5호)'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3 구체적인 대법원의 판시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미조세조약의 '문맥(context)'은 기본적으로 조약 체결 당시 쌍방 체약국이 인식한 바와 그 의도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인바,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조약 체결 당시 체약상대국 법률의 내용을 살펴야 할 필요도 있다. 특히 대상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한미조세조약 제16조 제1항의 '자본적 자산'이라는 개념이 체약상대국인 미국법에서만 쓰이는 용어인 점을 감안하면, 한미조세조약에서의 '자본적 자산'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부득이 조약 체결 당시 해당 용어의 미국 세법상 일반적 의미를 참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