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 및 쟁점

K는 L사가 운영하는 모바일 배달 플랫폼에 소속되어 2021. 5.부터 같은 해 12.까지 약 6개월간 배달기사(라이더)로서 배달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K와 L사는 '배송대행 업무위탁 계약'이라는 명칭의 계약을 체결하였고, L사는 K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신고하였습니다. L사는 2021. 12. 6. K에게 위 업무위탁 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고, 이에 K는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위 해지통보는 부당해고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며 해고무효 확인 및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K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해고의 무효를 확인하고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지급을 명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습니다.

① L사의 사업 구조 및 라이더의 지위

L사 사업의 실질은 '상품 배달 서비스 제공'이고, 라이더는 그 본질적 부분인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핵심적 인력으로서 L사가 제공하는 앱을 통해서만 배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으므로, 독립사업자로서 능동적으로 고객을 모색하기 위해 플랫폼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L사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② 업무 내용과 방식, 보수 산정 기준의 결정

배달 업무의 기본적인 수행 방식과 보수의 산정 기준이 모두 L사에 의하여 결정되었고, 라이더가 그 기준에 관여하거나 달리 정할 수 있는 재량이 없었습니다. 배달요금의 계산식을 구성하는 기본 배달료, 할증 배달료, 페널티, 수수료 등 각 요소는 L사가 설정한 기준과 내부 정책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③ 업무 수행 과정에서의 상당한 지휘·감독

K가 건별로 배달요청을 수락하고 배달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이에 대한 온전한 결정권을 행사하였다기보다 사실상 이 사건 앱의 알고리즘이나 관리직의 구체적인 지시, 통제, 제재에 의하여 L사의 방침대로 배차가 이루어지는 등 원고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L사의 상당한 지휘·감독이 수반되었습니다. L사의 관리직은 GPS 기반 관리자용 프로그램을 통해 라이더의 실시간 위치와 배달 현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배차 취소를 권고하거나 직접 배차를 취소하였고, 배차 취소 기능의 차단·허용, 묶음배달 상한 조정 등을 통하여 라이더의 업무 수행을 직접적으로 통제하였습니다. 또한 복장·용모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여 위반 시 불이익을 예고하는 등 사전적 통제를 가하였습니다.

④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의 지정

L사의 사업 특성상 상시 일정 수 이상의 라이더가 근무하여야 원활한 서비스가 가능하므로, 제재나 유인책 등을 통해 사전에 정한 근무시간을 준수할 것이 일정 수준 강제되었습니다.

⑤ 사업자적 징표 및 보수의 성격

이윤 창출 방식, 작업도구의 보유, 제3자에 의한 업무대체 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K를 독립사업자로 볼 만한 징표가 인정되지 않고, K가 받은 보수는 배달이라는 노무 제공 자체에 대한 대가적 성격을 지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라이더는 영업활동의 질에 따라 건별 수익을 달리할 수 없었고, 앱을 통하지 않은 독자적 영업이 불가능하였으며, 배달 업무에 필수적인 앱에 대한 접근 권한은 전적으로 L사의 관리 하에 있었습니다. 라이더가 감수한 경제적 이익의 변동은 독립된 영업활동에서 기인한 사업상의 위험이라기보다 L사가 설계한 운영정책에 따라 반사적으로 발생한 결과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⑥ 근로 제공의 계속성, 전속성 등

K는 앱에 접속하여 근무하는 동안 L사의 배달업무만 전속적으로 수행하였고, 취업규칙 미적용, 근로소득세 미원천징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취급 등의 사정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L사의 의사에 따라 임의로 정해진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K가 종래 근로기준법이 상정한 전형적인 근로자에 비해 상당히 완화된 형태로 노무를 제공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보수를 목적으로 L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한 이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아야 하고, 종국적으로 플랫폼 노동자에 부합하는 별도의 입법이 바람직하더라도 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만연히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것보다는 근로기준법 규정의 탄력적인 해석을 통해 근로관계를 실질에 맞게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L사의 해지통보가 서면에 의한 해고사유 통지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3. 의의

본 판결은 배달 라이더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첫 법원 판결입니다. 법원은 라이더가 건별로 배달요청을 수락하고 소정근로시간의 정함 없이 앱에 접속하는 동안에만 근로를 제공하는 등 전형적인 근로자와 상이한 특성이 있더라도, 앱의 알고리즘과 관리직에 의한 배차 통제, GPS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묶음배달 상한 조정 등 보수에 직결되는 제재 수단의 활용, 복장·용모 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항소심 판결입니다. 당사자가 상고하는 경우 향후 대법원에서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대한 판단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