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1

의료법인의 이사이자 대표자인 원고는 자신이 소유하던 토지를 의료법인에 출연·증여하면서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채무와 이자를 직접 부담하기로 약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의료법인이 해당 근저당채무 약 24억 4,400만 원을 대신 상환하였고, 제3자에게 지급한 7억 2,000만 원도 실질적으로 원고에게 가지급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과세관청은 미회수 가지급금과 그 인정이자를 의료법인의 익금에 산입하고 원고에 대한 상여로 소득처분한 후, 원고에게 2015년 및 2016년 귀속 종합소득세를 부과하였습니다. 원고와 의료법인에는 각각 회생절차가 개시되었으나, 의료법인은 원고에 대한 가지급금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자신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의료법인이 그 절차 밖에서 채권을 회수할 수 없었으므로 가지급금 미회수에 정당한 사유가 있고, 나아가 의료법인이 가지급금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지 않아 회생계획인가에 따라 자신이 가지급금 채무를 면책받았으므로 특수관계 소멸 시점에 채권이 있음을 전제로 한 익금산입 및 소득처분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 판결의 요지

법인의 재산을 특수관계인이 횡령하면서 법인의 비용 속에 숨겨 두었다면, 횡령액을 특수관계인의 소득으로 과세합니다. 이 경우 법인의 비용으로 잡힌 횡령액을 손금불산입(익금산입)하면서 그 금액을 특수관계인의 소득으로 처분(전형적으로는 상여나 배당으로 처분)하여 그 사람에게서 소득세를 걷습니다. 한편 법인이 특수관계자에게 회수를 전제로 실질적으로 자금을 대여하고 법인의 채권(가지급금)으로 잡아 두었다면, 가져간 돈 자체는 아직 법인의 채권으로 남아 있으니 법인이 이자를 제대로 받고 있는가만 따지고, 이것이 아니라면 이자상당액(인정이자)을 익금산입합니다. 가지급금으로 잡혀 있는 원금은 이자만 제대로 받고 있으면 법인과 특수관계인 사이의 채권·채무이고 특수관계인의 소득은 아닙니다. 그 뒤 채무면제 등 특수관계인에게 경제적 이익이 귀속되는 사유로 그 채권·채무가 소멸한다면, 가령 채무면제가 있다면 그 시점에 가서 귀속자의 소득이 됩니다. 채권·채무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특수관계가 사라진다면, 가령 돈을 가져갔던 대표자가 퇴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러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채권이 회수되지 않았다면 특수관계 단절 시점에 법인이 실질적으로 채권을 포기하거나 채무를 면제한 것으로 봅니다.2 대손금으로 손금산입할 수 없습니다.3 관계 단절 시점에 특수관계인에게 상여나 배당이 생긴 것으로 소득처분하지만, 다만 가지급금 미회수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소득처분을 안 한다고 법령에 정하고 있습니다.4

원고는 가지급금 미회수의 정당한 사유 가운데 하나로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이 ‘채권·채무에 대한 쟁송으로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5를 들고 있는 데 기대어 회생절차를 통한 면책도 익금산입(소득처분)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은 우선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별도로 회생계획인가에 따른 면책의 효력에 관해서는 채무와 책임을 구별하여, 책임이 면제되더라도 채무 자체는 존속하므로 면책만으로 가지급금의 익금산입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채권·채무에 대한 쟁송으로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라는 말은 법인세법 시행령이 말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의 하위개념이므로 회생절차 개시 전 채권의 계속적 관리와 진지한 회수 노력, 개시 후 회생채권 신고 여부,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 가능성의 검토 여부, 채권을 임의로 포기하거나 면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행위나 의사표시의 존재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납세의무자에게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3. 시사점

우선 주목할 점은 채무와 책임의 구별이라는 민사법 이론을 세법해석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법이 쓰고 있는 개념을 꼭 민사법 개념 그대로 풀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민사법의 이해가 세법의 기본이라는 점을 새삼 보여주는 판결입니다. 

다음으로 가지급금에 관한 법령의 글귀는 몹시 혼란스럽습니다. 세무조정이라는 극히 기술적인 과정을 당연히 전제하고 법령의 글귀를 짜다 보니 생긴 일로, 글자 그대로 따져 나가다 보면 도대체 뜻이 안 통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쟁송으로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라는 시행규칙의 글귀도, 원고 주장처럼 마치 돈을 가져간 사람이 변제를 거부한 채 쟁송으로 다투기만 하면 소득처분을 피할 수 있다는 듯 읽을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글귀의 뜻을 미회수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가라는 틀 안에서 읽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실상 과세처분 전에 채권·채무가 이미 소멸했다는 주장은 소멸 당시에 소득처분했어야 한다는 과세시기에 관한 주장으로 이어져야 논리가 통하지만, 법령의 글귀가 혼란스럽다 보니 불필요한 쟁송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1 대법원 2026. 8. 12. 선고 2026두30419 판결.
2 과거에 법령상 명문의 의제규정이 없어 특수관계 소멸 시점까지 미회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사외유출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두10644 판결)가 있었으나, 이후 관련 내용이 시행령에 명문화되었고 대법원은 그 규정에 따른 익금의제를 유효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0두39655 판결).
3 법인세법 제19조의2 제2항 제2호.
4 현행법으로 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 제9호. 같은 조문의 글귀는 ‘소득처분’이 아니라 ‘익금산입’ 대상에서 뺀다고 적고 있습니다. 가지급금 원금을 귀속자에게 소득처분하는 경우 실상 법인이 아직 자산으로 잡아둔 상태 그대로이므로 부인할 손금이 없습니다. 이리하여 과세처분이나 세무조정 과정에서 가지급금 원금을 적극적으로 떨어내어 순자산감소액(대손액)을 만들고 다시 이 대손금을 손금불산입(익금산입)합니다. 가지급금을 익금산입한다는, 얼핏 이해가 안 가는 영조항의 글귀는 이 뜻입니다. 결국 익금산입을 안 한다는 말은 소득처분을 안 한다는 말입니다.
5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2019. 3. 20. 기획재정부령 제7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의2 제1호.